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서 처음에는 ‘응아응아’ 하고 울기만 하다가 조금씩 원초적인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엄엄’ ‘맘맘’ ‘압압’ 같은 옹알이다. 우리말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압’과 ‘엄’ 같은 옹알이 소리에서 나왔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함께 이르는 말 ‘어버이’는 일상에서 많이 쓰이지 않는다. 순우리말 ‘어버이’보다 한자말 ‘부모(父母)’가 더 널리 쓰인다. 하지만 ‘어버이’는 15세기 문헌에도 등장할 만큼 오래전부터 써온 말이다. 과거에는 ‘父’를 일컫는 ‘어비’와 ‘母’를 가리키는 ‘어지’가 결합된 ‘어비어지’의 준말인 ‘어버지’로 쓰였다. 음운 변화와 관련해서는 이설이 몇 가지 있지만, ‘어비’와 ‘어지’가 결합된 말로 보는 견해는 대동소이하다.
효를 만행의 근본으로 삼아 부모에 대한 공경을 무엇보다 중요시한 우리의 말에는 자신의 어버이는 물론이고 남의 어버이를 부르는 말이 무척 발달해 있다. 하지만 핵가족화로 웃어른들에게서 배울 기회가 줄어든 데다 언젠가부터 한자 공부를 소홀히 하다 보니 요즘 들어서는 호칭과 지칭에서 잘못 쓰는 말들이 많아지고 있다.
‘선친(先親)’도 그중 하나다. 선친은 ‘자신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뜻한다. 따라서 “자네는 선친의 유지를 잘 받들어야 하네”라고 말하면 우스운 꼴이 된다. ‘남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이르는 말은 ‘선대인’이다. 선대인은 다른 말로 ‘선고장’이나 ‘선장’이라고도 한다. 또 나의 돌아가신 어머니는 ‘선비’ 또는 ‘망모’라 하고, 남의 돌아가신 어머니는 ‘선대부인’이라 부른다.
이 밖에 남의 살아 계신 아버지는 ‘춘부장’이고, 어머니는 ‘자당’이다. 나의 살아 계신 아버지를 뜻하는 말에는 ‘가친’ ‘엄부’ ‘가대인’ 등이 있고, 어머니를 뜻하는 말로는 ‘자친’ ‘가모’ 등이 있다. 이들 말이 헷갈리면 그냥 ‘아버지’와 ‘어머니’를 쓰면 무난하다. 다만 자신의 살아 계신 부모를 남에게 얘기할 때는 ‘-님’을 붙이지 않은 ‘아버지’ ‘어머니’라 하고, 남의 부모는 ‘아버님’ ‘어머님’이라 부르는 것이 언어 예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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