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를 들으면 역시나 박근혜번역기가 필요함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노동개혁, 공공부문 개혁, 교육 개혁, 금융 개혁…’ 이런 걸 고치고 바꾸면 정말 모든 국민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기는 될까?
말이 참 어렵다.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생존이 걸린 문제들인데 이렇게 표현하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서민들은 알아듣기 어렵다. 지금까지 정치를 한 게 누군데 왜 잘 못했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하고 노동도 공공부문도, 교육도, 금융도 개혁하겠다는 것인가? 잘못됐으니 고치는 게 옳다고 치자. 그런데 고치겠다는 게 고치지 않는 게 훨씬 좋다면 그걸 개혁이라고 해도 될까? 노동자들의 정년을 연장해 주는 대신 나이 든 사람에게 월급을 깎는 게 개혁인가? 노동자들의 해고를 좀 더 쉽게 하자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정말 개혁인가?
이명박 정부 때도 그랬다. 환경 파괴는 덮어두고 4대강사업을 사업을 할 때도 토건업자들은 살판났지만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피해자가 됐다. ‘4대구조개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대통령의 4대부문구조개혁에 대해 비판을 쏟아진다.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과 ‘공무원 임금체계 개편’이란 따지고 보면 재벌이나 사용자들이 환영할 정책이다. 박근혜대통령이 하겠다는 노동개혁은 자본가들은 쌍수로 환영하겠지만 노동자를 비롯한 임금 노동자들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게 된다. 4대부문구조개혁의 민낯을 보자.
노동개혁의 핵심은 임금피크제와 공무원 임금체제 개편이다.
임금피크제란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해주는 대신 급여를 단계적으로 깎는 제도’다. 개편도 ‘고령화 시대에 따라 연공급제보다는 직무·성과급으로 바꾸자’는 것으로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의 4대개혁안 발표가 떨어지기 바쁘게 일 잘하는 공무원이 임금이 50% 더 준다는 성과급제 확대방침 뉴스가 쏟아진다. 임금으로 노동을 통제하겠다는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해 노동자들이 조금씩 양보해 공생하자는 주장이 옳은 말처럼 들린다. 그런데 현재 10대 그룹의 상장사 96개사는 사내유보금만 500조 원을 쌓아놓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모르고 하는 조치일까? 이런 사실로 미루어봐도 ‘60세 정년제가 이들 기업을 한계 상황으로 몰아 청년 채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노동자들에게 지금보다 더 허리띠를 졸라 매라는 이러한 정책이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라는 정책이 어떻게 개혁인가?
노동시장 유연화도 그렇다.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말을 누가 만들었는지 이 말의 뜻은 ‘사용자가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 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마음에 들지 않은 노동자, 노동조합을 만들어 눈에 가시같은 노동자를 자본가나 사용자가 언제든지 해고시킬 수 있는 제도가 어떻게 개혁인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마음놓고 일할 수 있겠는가? 노동환경이 아무리 열악해도 임금이 형편 없어도 노동조합을 만들지도 못하고 자본의 눈치만 보고 살라는데 그게 어떻게 노동자들의 권익을 지킬 수 있는 정책인가?
공공부문 개혁이란 무엇인가? 공공부문이라는 말도 그렇다. 정확하게 말하면 공공부문 민영화다. 입만 벌리면 ‘경제민주화’니 ‘창조경제’를 부르짖지만 알고보면 신자유주의 논리다. 자본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기간산업까지 민간에게 넘겨 주겠다는 민영화정책이다. 철도를 민영화하고 교육과 의료를 민영화하고 수돗물까지 민영화하면 국민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가? 공공부문개혁이란 서민들의 삶을 한계상황으로 밀어붙이는 재벌세상을 만들겠다는 정책 아닌가?
|
<이미지 출처 : 노동과 세계>
|
교육개혁은 어떤가? 내년부터 전국에 자유학기제를 실시한다는 정부가 발표한 교육개혁의 핵심이다.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하면 교육이 살아나는가? 박정희정권 시절 ‘책가방 없는날’을 부활시킨 ‘자유학기제는 실패가 보장된 교육쇼’에 다름 아니다. 일류대학이며 수학능력고사를 그대로 둔채 중학교 한 학기동안 책가방 없이 다닌다고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고 창의적 인재가 길러지는가? 무너진 교육이 살아 나는가? 박대통령이 강조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의 보급‘도 알고 보면 대학구조조정이다. 3포시대를 살아 가는 청년들에게 청년 실업률을 낮추고 능력중심 사회를 구현한다는 ’선취업 후 진학확대정책‘도 따지고 대학민영화의 다른 이름 아닌가? 청년실업률을 낮추려면 ‘노동시간 단축’이나 ‘청년의무고용할당제의 민간기업 적용’ 등으로 풀어야 한다 일류대학 졸업장이 사람의 인격까지 차별화하는 세상에서 자유학기제가 가당키나 한 말인가?
금융개혁은 어떤가? 정부는 “경제 재도약을 위해 금융시스템을 개혁‘해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지만 일자리 창출은 ‘재벌개혁’이나 ‘노동시간 단축’으로 풀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금융시장 수준이 아프리카의 말라위나 우간다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최근 롯데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금융구조는 정부가 경영에 간섭하고 입맛에 맞는 경영진을 골라 왔기 때문이다. 금융개혁의 핵심은 ‘관치의 금융문화’와 ‘왜곡된 소유구조’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왜곡된 관치·소유구조와 지하금융을 방치히면서 어떻게 금융개혁을 하겠다는 것인가? 4대강사업처럼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 줄 4대부문구조개혁은 원점에서 재 검토되어야 한다.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