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재기씨 부인이 기자회견에서 유족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준비해온 원고를 읽는 도중 혈압이 올라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오열하며 읽고 있다.ⓒ김주형 기자
제가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몰라서 몇 자 적어왔습니다.
김재기 대의원은 저의 남편입니다.
고2 올라가는 아들과 중2 올라가는 딸아이의 아빠입니다.
그런데 제 남편은 열사가 되었습니다.
무슨 분노가 그리 컸는지, 제 남편은 제 딸에게 “엄마 말 잘 들어라” 울먹이는 말을 끝으로 자신의 몸에 불을 당겼습니다.
평소에 싫은 소리 한 마디 안 했고, 늘 잘했다는 소리만 했던, 성실하디 성실한 저의 남편은 너무나 엄청나고 모질게 자신의 목숨을 바쳤습니다.
저는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20년을 넘게 가정보다는 회사라며 다녔던 이 사람을, 회사가 죽음으로 몰아냈다는 것을 뒤늦게사 크게 깨달았습니다. 생전에도 회사가 표적삼아 나를 잡으려 한다, 사장이 나를 죽이려 한다, 이렇게 말하면서 너무나 힘들어 하였습니다.
그런데 사장은 우리가 피눈물 쏟으며 보냈던 설명절. 남편이 죽은지 5일만에 나타나서 왜 죽었는지, 회사에 책임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조사해 보겠다고 합니다. 아빠를 잃은 아이들 앞에서, 유족들 앞에서 사장은 우리를 우롱했습니다. 연기를 했습니다.
저는 모질게 마음 먹었습니다.
제 남편이 남긴 유서대로, 남편이 하던 싸움을 이제부터는 제가 할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김재기의 마음으로 할 겁니다. 그의 유서대로 이루어주지 않으면 편히 잠들지 못하고 저 세상에서도 잠못들고 싸운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마음을 조금은 알겠습니다. 노동자가 왜 그렇게 억울했는지, 왜 그렇게 분노하고 싸웠는지 조금은 알게 됐습니다. 남편이 분신했다는 말을 듣고 충격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부부싸움 때문에 분신했다는 기사가 났고 아직도 그 기사가 버젓이 남아 있습니다. 옥상에서 투신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그렇게 애타게 찾았던 핸드폰은 경찰이 갖고 있으면서 가족에게 말 한 마디 안했습니다. 우리 남편이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이런 분노였겠구나 했습니다.
남편이 남긴 뜻을 꼭 이루고 싶습니다. 나쁜 도급을 없애라고 했습니다. 유서대로 이루어 주겠습니다. 아빠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사람이었는지, 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따라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길도 아닙니다.
저희에게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제 남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저희 유족들에게 힘과 용기를 모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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