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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17일 월요일

‘보수’여, 역사의 무지에서 깨어나라!



8.15 주미대사관저 시위, 너무나 당연하다
김갑수 | 2015-08-17 13:08:06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광복절에 주미대사관저 앞에서 反美 시위한 진보단체”
이것은 8월 16일 자 조선일보 인터넷 판의 톱기사 제목이다. 이런 제목의 기사를 톱으로 올린 데에는 일말의 저의가 있어 보인다. 먼저 이 기사는 ‘8.15 광복과 미국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를 묻고 있으며, 다음으로 ‘한국의 진보는 기회만 생기면 반미 책동을 일삼는다’는 점을 널리 알리려 한 것으로 읽힌다.
마침 이 기사에 달린 아래 댓글들은 조선일보의 의도가 효과적으로 관철되었음을 방증한다. 대표적인 댓글 하나만 뽑아 읽어 본다.
“이 놈들아, 광복 70주년에 너희들이 잘 먹고, 잘살고, 미 대사관 앞에서 반미를 외칠 수 있게 만들어 준 분들이 바로 미국이요, 미군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비무장지대에 지뢰매설로 너희 동생들이요, 형의 다리를 절단한 김정은에게 달려가서 시위를 하라! 경, 검찰은 저 놈들을 일벌백계하라!”
물론 이런 댓글은 맑은 정신으로 보기에 어처구니가 없다. 하지만 그들은 나름 진지하게, 애국적으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속칭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 대부분의 의식구조가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이것은 부자든 가난한 자든, 배운 사람이든 못 배운 사람이든 전반적으로 대동소이하다.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 한국의 자칭 보수언론들은 바로 이런 사람들의 무지와 순수(?)를 이용해 먹고 사는 기업들이다. 아니면 그들의 수준 자체가 이 정도이어서 다른 관점의 기사를 생산할 능력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위에 제시한 댓글이 한국에서 속칭 ‘보수’라 일컫는 국민의 의식 수준을 대변한다고 보고, 이런 의식이 얼마나 부정확하고 근시안적인 것인지를 말하고자 한다.
먼저, 댓글은 우리가 지금 ‘잘 먹고 잘산다’는 점을 기정사실처럼 전제하고 있다. 물론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은 상대적 개념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 조선 왕조 518년 중에서 최소 450년 이상 동아시아 16개 왕조국가 중에서 ‘잘 먹고 잘산다’는 기준만으로도 1~3위 수준을 유지했다. 지금은 어떤가? 국민소득 기준으로 아시아 49개 국 중 10위 권 밖 수준이다. 이것도 반쪽 국토와 불평등지수는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다음으로 댓글은 우리가 ‘광복’을 맞이한 것이 미국의 도움 때문이라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 광복이란 ‘빛을 다시 본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가 1945년 8월 15일에 빛을 보았는가? 좋다. 보았다고 치자. 그런데 정작 우리의 국권을 빼앗은 자는 누구인가? 일본을 앞잡이로 이용한 제국주의 세력이며 하나를 특정하여 짚으면 바로 미국이 아니었던가?
미국은 일본이 조선을 독식하도록 허용한 러일전쟁에서 일본에 엄청난 전비 지원을 했다. 우리는 미국이 1905년 7월 일본과 비밀리에 맺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알고 있다. 여기서 가쓰라는 당시 일본 수상이고 태프트는 미국 육군장관이었으며, 이후 1910년 경술국치 때에는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올라앉아 있었다.
최근 속속 공개되고 있는 문서와 자료들은 일본의 조선 침략은 일본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미 제국주의의 태평양 공략 중 하나로 추동된 것임을 입증하고 있다. 요컨대 조선 식민지 침략의 책임은 일본 못지않게 미국에도 있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미국은 조선 식민지 침략의 주범 아니면 최소한 교사범이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2차대전의 종식과 함께 당연히 빛을 보았어야 할 ‘조선의 빛’을 다시 한 차례 앗아갔다. 그들은 조선에 광복이나 해방 대신 ‘점령과 분단’이라는, 식민지에 버금가는 부정적인 역사를 강요하여 관철시켰다. 이쯤 되면 8월 15일에 주미대사관저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끝으로 보수들아, 비무장지대 지뢰 매설은 누가 했겠는지를 최소한의 이성이라도 작동시켜 사색해 보라. 북측이 무슨 이득을 보자고 그런 짓을 했겠는가? 그토록 머리가 안 돌아가는가?
소설 <병신과 머저리> 일독을 권한다. 이청준이 쓴 이 소설은 분단과 전쟁을 체험한 기성 보수는 ‘병신’이고, 자기가 병신인 줄도 모르는 신세대 보수는 ‘머저리’라고 말한다. 신생 대한민국에는 무수한 병신과 머저리들이 횡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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