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남지 않을까..."
세월호 아빠의 새해 소원은?
15.02.21 21:31
최종 업데이트 15.02.22 01:02
▲ 세월호 유가족을 대표한 '민우 아빠' 이종철씨(왼쪽)와 '영석 아빠' 오병환씨가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열린 설맞이 촛불문화제에서 새해 소원지를 낭독한 뒤 촛불에 태우고 있다. | |
ⓒ 김시연 |
차가운 빗줄기도 세월호 가족들의 불타는 염원을 꺼뜨리진 못했다. 설 연휴 막바지인 21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농성장에선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주말 촛불 문화제가 어김없이 열렸다.
꽉막힌 귀경 행렬을 뚫고 광화문을 찾은 100명 남짓한 시민들은 저마다 노란색 소원지에 자신들의 새해 소망을 담아 불태웠다. 내용은 조금씩 달랐지만 세월호 완전 인양,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남은 실종자가 하루빨리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은 한결 같았다.
"정부·정치권·언론 거짓 일관... 새해엔 진실 밝혀지길"
세월호 유가족을 대표한 '민우 아빠' 이종철씨와 '영석 아빠' 오병환씨는 "2015년 새해가 왔지만 아무 것도 밝혀진 게 없다"면서 "세월호 진실이 밝혀지도록 국민들이 뜻을 모아 달라"고 소망했다.
"세월호 진실 규명은 우리들의 소원입니다. 실종자 완전 수습, 세월호 완전한 인양, 철저한 진상 규명. 2014년 4월 16일, 2015년으로 해가 바뀌었지만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습니다. 분명한 건 정부와 정치권, 언론 누군가는 참사 당시부터 계속 거짓으로 일관하며 무엇인가 감추려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밝혀야 할 분명한 건 우리 아이들이 지난해 4월 16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죽어야만 했는지 입니다. 지난해 600만 명의 서명과 3만 명의 국민 단식으로 확인한 것처럼 세월호 진실 규명은 모든 국민들의 한결같은 간절한 바람입니다. 2015년 새해에는 기필코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도록 국민들이 뜻과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민우 아빠 영석이 아빠가."
특히 오병환씨는 "언젠가는 광화문에 우리 둘만 남지 않을까 얘기하곤 한다"면서도 "국민들이 우리를 잊지 않고 따라 준다면 민우 아빠와 나는 가지 않는다, 우리가 힘이 빠지지 않도록 끝까지 도와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세월호 가족 위한 힐링 콘서트...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엄마 아빠"
이날 한 시간 넘게 진행된 촛불 문화제는 자식을 잃고 300여 일 넘게 투쟁해온 세월호 엄마 아빠를 위한 '힐링 콘서트'였다.
고3 시절부터 세월호 농성장을 찾아 '영석 아빠' 오병환씨와 친해졌다는 장한나(20, 여)씨는 오씨가 좋아한다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연이어 불렀다. 특히 장씨는 떠나간 연인을 그리는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가사가 자식을 잃은 자신들의 심정과 똑같다고 했다는 오씨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열린 설맞이 촛불문화제에서 장한나(20)씨가 세월호 엄마 아빠들에게 바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 |
ⓒ 김시연 |
세월호 엄마들을 위한 노래도 빠뜨리지 않았다. 장씨는 '엄마도 아리따웠던 때가 있었겠지, 그 모든 걸 다 버리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라는 노래 가사에서 청와대 앞 청운동 농성장과 광주 재판 현장에서 만난 세월호 엄마들 모습이 떠올랐다며 '엄마로 산다는 것은'(SBS 'K팝스타4' 출연자 이설아 자작곡)을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2월 한 달간 '농성장 지킴이'를 자청한 대학생 가수 최믿음씨도 에릭 클랩튼의 '티어스 인 헤븐(Tears in heaven)'에 이어 자작곡인 '마음아 너는 어디로'와 '그대 빛나는 사람'으로 참가자들의 마음을 달랬다.
최씨는 "한 달 전 농성장에서 처음 공연하고 나서 매일 공연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민우 아빠에게 겨울이라 농성장을 지킬 사람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거의 매일 농성장에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오병환씨는 "오늘 비가 와서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설 쇠고 우리 걱정해서 많이 온거죠"라고 묻고는 "덕분에 힘이 난다, 올해 제대로 싸워보겠다"고 다짐했다. 촛불 문화제를 마친 참가자 50여 명은 비를 맞으면서도 소원지를 태운 촛불을 든 채 인사동까지 '달빛 행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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