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 ‘범불자결집대회’ 개최 결의
|
“10월 11일 조계사와 우정국로 일대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종단개혁 범불자결집대회를 개최하려 합니다. 대중들의 박수로 결집대회 추진을 결의하겠습니다.”
9차 촛불법회에 참석한 사부대중이 손뼉과 함성으로 ‘10.11 범불자결집대회’ 개최를 결의했다. 9.14 범불교도대회를 잇는 2차 대중대회를 통해 적폐청산을 이루겠다는 대중들의 염원이 보신각 광장을 뒤덮었다.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와 청정승가공동체 구현을 위한 종단개혁 연석회의는 28일 저녁 6시 30분 서울 보신각 광장에서 조계종 적폐청산 9차 촛불법회를 봉행했다. 대중들의 자유발언 형태로 진행된 이날 법회에는 스님 30여명을 비롯한 사부대중 1,000여명이 참석했다.
불자에게 '뭣이 중헌디'
여는 발언에 나선 한만수 동국대 교수는 “철지난 유행어를 꺼내본다. 우리에게 ‘뭣이 중한가’. 부처님의 가르침이 가장 중하다”면서 “당사자들에게 묻고 싶다. 자승스님, 당신은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고 있다 생각하나. 설정스님은 스스로 어떤가. 한 분은 대중이 원하는 직선제를 헌신짝처럼 버렸고, 한 분은 학력을 위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동국대 사태’의 문제점을 거론한 한 교수는 “불자 300만 감소를 말하는데, 종단의 잘못된 인사로 인해 수많은 학생들이 불교를 떠나고 있다”며 “이 책임이 누구에게 있나. 자승 총무원장과 보광스님에게 있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른다면 총무원장 자리, 총장 자리를 헌신짝처럼 내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수행자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한 교수는 “부처님 뜻에 따라 살고 있는 우리는 이미 이긴 싸움을 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사실 싸우는게 아니다. 부처님의 뜻에 따라 사는 우리는 승복을 입고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는 몇몇에게 ‘그리 살면 안된다’고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라며 “저들이 부처님의 뜻대로 살기를, 야욕과 욕망을 내버리고 초발심으로 돌아가기를 발원한다”고 말했다.
"양두구육 청산하려는 불자들께 감사"
이날 연대발언에 나선 사회원로 김세균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명예교수도 대중들에게 “부처님 가르침만 보고 앞으로 나아갈 것”을 강조했다.
“올해는 서양에서 루터가 종교개혁을 외친지 500주년이 되는 해”라고 밝힌 김 교수는 “당시 루터는 ‘오직 성경’을 구호로 썼다. 불교계 현실에 빗대자면 ‘오직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행동하라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면서 “겉으로는 부처님을 이야기하면서 사실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위선적인 이들,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은 훌륭함을 내세우나 속은 변변치 않음을 의미)과 같은 이들을 청산하고자 나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앞 사람의 발걸음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 했던 서산스님의 말씀처럼, 여러분께서는 앞으로 불교가 나아가야할 이정표를 작성하고 있다. 저 역시 우리 사회 곳곳이 맑아지길 바라는 사람들과 함께 불교개혁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덧붙였다.
75세 고령의 용주사 신도 비대위 덕명화 보살은 “평생을 조계종 신도로 살았는데 지금의 종단 현실은 억울하고 슬프기만 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덕명화 보살은 “용주사 주지 성월스님이 쌍둥이 아빠라는 이야기가 알려진 뒤 스님의 퇴진을 위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노력했다. 그런데 정작 종단은 이렇게 현실을 방치하고 있어 억울한 마음”이라며 “이제는 자승스님이 설정스님을 차기 원장으로 세운다 하니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대한민국에서 '마스크'가 웬말이냐
이날도 몇몇 스님들이 마스크를 쓰고 법회에 참석했다.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양기환 공동집행위원장은 “합법적 집회에 참여를 두려워해야 하는,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 나오게 되는 이와 같은 일이 2017년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되물은 뒤 “이것은 아니다. 더 이상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위원장은 “높은 곳에서 흐른 물은 아래로 아래로 흘러 가장 낮은 곳에 고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낮은 곳에 고인 물에는 하늘이 비친다고 한다. 민심이 곧 천심임을 빗대어 표현하는 말”이라며 “이는 저잣거리에 나와 있는 여러분의 마음이 곧 부처님의 마음과 같다는 이야기다. 부처님의 마음을 가진 우리는 적폐를 청산하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고 말했다.
