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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2일 월요일

노종면 실종 한 달, 국민TV에 무슨 일이 있었나


[미오방담] 대중영합주의, 협동조합 언론의 태생적 한계… 진영논리 극복하고 플랫폼 다변화해야
입력 : 2015-02-03  09:41:27   노출 : 2015.02.03  10:44:42

정철운·김도연·조윤호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미디어오늘이 미디어현장을 누비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작정하고 풀어놓기로 했다. 기사화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말한다. 첫 번째 주제는 ‘노종면과 국민TV’다. <편집자 주>
정철운=지난해 국민TV 방송평가 토론회 영상 보니 노종면이 왜 나갔는지 알 것 같더라. 공개적인 자리였는데도 경영진을 향해 “조합원들부터 40억 넘는 돈을 받았는데 독자적인 앱 하나 만들지 못한 허접한 조직”이라고 말하더라.(관련영상 보기) 그때 서영석‧조상운으로 대표되는 경영진과 노종면이 완전히 갈라선 것 같다. 뉴스K가 단독도 여러 번 하고 열심히 했는데 보도를 받는 곳도 없고 하니까…. 무기력한 국민TV 경영진에 환멸을 느낀 거 같다.
조윤호=노종면이 왜 나갔는지 조합원들도 잘 모르더라. 협동조합이 조합원 돈을 받아 운영되는데, 사실상 조합의 주인들이 조합의 사정을 모른다. 뉴스를 이끌던 핵심인력이 나갔는데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다. <관련기사=노종면 국민TV 떠나나…23일 사의 표명>
정철운=‘미디어토크’에서 이 주제를 가지고 한 번 털었는데, 결론이 이상했다. ‘언론인들이 엘리트 의식을 버리라’는 내용이었다. 
조윤호=사실상 노종면을 디스한 거다. 미디어토크 청취자들도 그런 댓글을 많이 달았더라. 
  
▲ 노종면 전 국민TV 방송제작국장. 언론인 노종면이 지난해 12월 국민TV를 떠난 뒤 잠적하며 언론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치열 기자
 
정철운=뉴스K 콘텐츠가 안 팔리는 원인에 대해 유통의 문제와 포맷의 문제로 갈등한 것 같다. 국민TV 내부에선 ‘우리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얘기가 있었는데, 노종면이 일방적으로 무시했다는 주장도 있다. 모든 조직이 그렇지만, 더 있어봤자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되니 나간 거다. 언론계에서 가장 능력 있다고 인정받던 선배다. 노종면이 다시 뉴스타파로 가기도 뭐하고, YTN으로 돌아갈 길도 없고, 본인의 앞날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 입장을 들을 수가 없으니…. 
조윤호=노종면이란 언론계의 귀한 자산을 잃어버리게 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전화도 끊고, SNS 계정도 없앤 걸 보면 언론운동 판에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도연=노종면은 언론 비평에 큰 관심이 있던 사람이다. 용가리통뼈뉴스는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그렇게 비평 영역에 다시 복귀하지 않을까. 쉽게 이 판을 떠나진 않을 것 같다. 다만 복귀한다면 국민TV와의 갈등은 어느 정도 풀어야 할 것이다. 제작진과 소통 없이 나갔으니까. 당분간은 꽤 오랜 시간 칩거하겠지만 돌아오면 또 역할이 있을 거다. 
뉴스K의 패인, 손석희와 김어준 평전?
  
▲ 국민TV '김어준 평전'.
 
김도연=민동기 미디어오늘 국장이 국민TV 방송평가 토론회 자리에서 “미디어오늘 기자들도 뉴스K 안 본다”고 하니까 노종면이 “미디어오늘 기자들 혼내야 한다”고 했다.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이 드나 손석희 뉴스에 더 주목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정철운=뉴스K가 잘 안 된 건 손석희 JTBC뉴스 영향도 있다. 손석희 뉴스를 보는 게 더 편하고 공신력도 있으니까…. 뉴스K가 제3지대에서 대안매체로 클 수 있었는데 손석희 뉴스란 변수가 나타났고, 진보성향 시청자에게 외면 받은 것 같다. JTBC는 다음과 네이버에서 생중계됐는데 뉴스K는 볼 수 있는 통로가 팟빵과 유튜브 정도였다. 팟빵을 아는 일반 시청자는 별로 없다. 접근성에서 불편할 수밖에 없다.
조윤호=JTBC에 손석희가 있다면, 뉴스K에는 노종면이 있다는 식의 상징성이 있었는데, 노종면이 나갔다. 결국 국민TV가 진영논리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철운=뉴스K가 포맷을 바꾸게 되면 뉴스가 길어질 텐데, 평론이 들어갈 거고 종편 식으로 바뀔 확률이 높다. 라디오 편성도 ‘서영석 타임스’나 과거 ‘김어준 평전’ 같은 걸 보면 대안언론에 목말랐던 사람들이 바랐던 편성은 아닌 것 같다.
김도연=국민TV는 출발이 애매했다. 뉴스타파는 탐사라는 확고한 영역이 있었는데, 국민TV는 처음에 조합원 모집할 때 ‘TV가 필요하다’는 당위가 매체 설립의 목적을 압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들이 어떠한 부문에 장단이 있는지 파악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조윤호=국민TV는 나쁘게 말하면 이류의 느낌이 난다. 대안언론이 일시적으로 관심을 끌 순 있지만 이류로는 계속 갈 수 없다. 국민TV는 주로 보수진영을 희화화하는 내용을 킬러콘텐츠로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다보니 전통적인 의미의 ‘언론’이라는 느낌은 나지 않는다. 
김도연=국민TV에 바라는 게 있다면, 자신들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대중 영합주의적인 측면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김어준 평전은 조합원들끼리 만족할 수 있겠지만 진짜 언론의 모습은 아니지 않나. 지금이 다시 대안언론의 방향을 되돌아볼 시점이다. <관련기사=‘나꼼수 방송’ 시선부터 노종면 기자 영입까지>
조윤호=20대 입장에서 말하면 국민TV 특유의 유머코드가 재미없다. 딴지일보 류의 유머코드랄까. 30~40대 아저씨들한테는 잘 먹힐지 몰라도 젊은 사람한테는 별로 재미없는 것 같다. 나꼼수도 주진우는 팩트가 있어서 재미있게 들었는데 나꼼수의 유머코드는 재미가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런 게 도배를 해버리니…. 김어준 평전도 그렇고…. 
대안언론, 솔직히 뉴스타파 말고는 모르겠다 
정철운=대안언론 가운데 뉴스타파는 생존할 것 같다. 수익기반도 탄탄하고, 분야도 명확하다. 취재력도 있다. 나머지 대안언론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 뉴스K 화면 갈무리.
 
