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국방부 정책실의 북한정책과 직원들이 집에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바쁘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북한 전문가인 백승주 차관이 연일 북한정책과와 회의를 한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이와 유사한 분위기를 저는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하반기에도 겪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국방부는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에 맞춰 소위 ‘나들섬 구상’이란 걸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하였습니다. 한반도 운하의 출발점인 임진강 하구의 나들섬을 남과 북이 공동으로 개발하면 수조 원에 달하는 골재 채취 이익이 생기게 됩니다. 그 이익을 남과 북이 나눠가지면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대운하의 시작도 순조롭게 되는 양수겸장의 효과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국방부가 이런 구상을 주도적으로 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남북관계의 채널이 다 마비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북 군사회담 채널만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유일하게 북한을 접촉하는 창구로서 국방부의 남북관계에서 지분이 확대되었고, 그 기세로 아예 남북관계까지 주도해보자는 수준에 이른 것입니다. 이 당시 국방부 관계자를 만나면 남북관계를 낙관하는 전망이 많아서 크게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나들섬 구상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지금 분위기가 어쩐지 그 당시와 유사하다는 겁니다.
근거는 또 있습니다. 지난 1월 19일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 보훈처 등 4개 부처 합동 대통령 업무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날 국방부 업무보고는 뒷전으로 밀리고 통일부가 업무보고 전반을 지배하였습니다. 보고가 있기 직전에 국방부는 애초 계획된 업무 보고서를 대폭 손질하여 북한의 위협이 부각되지 않도록 수정하였습니다. 이것이 통일부 업무보고에 ‘코드’를 맞추기 위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에 모종의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국방부가 이런 구상을 주도적으로 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남북관계의 채널이 다 마비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북 군사회담 채널만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유일하게 북한을 접촉하는 창구로서 국방부의 남북관계에서 지분이 확대되었고, 그 기세로 아예 남북관계까지 주도해보자는 수준에 이른 것입니다. 이 당시 국방부 관계자를 만나면 남북관계를 낙관하는 전망이 많아서 크게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나들섬 구상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지금 분위기가 어쩐지 그 당시와 유사하다는 겁니다.
근거는 또 있습니다. 지난 1월 19일 국방부 통일부 외교부 보훈처 등 4개 부처 합동 대통령 업무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날 국방부 업무보고는 뒷전으로 밀리고 통일부가 업무보고 전반을 지배하였습니다. 보고가 있기 직전에 국방부는 애초 계획된 업무 보고서를 대폭 손질하여 북한의 위협이 부각되지 않도록 수정하였습니다. 이것이 통일부 업무보고에 ‘코드’를 맞추기 위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에 모종의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대통령 회고록 소동
그런데 2월 6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최근 발매된 이명박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 대해 직설적인 어조로 비판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회고록에 남북 정상회담 관련 비사가 실린 데 대해 “안다고 다 말하나”며 현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입니다. 전-현직 정권의 갈등이 조성될 수 있는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이와 같은 비판을 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게다가 회고록이 발매된 1월 말에 청와대가 남북관계의 비밀 내용이 회고록에 실려 있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난 이후 잇달아 비판하고 나선 것입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우선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이 과연 현 정부에 어떤 부담이 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부 언론은 MB 회고록이 북한 내 대남 담당 관계자의 신변에 화를 미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매우 우려할 만한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MB 회고록은 남북 비밀접촉 전 과정에서 북한 쪽 인사를 하대하고 홀대하고 무시하는 장면을 수도 없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비밀 접촉의 당사자들은 남한과 접촉할 때의 행적에 대해 북한 당국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전 사례를 보면 장성택의 경우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 남쪽에 내려와 “행실이 바르지 못했다”며 한 때 숙청되었다가 재기한 후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민족반역죄로 처형당한 것입니다. 류경 보위부 부부장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유로 처형되었다고 합니다.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류경은 귀국 후 서울 방문 시 자신의 행적을 담은 보고서를 성실하게 쓰지 않았고, 이 때문에 남쪽 인사들과 내통하는 것 아니냐는 반역행위 혐의가 덧씌워졌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에 남북 접촉의 창구였던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의 경우도 이명박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에 나설 것으로 인식했던 대화파이지만 정세 오판의 책임을 추궁당하여 처형된 것으로 남쪽 정보기관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모두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일입니다.
그나마 남쪽과 대화를 성사시켜보겠다고 온 이들은 남쪽에 말 한마디라도 실수하면 돌아가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대남 강경파에 의해 숙청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북관계가 더 경색되고 우리는 다시 안보비용이 높아집니다. MB의 대북정책은 그들이 소위 말하는 종북세력 청산에 그치지 않고 북한의 종남세력 처형이라는 뜻밖의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회고록 발간 이후 일부 언론은 남쪽과 접촉한 대남통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안위까지 거론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종남세력 몰락
북한을 제대로 압박하고 망신을 주었다는 MB의 회고록 내용은 북한을 혐오하는 사람들에게는 속을 후련하게 했을지 모릅니다. 또한 북한 정권이 숙청한 것이 왜 우리 탓이냐고 반문할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참으로 속 좁은 단견입니다. 그렇다면 아예 남북관계의 문을 완전히 걸어 잠그고 비밀 회담이니 막후접촉이니 이런 것을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닙니까? 만나놓고 그 내막을 다 까발리는 식으로 모욕을 주는 회고록을 쓸 바에야 그 때 만나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그 때문에 여럿이 죽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국가에 외교는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외교는 더 위험한 무기가 되어 돌아옵니다. 이것이 현 정부가 남북대화를 추진할 수 없는 이유가 됩니다. 이렇게 까발리는데 북한과 대화가 되겠습니까?
국방부 입장도 가만히 보면 복잡합니다. 올해는 경북 문경에서 세계 군인체육대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국방부는 여기에 북한 인민군을 초청하겠다는 입장이고, 이를 계기로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작년부터 조심스럽게 모색해 왔습니다. 언제는 “북한이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했던 국방부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마치 북한과 평화협정이라도 체결할 것처럼 움직입니다. 그렇다면 더 궁금해집니다. 북한과 대화를 하기 위한 준비된 철학과 비전, 전략이 무엇이냐는 거죠. 지난 정부에서 남북 비밀접촉을 추진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제 와서 저렇게 북한을 망신과 모멸감을 주는 대화록을 펴냈는데 과연 지금 정부는 다르냐는 겁니다.
국방장관 회담 열리나?
나들섬 구상도 좋고 세계 군인체육대회도 좋지만 그런 이벤트성 대화로는 사태가 나아지는 것이 없고, 장기적이고 일관된 전략과 행동이 나와야 성과가 기대됩니다. 그것이 바로 MB의 회고록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입니다. 그것이 아니고 잠깐 북한의 관심을 끌다가 이내 서로 틀어져서 욕을 하게 되면 차라리 남북 대화를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이제껏 우리는 보아왔지 않습니까? 북한의 실체와 그들의 사고, 행동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 기준에만 맞춰 북한을 보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지난 해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북한의 고위층이 내려왔을 때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나갔더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신년 초에 북한에 유화적인 이런 국면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 이후에 더 큰 위기가 초래될 위험은 없는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이 점에서 전-후임 정부가 대립하는 모양을 어쩐지 맘 편하게 바라볼 수 없습니다. 여기에 어떤 복선이 깔려 있느냐는 것입니다. 정부가 더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합니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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