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히로시마에서 만나 회의를 하고 있다. 히로시마/AFP 연합뉴스
“법의 지배에 기초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이를 지켜낼 결의를 다졌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강력하게 보여줬다. 그 의미가 크다.”
21일 오후 2시43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의장을 맡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 무대에 올랐다. 저만치엔 78년 전인 1945년 8월6일의 비극을 상징하는 원폭 돔, 그 앞에는 세계의 모든 핵무기가 사라질 때까지 꺼지지 않는다는 ‘원폭 사몰자 위령비’ 앞의 횃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기시다 총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히로시마로) 초청해 주요 7개국과 우크라이나의 확고한 연대를 보여줬다”는 점도 이번 회의의 큰 성과로 꼽았다.
인류 역사상 처음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에서 지난 19일 시작된 이번 회의에선 ‘정상 선언’을 포함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핵 군축·비확산 △경제안보 △친환경 에너지 △식량 안보 등 모두 6개의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주요 7개국 정상들이 핵군축과 경제안보 문제로 별도의 합의문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지속적인 핵 위협과 ‘한한령’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맞서겠다는 주요 7개국의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주요 7개국 정상들이 지난 20일 발표한 공동선언의 핵심 내용은 예상대로 러시아와 중국이었다. 하지만 접근법에서 적잖은 ‘온도 차’를 느낄 수 있었다. 주요국 정상들은 러시아가 일으킨 “잔혹한 침략 전쟁은 국제사회의 기본 규범을 위반한 전세계에 대한 위협”이라며 “가능한 한 가장 강한 말로 비난”한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에 “지속적 평화”가 올 때까지 외교·금융·인도·군사적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다시 확인했다. 정상회의 첫날인 19일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와 러시아를 지원하는 제3의 국가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내용의 별도 설명도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해선 강하게 견제하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또 “러시아가 침략 전쟁을 멈추고 즉시, 완전히, 무조건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철군하도록 압력을 가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주요국 정상들은 이어 공동선언에서 유럽연합(EU)이 최근 강조해온 새로운 대중 접근법인 ‘디리스킹’(위험감소)을 공식 언급했다. 이들은 “우리의 정책 접근은 중국을 해하거나 중국의 경제적 진보와 발전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국과 “‘디커플링’(관계분리)하거나 내부 지향적이 되려는 게 아니다. ‘디리스킹’과 다변화가 필요한 경제적 탄력성(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도한 중국 의존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려는 것일 뿐 중국을 적대시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밝힌 것이다.
이날 언급된 디리스킹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지난 3월 말 대중 정책 관련 연설에서 처음 언급하며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이후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27일 브루킹스연구소 강연에서 공감을 표하며, 주요 7개국의 공식적인 대중 접근법으로 채용된 모양새다. 하지만 주요 7개국은 대만해협의 안정, 티베트·신장위구르자치구·홍콩 등의 인권 문제에 대해선 이전과 다름없는 엄격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번 회의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 주요 7개국에 속하지 않은 주요국과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 등 ‘글로벌 사우스’라 불리는 신흥·개발도상국과 협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점이었다. 전세계 경제에서 주요 7개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2년에는 64%였지만, 2022년에는 44%로 줄어든 상태다. <요미우리신문>은 “주요 7개국의 영향력이 과거에 견줘 약화된 가운데 중·러에 대한 견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글로벌 사우스’의 협력이 필수”라고 전했다.
히로시마/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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