조윤호=뉴스타파의 경우 기사를 보면 기사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국민TV는 보고나면 내용보다 사람이 더 기억에 남는다. 내용보다는 누가 이걸 했구나, 라는 게 더 강하게 남는다. 기사 그 자체의 질보다는 그곳의 사람들이 국민TV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게 큰 한계일 수 있다. 
정철운=팟빵 중심의 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노종면의 주장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팟빵을 잘 모른다. 반면 국민TV 대다수 성원은 팟빵에 익숙하다. 그래서 아마 따로 앱을 만들자는 얘기는 와 닿지 않았을 거다. 뉴스타파의 소비방식은 팟빵이 아니다. 페이스북이나 앱을 타고 보는 경우가 많다. SNS로 뉴스 소비 중심이 이동한 현재, 뉴스타파 방식이 유리하다. 국민TV 콘텐츠는 SNS를 통한 노출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보는 사람만 보는 것 같다. 
김도연=뉴스타파도 어려움이 있다. 주 콘텐츠가 영상이기 때문에 텍스트보다 쉽게 공유되기 어렵다. 모든 게 수용자 손바닥에서 이뤄지는 데, 스크롤 몇 번 내려서 기사를 읽는 게 영상을 한참 보고 있는 것보다는 쉽다. 쉬운 내용을 담은 영상물도 아니잖나. 뉴스K도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은 것이겠고. 물론, 라디오 장점도 있는데, 단점도 명확하다. 고정 청취자, 충성도 높은 청취자에게만 어필하게 된다. 거기에 안주하겠다면 할 말은 없는데, 영향력을 지닌 언론이 되기는 어려울 거다.
정철운=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뉴스였다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무료로 풀었다. 좋은 뉴스를 비조합원에게 많이 유통시키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매일 열심히 했는데 반응이 없으니 노종면도 답답했을 거다. 
조윤호=일정 부분 포맷을 바꾸자는 의견도 맞는 것 같다. 차라리 포맷을 바꿔서 잘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는 의견이니까. 그런데 이게 딜레마다. 지금 이대로라면 사람들이 안 보는데, 형식을 바꾸면 진보진영의 종편으로 인식될 수도 있으니까. 근본적으로는 단독과 기획보도를 계속적으로 발굴할 능력이 안 되는 문제다.
김도연=뉴스K는 시작부터 헛발질을 크게 했다. 조선일보 오보를 주장했는데 뉴스K 오보였다. 그거 보는데 참 마음이 아팠다. 괜찮은 보도도 많이 한 것도 사실이다. 문창극 교회 영상을 KBS 단독으로 알고 있는데, 뉴스K도 당일 보도했다. 또 수원대 이인수 총장 해임을 촉구하는 교수가 교직원에게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는데, ‘왜 다른 방송에서는 못 봤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일반 언론이라면 내보내기 어려운 내용을 보도한 성과도 있다. 부각이 잘 안 됐다. <관련기사=노종면, “뉴스K 수준 기대 이상… 불공정 공영방송에 자극 주겠다>
조윤호=뉴스타파는 권은희 보도로 작년에 회원이 수백 명 나갔다. 비슷한 걸 국민TV가 했으면 조합원이 더 많이 나가지 않았을까. 국민TV내부 성원들이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자고 해서 벗어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조합원의 성향이란 게 있다. 어떤 조합원은 뉴스K 댓글에 새누리당 입장은 아예 받아줄 필요 없다고 하더라. 돈을 주는 조합원의 요구나 성향도 반영할 수밖에 없을 거다. 결국에 언젠가 한 번은 선택해야 한다. 뉴스타파도 권은희 보도를 통해 한 번 털어내고 간 거다. 공정해보이려고 권은희 깐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그걸로 어느 정도 (진영언론이란 비판을) 정리했다. 국민TV도 그런 보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관련기사=국민TV, “우리는 스마트 종편으로 간다”>
 
김도연=대안 언론을 소비하는 이들은 ‘빅텐트’를 이야기하곤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저 거대 세력에 맞서기 위해선 진보 성향의 매체들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얘기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전형적으로 언론을 ‘도구’로 보는 관점 아닌가. 특정 정파의 승리를 위해. 언론은 외부에서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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