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포럼 사의재 공동기획⑫-거시경제]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잘못된 위기관리로 상황 악화
23.05.18 05:03최종 업데이트 23.05.18 05:03
<오마이뉴스>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참여자들의 모임인 <포럼 사의재>와 함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전 영역에서 윤석열 정부를 집중진단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공동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총 열 세 편의 글을 게재할 예정입니다. 이 글은 그 열두 번째로 거시경제입니다. [편집자말] |
▲ 윤석열 대통령이 3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정부 1년의 우리 거시경제는 한마디로 위기 상황이었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로 대표되는 복합위기가 이 시기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이 복합위기에는 코로나 방역규제 완화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외부요인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정부의 잘못된 정책 대응과 소홀한 위기관리가 문제를 악화시킨 측면도 매우 강하다.
지난 1년간 우리의 여러 경제지표는 지난 수십 년간 경험하지 못한 수준을 기록했다. 우선 올해 경제성장률은 IMF 전망에 따르면 1.5%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코로나 발생으로 경제가 멈춰선 2020년을 제외하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작년에 5.1%에 이르렀는데, 이것은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해 8월 1430원까지 올라갔는데 이것 역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작년 무역수지는 47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기록한 적자로 반전되었을 뿐 아니라 적자 규모도 사상 최대였다.
결국 지난 1년간 물가는 2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았던 반면 경기는 큰 폭의 하락세로 반전되었다. 고금리와 고환율로 금융시장은 불안하고 국제수지도 유례없는 수준으로 악화하여 거시경제 상황 전반이 위태로웠다. 국민이 윤석열 정부에 대해 가장 실망한 분야가 경제라고 지적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 포럼 사의재
물가상승 부추긴 윤석열 정부의 재정정책
2022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방역 규제가 완화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공급망의 교란으로 공급 능력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반면, 코로나 기간 억눌렸던 소비는 보복 소비로 폭발했다. 여기에 더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 및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여 인플레이션은 더욱 가속하였다.
우리나라도 그 여파를 그대로 받았다. 소비자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여 7월에는 전년 대비 무려 6.3%에 이르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국내 금융시장 불안으로 환율도 1400원대까지 상승했는데, 고환율은 다시 수입 물가를 밀어 올렸다.
문제는 우리나라 환율 상승률은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더 높았다는 것이다. 2023년 4월 말 기준으로 6개 주요 통화의 환율은 2021년 말 대비 평균 6.2% 상승했지만, 원화는 같은 기간 동안 2배에 가까운 11.7%나 상승했다. 따라서 수입 물가가 전체 물가에 미치는 상승 압력도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환율은 한 나라의 경제 안정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다. 환율 상승, 즉 원화 가치가 더 크게 하락했다는 것은 경제가 더 불안하고 정부 정책 신뢰도가 더 낮았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상승폭이 더 큰 이유는 금융시장 불안 때문이었다.
소위 레고랜드 사태가 금융시장 불안을 고조시킨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금융시장 전반이 불안한 상황에서 2022년 10월 김진태 강원지사는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보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사실상 부도 처리하였다. 이 여파로 회사채는 물론이고 국채 시장까지 급속히 냉각되고 금융시장에는 큰 혼란이 초래되었다. 초우량 채권까지 발행에 어려움을 겪었고 금리와 환율이 상승했다. 지방정부의 명백한 정책 실패였고, 금융당국 또한 대처가 매우 늦었다.
정부의 재정정책 또한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최고조에 이른 작년 5월에 윤석열 정부는 62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을 실시했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선심성 추경을 실시한 것이다.
대한민국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한 IMF
▲ 원달러 환율 상승 출발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5.6원 오른 1,340.1원으로 시작한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5.62p(0.23%) 내린 2,469.80, 코스닥지수는 1.93p(0.23%) 내린 820.50으로 개장했다. ⓒ 연합뉴스
한편 정부기관 간 엇박자 역시 물가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금융감독원장은 시중은행에 대해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장금리도 같이 상승함으로써 물가가 억제되는 것이 정상적이다. 감독 당국의 압박으로 이 메커니즘의 작동이 어렵게 된 것이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더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동안 사라졌던 관치금융이 부활했으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력과 독립성은 크게 훼손되었다. 정상적 방법으로 물가를 억제하지 못하자, 정부는 에너지 가격 등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거나, 기업을 압박하여 개별 가격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런 조치는 인플레이션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단지 뒤로 미룬 것이다. 미뤘던 에너지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고물가 상황은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관치금융과 기업 압박은 연일 자유시장경제를 외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경제관리 방식과 유사하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작년 4분기 이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는 경기 상황이다. 최근 IMF는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선진국 성장률 전망은 상향 조정했지만,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반대로 하향 조정하였다.
경제 성장은 둔화하는데 물가만 오르니 실질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실질소득은 전년동기 대비 2.8% 감소했고, 4분기에도 1.1% 감소했다.
경기 부진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수출 감소다. 작년 4분기 이후 전체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약 10% 감소했으며, 대중국 수출은 30% 가량 줄어들었다. 그 결과 무역수지 적자는 작년에 478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는 무역적자가 4월까지 이미 250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수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출시장 다변화나 수출 품목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윤 정부의 외교 정책은 오히려 수출 감소 위험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과의 가치동맹 강화라는 외교 정책이 대중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만약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억제하라는 미국의 압력이 실현되고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우리 수출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실용 외교가 아닌 이념에 치우친 가치 외교에 대해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이유이다.
내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감세 후폭풍
▲ 먹거리 물가상승률 여전 지난 4월 소비자물가의 먹거리 구성 품목 10개 중 3개는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10% 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
경기가 악화하면 정부는 확장적 경제정책을 통해 그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 그런데 물가 불안 때문에 통화정책을 확장적으로 할 수는 없다. 결국 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바꾸어야 하는데, 지금 윤 정부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소위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윤 정부는 지출 확대와 반대로 공공부문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올해 예산은 이미 작년 총지출 대비 6% 가량 줄어든 상태다.
그리고 올해 정부 세수가 당초 예상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올 1분기 국세 수입은 87조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0%, 즉 24조 원이 줄어들었다. 경기 부진 때문인데 이런 상황은 하반기에도 크게 변하지 않아 연간 세수 부족이 5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경기둔화를 감안하여 세수를 정확히 추계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경기둔화가 예상됨에도 '작은 정부'라는 보수주의적 경제이념에 사로잡혀 정책의 경직성에 빠진 것이 더 큰 문제다.
윤석열 정부가 '낙수효과' 이론에 기대어 실시한 다양한 감세 조치 또한 경기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윤 정부는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인하 조치를 연이어 실시했다. 그리고 전략산업에 대해 투자 세액공제를 대기업에 대해 최대 25%까지로 대폭 확대했다. 이런 감세조치는 세수 부족을 더욱 심화시켜 재정지출 확대를 어렵게 하고 있다. 경기 하락 시기에 정부 지출도 줄이는 정반대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감세 후폭풍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큰 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동시에 나타나는 소위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할 수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 경제의 건전성을 지탱하던 두 가지 축이 모두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매우 중요한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이념에서 벗어나 국익과 미래를 생각하는 실용의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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