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솎아보기] 검찰의 법원비판에 조선일보 “혁명이나 난 듯”…캐리비언의 고통
정상근 기자 dal@mediatoday.co.kr 2017년 09월 09일 토요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싸드) 잔여 발사대 설치를 강행한 것과 관련해 입장문을 서면으로 발표했다. 전날 밤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 강행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직접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유엔(UN)과 별도로 독자적인 제재에 나서기로 합의했으며, 멕시코는 북한 대사를 아예 추방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엔 중국이 원유 공급에 부분적으로 동의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이 8일 ‘국정농단 사건 등에 대한 일련의 영장기각 등과 관련된 입장’을 발표해 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검찰의 반발은, 국가정보원 민간인 여론조작 사건과 항공우주산업(KAI) 방산비리 사건 관련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무더기로 기각한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9월9일자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못 믿을’ 박성진>
국민일보 <3강과 덜컹…‘북핵 외교’ 난기류> 동아일보 <전 세계 머리위의 북핵, 공동 응징 나섰다> 서울신문 <사과는 아직 없다 시간이 정말 없다> 세계일보 <검, 영장기각에 직격탄…‘검·법의 난’ 조선일보 <남 ‘핵무장론’ 커지고…북, 대놓고 “무력통일”> 중앙일보 <잇단 영장 기각 불만 검찰, 법원 비판 파장> 한겨레 <삼성의 10년, 신부의 10년> 한국일보 <생존배낭, 싸두셨나요?>
대통령의 전격적인 입장 발표
문재인 대통령은 8일 밤 8시50분께 ‘사드 배치 관련 대통령 입장’을 서면으로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입장문을 통해 “그간 우리 정부는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막고 비핵화 대화의 조건을 만들어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 왔다. 북핵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에 전쟁불안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은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와 경고를 묵살한 채,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6차 핵실험까지 감행했고 이로 인해 우리의 안보 상황이 과거 어느 때보다 엄중해졌다”며 “이에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임시배치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사드 임시배치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 및 시민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시민과 경찰관의 부상을 대통령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상당하거나 정신적인 상처를 입은 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빌며 적절한 위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현지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에 대한 우려를 존중한다”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대한 공개적이고 과학적인 추가 검증을 요청한다면 언제든지 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청와대는 8일 오후 사드 배치와 관련해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한 바 있다.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대통령이 직접 이날 밤 전격적으로 입장을 발표한 셈이다. 이 입장은 대통령이 직접 초안을 손 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이를 수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상황이지만, 오버까지 할 일인가?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북한이 정권 수립일인 9일 추가 도발에 나설 징후까지 포착되면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옵션을 사용하게 되면 그날은 북한에 아주 슬픈 날이 될 것”이라고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UN은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북한 선박의 공해상 검색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어떤 국가라도 북한의 선박을 공해상에서 단속할 수 있는 것으로 교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과거 UN 회원국들이 영해에서 북한 선박을 단속하도록 한 적은 있지만 공해상은 처음 논의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는 것만은 사실인 것으로 보이나, 조선일보의 편집은 지나치게 전쟁 위기를 증폭시키는 측면이 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남 ‘핵무장론’ 커지고…북, 대놓고 “무력통일”>을 내보냈는데, 대한민국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핵무장에 찬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북한이 무력통일을 주장하고 있다는 기사를 덧붙였다.
북한이 무력통일의 야욕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니, 남한에도 핵무기를 배치해야 한다는 편집으로 읽힌다. 하지만 북한이 무력통일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한 근거는 노동당의 외곽단체인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의 대변인 담화 그리고 북한의 인터넷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 정도다. 이들의 주장도 과거의 언동에 비해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화가 난 서울중앙지검
서울중앙지검이 적폐청산 수사 관련 구속영장 3개를 내리 기각한 법원을 작심 비판했다. “지난 2월 말 중앙지법에 새로운 영장전담판사들이 배치된 이후 주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국민 이익과 사회정의에 직결되는 핵심 수사 영장들이 거의 예외없이 기각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정농단이나 적폐청산 등과 관련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검찰의 사명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반발했다.
검찰은 이어 “국민들 사이에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어 결국 사법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귀결될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날 새벽에는 오민석,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각각 국정원의 사이버 외곽팀 민간인 팀장을 맡았던 노 아무개씨 등 2명, 직원 부정채용 혐의를 받는 카이 경영지원본부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사실상 특정 판사들을 겨냥해 구속영장 기각에 반발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게 언론의 관측이다. 물론 여기에는 법조계에서 구속사유가 충분히 발생했다고 인정한 경우도 이해하기 어려운 기준으로 영장을 기각한 법원이 빌미를 제공했다는 시선도 있다.
법원도 즉각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8일 검찰 주장에 대해 “개별 사안에서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염려 등 구속사유가 인정되지 않았음에도 수사의 필요성만을 앞세워 구속영장이 발부돼야 한다는 논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9일자 사설 <‘적폐 청산’ 대상 되면 유죄 판결 전에 감옥부터 가야 하나>를 통해 검찰과 여당을 비난했다. “무조건 구속부터 하라는 것은 법이 아닌 폭력”, “법을 집행하는 검찰이 ‘적폐 청산’ 등 비법률적이고 정치권에서 쓰는 용어로 상대를 비난하고 있다”는 것이 조선일보의 주장이다. 아울러 “무슨 혁명이나 난 듯 검찰이 앞뒤 가리지 않고 지금의 분위기에 올라타려 하면 공권력이 아니라 폭력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여전히 ‘촛불혁명’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금, 카리브해에서는
멕시코에서 현지시간으로 7일 오후 규모 8.1의 강진이 발생해 수십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등은 미국 지질조사국을 인용해 “7일 오후 11시50분쯤 멕시코 남부 파히히아판에서 남서쪽으로 123km 떨어진 태평양 해저에서 규모 8.1의 강진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지진은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규모 9.0) 이후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력한 것이다. 이 지진은 한밤중에 발생한 데다 무너진 건물에 깔린 사람이 많아 추가 피해자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진이 덮친 지역은 멕시코에서도 빈곤지역이라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인근에서는 역대 최강의 허리케인이라고 불리는 ‘어마’가 미국을 향해 북상하고 있다. 이미 생마르텡을 강타해 엄청난 피해를 입힌 어마는 주말 동안 플로리다주에 상륙할 예정이다. 이미 플로리다주에서는 40만명이 피난을 떠났다.
그 밖의 주요 소식들
경향신문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확고한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는 동료교수의 증언을 보도했다. 박 후보자가 3년 전에는 보수논객 변희재씨를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고 이 간담회 뒷풀이에서 보수정당 지지성향을 드러내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보수정당을 지지할 수야 있으나 뉴라이트 역사관과 종북 딱지 등의 태도는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SNS에 장애인 특수학교 신설을 호소하며 지역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장애인 학부모의 모습이 올라와 애잔함을 자아내고 있다. 언론은 님비 현상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씁쓸해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장애인학교 설립 위해 부모가 무릎까지 꿇어야 하나>에서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은 현재 8만9천명이지만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2만5천여명에 불과하다”며 “최소한의 교육기회마저 박탈당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외교부의 일본주재 총영사가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 2년 가까이 심한 욕설과 인격모독적 폭언을 하고 폭행까지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직원을 향해 “넌 머리가 있는거니 없는거니”, “미친X”, “개보다 못하다” 등의 폭언을 가했으며 볼펜을 던져 상처를 입히거나 손등을 때려 멍이 들게 했다. 외교부는 이 총영사를 대검찰청에 고발하고 11일 직위해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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