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3일 열리는 중국 ‘항일 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열병식을 참관하기로 했습니다. 전승절(戰勝節)이란 대개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승리를 기리는 날로서, 전승국인 중국은 일본의 항복 문서가 접수된 9월 3일을 기념합니다. 특히 올해가 승전 70주년인 만큼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리는 군사 퍼레이드인 열병식의 규모나 의미를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가 및 열병식 참관은 한마디로 놀랄만한 일입니다. 그 이유는 이번 열병식에서는 미국 패권에 맞서는 중국의 ‘대국굴기(大國崛起)’가 상징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게다가 우리의 맹방인 미국이 외교 경로를 통해 박 대통령의 참석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한국인만큼 박 대통령이 참가하기가 쉽지 않고, 설사 참가하더라도 전승절 기념행사는 참석하되 행사 가운데 하나인 열병식에는 참석하지 않는 절충안을 낼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운신의 어려움은 중국 전승절 참가를 둘러싼 북핵 6자회담 참가국들의 움직임만 일별해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경쟁국인 미국은 일찌감치 불참을, 동맹국인 러시아는 당연히 참가를 선언했습니다. 여기까진 그렇다고 칩시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아쉬운 일본은 막판까지 저울질을 하다가 미국을 의식해서인지 불참으로 기울어졌으며, 북한은 최근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상징하듯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참석으로 한정했습니다. 이런 판에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결정했으니 이는 돌출적 행동이자 파격으로까지 불리며, 지어 한국의 ‘중국경도론’이 나오는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한국 정상 가운데 중국이 개최하는 열병식을 참관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됩니다.
그럼 이 같은 우려와 난관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참석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이웃 국가인 중국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고려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중국이 되기를 바라고, 또 중국에서의 우리 독립 항쟁의 역사를 기리는 측면을 감안해 열병식을 포함한 전승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다소 상투적입니다.
열병식 후 9월 4일 상하이에서 개최될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재개관식 참석도 한 이유일까요? 오히려 박 대통령이 올해 8.15경축사에서 ‘건국 67주년’라고 말해 임시정부를 계승한다는 헌법과 상충되기에 껄끄러운 참석이 될 수도 있으니, 단순한 이벤트에 가깝다고 봐야겠지요.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치는 것일까요? 그렇게 보기에는 박 대통령의 그 동안의 외교 철학이 너무 빈약합니다. 아니면 2005년부터 이어진 시진핑 주석과의 특별한 인연, 즉 라오펑유(老朋友. 오랜친구) 때문인가요? 이는 사적 차원이라 가늠이 잘 안 됩니다.
아무튼 미국의 반대를 무릅쓸 정도의 그 무엇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게 무엇일까요?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가 이유는 이처럼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만큼 난해합니다.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가가 의도적으로 미국의 입김에서 벗어나려 한 것은 아닐지라도 이 같은 주체적인 외도(外道)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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