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2.06 18:56l최종 업데이트 15.02.06 18:56l
▲ 당원들에 인사하는 문재인·이인영·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당권주자로 나선 문재인·이인영·박지원(기호순) 후보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특별시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 최고위원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손잡고 당원들에 인사하고 있다. | |
ⓒ 남소연 |
새정치민주연합의 새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달 10일부터 시작된 선거운동이 이제 막을 내리게 됩니다. 지역마다 투표결과가 바로 나왔던 지난 경선과 달리 하루에 모든 게 치러지는 '원샷 경선'이라 흥행이 다소 부진했던 건 사실입니다. 여전히 '누가 새 대표가 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지만 결전의 날이 다가올수록 '새 지도부는 어떤 행보를 할 것인가'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이슈가 된 새정치연합 신임 지도부의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지 참배 여부도 같은 사례입니다. 지난 5일 새정치연합은 오는 8일에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리는 전당대회 식순 일정을 배포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선출된 다음날 첫 일정이 무엇이 될지 주목받았습니다. 그동안 새로운 지도부가 세워지면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순국선열과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었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현충원 일정이 첫 번째입니다.
박정희 묘역 참배를 둘러싼 새정치연합의 딜레마
문제는 새정치연합이 그동안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를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독재정치를 펼친 두 정권을 기리는 건 '민주화'를 상징처럼 여기는 새정치연합에는 '금기'처럼 여겨져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중도노선'이 강조되면서 두 전 대통령에게 참배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역사적 화해를 위해 참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목소리가 절정에 이르렀던 것은 지난 2012년 대선 때입니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모두 찾는 것은 물론이고 청계천에 '전태일 동상'까지 방문하면서 '국민통합'의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에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도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해야 한다고 요구받았습니다. 당시 문 후보는 참배에 거부 의사를 표하며 이렇게 답했죠.
"권위주의 체제로 고통을 주고 인권을 유린한 정치세력이 과거에 대해 진정한 반성을 하면 제가 제일 먼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고 참배할 것입니다. 새누리당의 전신은 민정당, 민정당의 전신은 공화당이고 군부독재의 권력을 뒷받침한 공화당과 민정당이 이름을 바꿔 새누리당이 아닙니까? 피해자가 잊는다고 해서 그게 반성이 되겠습니까? 진정한 반성이 있어야 진정한 통합을 이룰 수 있습니다."
사실상 박근혜 후보에게 지난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는 없었습니다. 결국 문 후보의 묘역 참배는 없었습니다. 이후 민주당은 대선에 패배했고, 김한길 지도부가 새로 당을 이끌게 됐습니다. 김 전 대표 역시 당선 직후 현충원을 찾았고, 이번에는 두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당선된 최고위원들의 반대로 현장에서 발길을 돌렸다고 전해집니다.
새정치연합 인사들 가운데 두 전 대통령의 묘역을 이미 참배한 인사도 있습니다. 바로 안철수 전 대표인데요, 지난해 1월로 당시 민주당과 통합하기 전이었습니다. 당시 '중도'를 표방하며 '제3지대'에서 신당창당을 추진하고 있던 안 전 대표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는 일명 '참배 정치' 행보를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도 민주당과 통합해 현재의 새정치연합에 몸 담게 된 후로는 두 묘역을 찾은 적이 없습니다.
문제인 "가능", 박지원 "긍정", 이인영 "고민"
▲ 안철수 의원이 지난 2014년 1월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다시 시간이 흘러 이제 두 전 대통령의 묘역 참배 이슈가 새정치연합 신임 지도부 앞에 왔습니다. 여기에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힘을 쓰고 있다고 하는데요, "나는 아직 용기가 없지만, 이런 것은 우리 세대에서 끝내야 한다"라며 "다음 당 대표가 누가 됐든 첫날 공식 일정으로 참배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위원장이 임기를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차기 지도부에 참배를 주문하고 있는 걸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당권 주자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5일자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는 "(박 전 대통령 등의 묘역 참배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당락과 관계없이 당의 구성원으로서 참배에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대선 때보다는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박지원 후보 역시 "긍정적으로 열린 마음"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인영 후보만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를 놓고 누리꾼들의 반응은 분명하게 엇갈립니다. 독재자 묘역에 가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이제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 과거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합니다. 지지층에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이 많이 감지됩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두 전 대통령의 묘역이 아니라 '전태일 동상'이나 진도까지 행진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러 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오마이뉴스> 독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제는 새정치연합 신임 지도부가 두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해도 된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앞으로도 참배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또 신임 지도부가 꼭 찾아가야 할 곳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꼭 방문해야 할 곳을 그들이 잊고 있다면 말해줄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이 기사에 댓글로 달거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댓글로 달아주시면 8일 전당대회 직후 의견을 모아 '새정치연합 새지도부, 여기로 가라'라는 기사로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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