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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7일 화요일

4개 부처 부분개각… 그 내면을 본다

박근혜 특유의 고집스런 인사 시스템인 일단 버텨보자는 행태의 연속
임두만 | 2015-02-17 16:03:09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이완구 총리가 간신히 인준을 받은 다음 날 박근혜 대통령은 4개 부처 장관급 인사를 발표하는 부분개각을 단행했다. 그러나 국민적 관심사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교체는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런 인사는 박근혜 특유의 고집스런 인사 시스템인 일단 버텨보자는 행태의 연속으로 보인다.
일단 이날 개각에서 신임 통일부 장관에는 홍용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통일비서관이 임명되었다. 홍용표 내정자는 서울출신으로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학 박사이며 한양대 교수를 지냈다. 통일연구원의 연구원을 지낸 뒤 민주평통자문위 상임위원, 대통령직 인수위 외교·국방·통일 분야 실무위원을 역임했다. 그리고 이어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냈으므로 박근혜식 통일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임으론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이 내정되었다. 서울출신인 유 의원은 예전 민한당 총재인 유치송씨의 아들로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출신의 여당 내 정책통이다. 한국 조세연구원장을 지낸 재벌위주의 세수정책을 지지하는 전형적인 보수진영 경제 테크노크라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 따라서 부동산정책을 통한 경제활성화를 노리는 최경환 경제팀에서 원하는 장관후보로 볼 수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로는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이 내정됐다. 서울법대 법학과 졸업하고 사시에 합격했으나 유신독재 반대시위에 참가했다가 정학처분을 받은 일로 판사의 꿈을 접고 변호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후 미국 뉴욕대 로스쿨에서 해양법을 전공, 국내에서 손꼽히는 해양법학자로 통한다. 재미있는 것은 박근혜의 부친 박정희가 단행한 유신을 반대한 학생운동권 출신이 정치권에 입문하여 친박계 핵심이 되었고, 장관후보로까지 내정된 점이다.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로는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내정됐다. 임 내정자는 행시(24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1차관과 국무총리실 실장(장관급)을 지낸 뒤, NH농협금융지주 회장직을 맡아왔다. 전남 보성출신인데 특이하게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요직에 중용되고 있다.
한편 이번 유일호, 유기준 장관 내정자의 합류로 박근혜 정부 내각에서 현역 여당 의원 출신은 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완구 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김희정 여성장관 등 4명에다 유일호, 유기준 내정자가 추가된 것이다. 이는 어렵지만 이완구까지 인준을 받은 것에서 나타나듯 현역불패의 사례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현역을 선호한 때문으로 보이는데 이들이 모두 잡음 없이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또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박근혜 정부에서 2세 정치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은 2공화국에서 민의원을 지낸 김용주씨이며, 유승민 원내대표는 5공화국 시절 민정당 실력자를 지낸 유수호 의원의 아들이다.
수원에서 4선 의원을 지낸 뒤 경기도지사가 된 남경필 지사의 부친은 민정당 시절 3선 의원을 지내다가 임기 중 사망한 남평우씨이며, 새누리당 정책위부위원장인 김세연 의원은 5선의 김진재 전 국회 부의장 아들이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포기발언의 불씨를 낳게 하는 등 비판의 한 가운데 섰으며 이번에 이완구 청문특위 여당 측 간사였던 정문헌 의원의 부친은 정재철 전 의원이다.
그런데 정 전 의원은 3공 당시 실력자인 이후락의 비호로 산업은행 부총재를 지낸 뒤 한일은행장을 역임했다는 말을 들었다. 특히 그는 5공 출범과 함께 정계에 입문하여, 국회재무위원장, 예결위원장을 지내는 등 중진급 정치인이 되었으나 한보비리에 연루되어 고초를 겪다가 2003년 정계에서 은퇴했다.
그리고 이들 외에도 정운갑 전 의원의 아들인 정우택 전 충북도지사, 허주 김윤환 전 의원이 동생이자 김동석 전 의원의 아들인 김태환 의원, 서종철 전 국방부 장관의 아들인 서승환 현 국토부 장관 등도 박근혜 정부에서 손꼽을 수 있는 2세들일 것이다. 따라서 서승환 장관이 그렇듯이 유일호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가 매우 주목되고 있다. 그의 후보 내정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 측이 그의 경제관을 두고 벌써부터 맹공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이완구를 보거나 이번에 내정한 장관 후보자를 보거나 “적재적소에 훌륭한 인물을 등용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 특히 책임총리 운운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 통합에 앞장서겠다는 이완구 총리가 임명된 첫날 박근혜식 인사발표가 나오므로 이완구 또한 허수아비 총리라는 것을 박근혜 스스로 실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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