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주책인가, 주책이 없는 건가?
상대가 이랬다저랬다 줏대 없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이런 것을 두고 보통 “그 사람 참 주책없는 사람이네”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는 “그 사람 정말 주책이야”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이럴 때 ‘주책없다’와 ‘주책이다’는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
‘주책’은 한자어 ‘주착(主着)’에서 유래한 말이다. ‘주책’은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흔들림이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정한 줏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해 몹시 실없다는 의미를 나타내려면 ‘주책’ 뒤에 ‘없다’를 붙여 ‘주책없다’고 해야 의미가 성립한다.
그래서 ‘주책없다’가 표준어이고 ‘주책이다’는 비표준어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많은 이가 “나이깨나 먹은 사람이 왜 이리 주책이야”에서처럼 ‘주책이다’를 자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은 2017년 ‘주책이다’를 ‘주책없다’와 동일한 뜻으로 널리 쓰이는 것으로 판단해 표준어로 인정했다.
‘주책이다’뿐 아니라 ‘주책스럽다’ ‘주책맞다’도 마찬가지로 표준어로 인정했다. 따라서 ‘주책없다’고 해야 할지, ‘주책이다’고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 없이 둘 다 써도 된다.
‘우연찮다’와 ‘우연하다’도 반대되는 듯 보이지만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우연하다+아니하다’의 준말은 ‘우연하지 않다’이므로 ‘우연찮다’ 대신 ‘우연하지 않다’가 쓰여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많은 이가 ‘우연찮다’를 ‘우연하다’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하다 보니 변화된 이것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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