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역의 맛있는 우리말] <176> ‘더라면’과 ‘더니’
2001년 9월11일 2977명의 사망자를 낸 9.11테러는 전 세계인이 기억하는 사건이다. 희생자보다 훨씬 더 많은 희생자 유족이나 살아남은 동료가 겪었던 심리적 고통은 ‘이프 온리 신드롬(If only syndrome)’으로 불렸다. “그때 사랑한다는 말만 해 주었더라면…” “조금만 늦게 출발했더라면…” 하며 눈물을 삼켰다고 한다.
과거의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가정해 보는 뜻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더라면’은 주로 되돌릴 수 없는 지난 일을 후회할 때 쓰이지만 또 다른 연결어미 ‘-더니’는 과거에 일어난 사태나 행동에 이어 일어난 상황을 연결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더라면’ 뒤에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 연결되지만 ‘-더니’ 뒤에는 일어난 일이 연결된다. 먼 후일 지나온 삶을 돌이키며 ‘-더라면’이라고 할 것인가, ‘-더니’라고 할 것인가? ‘-더라면’보다는 좋은 일이 연결된 ‘-더니’를 강하게 추천한다. ‘부지런하게 살았더니 재물도 건강도 얻게 됐다’는 표현이 독자의 것이 되길 기원한다.
한국어문교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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