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보수단체 ‘박원순 비방 광고’ 돈줄도 국정원… 청와대→국정원→공영방송 ‘방송농단’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2017년 09월 15일 금요일
정으로, 검찰은 18일 오전 11시 문씨를 불러 조사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국정원의 개입이 확인될 경우 원 전 원장 등에게는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외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상 명예훼손 혐의 등이 추가될 수 있다”며 “또 이 같은 활동에 청와대가 연루된 것으로 조사될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도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다”고 관측했다.
‘박원순 비방 광고’ 배후도 원세훈 국정원
2011년 MB정부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해 보수단체에 광고비와 광고 문안까지 주며 비방하는 신문광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TF는 이명박 정부에서 약 1년간 활동한 것으로 보이는 ㄱ보수단체가 국정원 지원을 받아 박 시장 비방 광고를 내고 각종 정치·사회 관련 시위를 했다는 진술을 당시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경향신문은 “원 전 원장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 시장을 ‘종북 인물’로 규정하고 간부회의 등에서 견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며 “이후 국정원 심리전단은 이 단체를 통해 12월1일 중앙일간지 두 곳에 박 시장의 비방 광고를 실었다”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누구를 위한 서울시장입니까’라는 제목의 이 의견광고에는 박 시장 발언을 보도한 신문기사를 소개하며 “박 시장이 법과 질서를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우려되고 이러한 불법적인 행동이 계속된다면 서울시민들도 바라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을 경고한다”고 나와 있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국정원의 ‘박원순 제압’ 문건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건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고, 사이버외곽팀을 총괄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원 전 원장과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주요 수사 대상이지만 입건자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MBC 김장겸의 ‘화이트리스트’는 ‘정규재’였다
MBC 경영진이 자체 ‘블랙리스트’를 두고 특정 출연자를 배제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의 방송장악 계획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는 구체적 증언도 나왔다.
총파업 중인 언론노조 MBC본부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블랙리스트’ 공개 후 자체 조사한 블랙리스트 작동 사례를 공개했다. 예능본부 최행호 PD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을 홍보할 수 있도록 ‘무한도전’에서 관련 아이템을 방송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경영진을 통해 김태호 PD에게 전달됐다”고 폭로했다.
최 PD와 이날 MBC본부 노보에 따르면 당시 ‘무한도전’ 담당 국장은 “창조경제 협의 차 청와대에서 만나자는 요청을 받았지만, 제작진이 직접 청와대로 가는 건 부담스러워 국장인 내가 서울 광화문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사무실에 간 적 있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에서 창조경제 아이템을 다뤄 달라는 압박은 1년간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은 “MBC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 DJ로 활약하다 석연찮은 이유로 하차한 가수 윤도현씨의 복귀도 좌절됐다”며 “2013년 윤씨를 다시 ‘두시의 데이트’ 진행자로 거의 확정 지은 상태였는데 임원회의에서 반대해 무산됐다”는 라디오국 한재희 PD의 말을 전했다.
MBC에선 ‘국정원 블랙리스트’가 실행됐을 뿐만 아니라 김장겸 사장의 ‘화이트리스트’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MBC 총선기획단은 2015년 말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의 토론 프로그램을 기획해 김장겸 당시 보도본부장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전원책과 유시민은 안 된다”며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고문을 추천해 무산됐다.
김철영 MBC본부 편제 부위원장은 “지난해 총선을 대비해 토론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당시 제작진이 토론자로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 섭외를 제안했는데, 김 사장이 둘 다 안 된다고 하며 대신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고문을 토론자로 추천했다”며 “제작진이 이를 거부해 프로그램 제작은 무산됐다”고 밝혔다. 정규재 고문은 박근혜씨가 국회 탄핵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됐을 때 단독 인터뷰를 한 장본인이다.
지난해 3월 작곡가 김형석씨가 ‘복면가왕’에서 하차한 것도 그가 더불어민주당 총선 로고송을 만들고 문재인 지지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고 PD들은 밝혔다. 기생충학자인 서민 단국대 교수는 ‘베란다쇼’에 출연하다가 “경향신문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칼럼을 쓰고 있다”는 당시 교양제작국장의 발언 뒤 2014년 4월 하차했다.
청와대가 14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담은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받고 결정을 미룬 채 장고에 돌입했다.
한국일보는 “당분간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 기류를 본 다음 박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라며 “그러나 여야는 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은 물론 임명동의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 일정도 잡지 못하면서 임명 보류 상황은 장기화할 조짐”이라고 내다봤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상황을 보면 박 후보자의 문제가 김명수 후보자의 인준과 연결된 것 같지 않다”며 “문제가 간단히 정리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국회 인사청문보고서를 송부 받고 참모들에게 “담담하게 대처하라”고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일보는 “박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나 임명 강행을 조속히 결정한다고 해서, 야당으로부터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동의를 얻어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판단에서다”며 “김 후보자의 국회 인준 여부가 정기국회에서의 야당과의 관계를 결정하는 가늠자가 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와대가 김 후보자의 국회 인준에 매달리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사법부 개혁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보고 있어서”라며 “만약 김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부결될 경우 야당의 정략적 반대에 사법부 개혁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배경에 대해서도 한국일보는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 혹은 지명 철회는 청와대의 인사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라며 “지명 당시부터 박 후보자에 대한 여당뿐 아니라 지지층의 사퇴 여론이 있었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잇단 인사 낙마에 따른 청와대 인사 검증라인에 대한 문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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