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에 '3000명' 최대 인파
"얼마가 들어도 무조건 인양해야"
▲ 팽목항 가득 메운 인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05일째인 도보순례로 14일 오후 진도 팽목항에 도착한 세월호 가족과 시민들 3천 여명이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선체 인양, 실종자 수색'을 촉구하는 문화제를 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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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홉명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05일째인 14일 진도 팽목항에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9명의 이름이 불밝힌 등대 아래 나부끼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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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3000여 명이 14일 오후 진도 팽목항을 꽉 채웠다. 세월호 참사 이후 '팽목항 최대 인파'를 기록했던 지난해 10월 '기다림의 버스' 행사(관련기사: 김제동, 팽목항 찾아 눈물... "대통령 사랑해달라") 때보다 3배 더 많은 숫자다.
이날 팽목항을 꽉 메운 이들은 19박 20일 동안 약 500km의 거리를 버틴 세월호 도보행진단과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안산을 출발한 세월호 도보행진단(관련기사: "전두환 때도 이러진 않았다" 세월호 유족, 팽목항까지 20일 행진)이 이날 오후 4시 종착지인 팽목항에 도착했다. 이날 오전 8시 진도군청을 출발한 행진단은 8시간을 걸어 도보행진을 마무리했다.
▲ "은화 엄마, 기운내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05일째인 14일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가 도보순례로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다. 마중나와 있던 지인을 껴안고서 흐느껴 울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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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픈 '다윤 엄마'도 함께한 순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05일째인 14일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앞)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세월호 가족들의 도보순례에 참여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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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단은 팽목항에 도착 직후, 곧바로 '진실규명을 위한 세월호 인양촉구 팽목항 범국민대회'에 참여했다. 범국민대회에는 지역, 성별, 나이를 불문한 유가족·실종자 가족·시민들이 참석해 "온전한 선체 인양을 통한 실종자 수습,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을 정부에 요구했다.
범국민대회 사회를 맡은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인양 비용이 얼마인지 아나?"라고 물으며 "숫자를 말하는 분들은 다 틀렸다. 사람을 존중한다면 얼마가 들어가든 무조건 해야 하는 게 세월호 인양이다"고 말했다.
도보행진부터 범국민대회까지 함께 한 정봉주 전 의원은 "4월 16일 직후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한 국민들이 지금은 세월호를 잊은 채 '이제 그만하라'고 질타한다"며 "(진상 규명을 피하는 박근혜 정부) 그들이 질긴지 우리가 질긴지 알아 보기 위해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시길 호소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실종자 가족 '눈물의 호소'
▲ 도보로 팽목항 도착한 세월호 가족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05일째인 도보순례로 14일 오후 진도 팽목항에 도착한 세월호 가족들이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선체 인양, 실종자 수색'을 촉구하는 문화제에 참여해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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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지는 팽목항에 모인 가족과 시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05일째인 도보순례로 14일 오후 진도 팽목항에 도착한 세월호 가족과 시민들 3천 여명이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선체 인양, 실종자 수색'을 촉구하는 문화제를 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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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범국민대회는 문규현 신부의 절규로 시작됐다. 문 신부는 "오늘 세월호 참사 실종자들이 아직 기다리고 있는 사고 현장에 다녀왔다"며 "우리가 다함께 실종자 9명을 크게 부르면 반드시 돌아올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종자 9명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이영숙님, 권재근님, 어린 (권)혁규야, (박)영인아, (허)다윤아, (남)현철아, (조)은화야, 고창석 선생님, 양승진 선생님!"
지난달 26일부터 도보순례에 나서 이날 범국민대회까지 함께한 유가족들은 범국민대회 무대에 올라 발언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우리 근형이는 착하고 정말 말을 잘 들어서…. 그래서 우리 근형이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제가 잘못 가르쳤나 봅니다. 국민 여러분이 이 못난 아버지를 도와주십시오.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실종자들을 가족 품으로 돌려주고, 희생자들이 왜 죽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을 할 수 있게, 그래서 못난 아버지가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 단원고 고 이근형군의 아버지
"눈물을 흘리며 걸었습니다. 다리도, 허리도 아팠습니다. 근데 제 아이의 고통에 비하면 제 아픔은 아무 것도 아니겠죠. 한이 맺혀 죽고싶어도 죽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직도 제 아이가 엄마 이름을 부르며 왜 하늘의 별이 됐는지 모릅니다. 이 나라가, 이 정부가 제 아이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여러분, 진실이 인양될 때까지 함께 해주십시오."
