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불을 끄고 있다. 사진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강원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 화재 현장에서 두 명의 소방관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자 일선 소방관들은 “소방관이 희생될 때만 처우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 씁쓸하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17일 <한겨레>가 서울 시내 여러 소방서에서 만난 소방관들은 ‘강원 석란정 화재’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소방관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 대체로 공감했다. 4년째 근무하고 있는 ㄱ소방관은 “강원과 서울의 상황을 직접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서울도 (출동이 많은) 구급 쪽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소방공무원은 4만4293명이다. 소방기본법이 제시하는 기준 5만2714명보다 1만9254명 부족한 숫자다. 화재 진압·구조·구급 등 현장인력은 3만2460명에 불과하다. 14년 째 근무중인 ㄴ 소방관은 “(화재 진압이나 구조 관련) 일은 점점 많아지는데 사람이 없다”고 했다.
17일 오전 강원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서 불을 끄다 순직한 강릉소방서 경포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의 합동분향소에서 동료 소방관들이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재를 포함한 여러 재난 현장에 나간 소방관이 숨지거나 다치는 일은 비일비재한데, 소방관 처우가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ㄱ 소방관은 “화재현장에서 쓸 장갑을 받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장갑을 줘서 결국 사서 쓴다”며 “현장에서 필요한 장갑 1개를 지급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12년째 근무하고 있는 ㄷ 소방관도 “개인 보호장비나 노후 소방차를 바꿔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ㄴ 소방관은 “서울은 비교적 장비가 좋아졌지만 지방은 사정이 다르다”며 “지방에 있는 후배가 ‘장화 좀 달라’고 한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소방 인력 확충과 소방관 처우 개선을 공약했지만,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아직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소방헬기를 비롯해 고가사다리차와 방화장갑 등 (소방관들이) 충분하게 안전을 보호하며 더 많은 사람을 구조할 수 있는 장비를 확충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대선 때 했던 약속을 재확인한 바 있다. ㄷ 소방관은 “아직 (현장에서) 큰 변화를 느끼진 못했다”면서도 “차차 좋아질 것”이라고 희망을 내비쳤다.
소방관들은 순직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소방관 인력과 처우 문제에 주목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ㄴ 소방관은 “직원들끼리 ‘여기는 누가 죽어야 관심을 받는 분야’라고 얘기한다”며 “이번에도 의례적으로 관심을 받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평상시엔 화제가 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ㄱ 소방관은 “(현장에서 일하는) 하위직급이 제시하는 의견이 곧장 상부로 반영될 수 있는 창구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전국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51명에 이른다. 박수진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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