우정국 앞에서 단식을 진행했던 대안스님과 용상스님도 무대에 올랐다. 대안스님은 “총무원서 제 뒤를 밟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최근까지 피해다녔다”면서 “자승 원장의 여러 의혹에 대한 보다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 반드시 법적 처벌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용상스님은 “밖에서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조계사 안으로 들어가 용맹정진 기도를 하자.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을 취하되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월 11일 범불자결집대회 결의
자유발언이 모두 끝난 뒤 사회를 맡은 임지연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오는 10월 11일 범불자결집대회를 조계사 및 우정국로 일대에서 열고자 한다. 이견이 없으시면 이곳에서 대중의 박수를 통해 결의하겠다”고 밝혔다. 촛불법회 참가자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대중들로부터 결집대회 개최 권한을 위임받은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와 청정승가공동체 종단개혁 연석회의는 조만간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공든탑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행진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적폐청산 자승구속”등의 구호를 외치며 15일째 단식중인 허정스님, 13일째 단식 중인 선광ㆍ석안스님이 있는 조계사 옆 단식정진단으로 이동했다.
“과거 마스크를 끼고 모자를 쓰고 촛불법회에 참여할 때는 호법부 스님들의 시선이 많이 두려웠다”고 고백한 선광스님은 “단식을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벌써 여기까지 왔다. 적폐청산에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점,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여러 번의 촛불법회를 통해 저희가 소망하는 청정승가가 구현되기를 간절히 발원한다”고 말했다. 불보살의 가피를 입은 기도 경험을 소개한 석안스님은 “공든탑은 결코 무너지지 않고 꿈은 이루어진다. (적폐청산 운동을 통해) 이 땅에 화엄법계와 이상세계가 실현될 것”이라고 했다.
2주 넘게 단식을 이어온 허정스님은 마이크를 들고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머뭇거리는 스님에게 대중들이 “스님 힘내세요”라고 외치며 응원을 보냈다. 허정스님은 “네 힘내겠습니다”고 짧게 답하며 발언을 마쳤다.
대중들은 사홍서원을 끝으로 9차 촛불법회를 마무리하며 오는 10월 11일 ‘범불자결집대회’에 주변 지인과 함께 참여할 것을 재차 다짐했다.
현장서 폭행 난동 발생…용주사 비대위 관계자, 주최 측에 사과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한 불자가 “조계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펴며 일주문에 계란을 투척하고 촛불법회 주최 측에게 폭언ㆍ폭력을 가하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용주사 신도 비대위 소속의 불자 A씨는 행진이 시작될 무렵 대열에 합류해 조계사로 이동, 조계사 일주문을 향해 계란을 투척했다. 이후 A씨는 단식정진단에서 몇몇 스님 및 불자들과 함께 조계사 안으로 진입할 것을 주장했다. 촛불법회 주최 측이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라며 해당 주장을 일축하자 A씨는 갑자기 옷을 벗고 욕설을 내뱉으며 폭력을 행사하는 등 돌발행동에 나섰다.
주변에서 A씨의 행동을 말리며 상황이 일단락 됐지만 A씨는 욕설을 지속하며 “촛불법회 주최 측이 자승스님에게 돈을 받은 것”이라는 황당 주장을 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대형 스피커를 넘어뜨려 근처에 있던 김건중 참여불교재가연대 간사가 크게 다칠 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용주사 신도 비대위 관계자들은 촛불법회 주최 측에 대신 사과를 표했다.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허태곤 공동대표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이는 집회다 보니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법회 진행 중 발생한 사건인 만큼,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여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