- 단원고 고 허재강군의 어머니
유가족들의 '눈물의 호소'에 무대 아래 있던 범국민대회 참석자들은 "울지 마세요" "힘내세요"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일부 시민들은 유가족과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고 박예슬양의 아버지는 "오늘 함께해준 여러분이 청와대 있는 분보다, 국회에 있는 의원들보다 훨씬 훌륭합니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길게 늘어진 진도군청 앞 '세월호 도보행진' 행렬 지난달 26일 안산을 출발한 세월호 도보행진단이 14일 오후 4시 종착지인 팽목항에 도착했다. 이날 오전 8시 진도군청을 출발한 행진단은 8시간을 걸어 도보행진을 마무리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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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어서 팽목항까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05일째인 도보순례로 14일 오후 진도 팽목항에 도착한 세월호 가족들이 '세월호 진상규명과 온전한 선체 인양, 실종자 수색'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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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찾은 문재인 "정치 제 역할 못해 송구... 세월호 반드시 인양"
참사 후 305일째, 아직 딸을 찾지 못한 이금희(단원고 실종자 조은화양의 어머니)씨의 발언에도 애절함이 묻어났다. "범국민대회 직전에 사고 현장에 다녀왔다"고 운을 뗀 이씨는 "가서 우는 것 외엔 아무 것도 못하고, 혼자 돌아왔다"며 눈물을 흘렸다(관련기사 : 저 멀리 노란 부표가... 엄마는 다시 배 위에 쓰러졌다).
"4월 16일 사고가 났을 때 '전원 구조했다'는 말만 믿고 내려왔습니다. 우리 딸 살아있는 줄 알고, 젖은 옷 갈아 입힐려고 내려왔어요. 근데 305일이 됐는데 아직 못 돌아왔습니다. 제가 이런 일을 겪을 줄 알았겠습니까. (은화가) 신나게 엉덩이 흔들며 수학여행을 떠났는데 이런 일을 겪을 줄 알았겠습니까. 국민 여러분, 누구나 닥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실종자 수습, 세월호 인양, 진상 규명을 위해 도와주십시오. 그게 우리나라 안전의 기초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유가족 합창단은 참사 희생자 추모곡을 부르기도 했다. 노랫말에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 팽목항 방문한 문재인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4일 오후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헌화한 뒤 유가족들과 함께 분향소를 나서고 있다. 팽목항 방문에 오영식 최고위원, 김영록 수석대변인, 이낙연 전남도지사도 함께 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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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팽목서 만난 아이와 잡은 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05일째인 14일 오후 진도 팽목항을 방문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하는 문화제로 발걸음을 옮기던 한 아이와 인사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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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취임 후 첫 지방 일정에 팽목항을 포함시켜 이날 범국민대회 직전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다. 만남에 앞서 진도 팽목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문 대표는 영정 앞에 국화꽃을 놓은 뒤 휴지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는 "정치가 해결해야 할 일을 (우리가) 제대로 못해 유가족 분들을 걷게 만들어 송구하다"며 "세월호는 반드시 인양해야 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유가족·실종자 가족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을 만나서도 "새 지도부가 들어섰으니 당내 세월호 관련 대책위원회를 복원해 특별조사위원회, 인양, 배·보상 대책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표는 진도군청에서 이동진 진도군수를 만나 "참사 수습 과정에서 진도군민의 고생이 많았다"며 "어민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 "도와달라" 울부짖은 은화 엄마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05일째인 14일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왼쪽에서 세번째)가 진도 팽목항에서 시민들과 함께 한 문화제에서 "제발 도와달라"며 울부짖고 있다. 오른쪽은 문규현 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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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팽목항에 나부끼는 아홉 이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05일째인 14일 진도 팽목항에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9명의 이름이 불밝힌 등대 아래 나부끼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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