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를 통과한 ‘테러방지법’이 일명 ‘국민감시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와 맞물려 온라인상에는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자신의 통신자료를 ‘무단 열람했다’는 성토가 잇따르며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요청은 일반 시민은 물론, 국회의원, 변호사, 교수, 언론인 등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지난 9일 국정원 등 수사기관이 자신의 통신자료를 들여다봤다며 시민들에게도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서를 떼어보라’고 권유한 이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신사에 확인을 요청, 수사기관이 자신의 통신자료를 요청해 제공받은 사실을 확인한 이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과 검찰이 선거홍보용으로 지난해 10월 새로 가입했고, 홍보문자 발송 외에는 사용하지 않는 휴대전화 통신기록도 세차례나 들여다봤다”면서 “명백한 정치사찰 아니냐”고 비판했다.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은 “테러범도 아닌 저의 통신자료는 왜 가져갔냐”면서 “지금도 법원의 영장도 없이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가져가는데,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요?”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도 “수사기관으로부터 통신자료 제공요청이 있었다는 게 밝혀졌다”며 “작년 11월 수서경찰서가 요청했는데 전혀 짐작이 안 간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자료요청이 있었는지. 나는 지난 10년간 오로지 학교 안에서만 있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지난해 5월18일에 종로경찰서가 자신의 통신자료를 통신사에 요청한 사실을 확인, “작년 5월18일, 그 무렵 나는 변호인 자격으로 김혜진 416연대 상임위원의 종로경찰서 경찰 조사에 참여했었다”며 왜 경찰이 자신의 정보를 수집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용마 MBC해직 기자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며 “작년 한 해 동안 관악경찰서와 서울경찰청이 불과 4개월 사이에 번갈아가며 내 통신 내역을 조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정도로 쉽게 들여다볼 정도면) ‘테러방지법’을 굳이 통과시킬 필요도 없었던 것 아닌가?”라며 “이런 무도하고 불법적인 정권의 말로, 반드시 지켜볼 것”이라고 분노했다.
‘go발뉴스’ 취재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통신사에 통신자료 제공사실 확인을 요청한 결과, 서울지방경찰청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본 기자의 통신자료를 요청해 제공 받았음을 확인했다.
남대문경찰서에 통신자료 제공 요청 이유를 묻자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1차 민중총궐기 관련, 민주노총 관계자 내사 과정에서 해당 관계자와 통화한 내역이 있어 가입자가 누구인지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이 언급한 민주노총 관계자의 전화번호가 본 기자의 휴대전화에 저장만 되어있을 뿐, 당시 그와 통화나 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역은 없다.
서울지방경찰청에도 같은 방법으로 관련 내용을 문의해봤다. 심지어 해당 기관은 왜 본 기자의 통신자료를 제공 받았는지조차 알지 못했으며, 관련 기록도 없다며 오히려 의아해했다.
이처럼 수사당국의 무차별적 개인 통신자료 수집 사례가 잇따르자 참여연대, 민변 등 시민단체는 검경, 국정원이 수집해간 통신자료 수집 사례들을 모아 공동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참여연대는 “자신이 가입한 통신사에 정보제공 현황을 확인하고 결과를 알려주면 통신자료제공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손배소송, 헌법소원, 관련 입법 활동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통신자료제공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며 “대법원은 통신자료제공의 책임은 수사기관이 가진다고 하였고 그 수사기관의 책임을 묻는 재판은 최소한 제공이유를 밝혀야할 충분한 공익이 된다”며 “재판에서는 질 가능성이 있지만 적어도 왜 정보요청을 했는지는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14일 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수집된 통신자료는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이 작고, 수사의 ‘밀행성’ 등을 고려할 때 사유공개는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청장은 “통신자료라는 건 가입자 이름과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의 비교적 낮은 수준의 개인 정보”라면서 “수량이 많고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이 적은 만큼 경찰의 관리 아래 두도록 한 게(개인정보법 등의) 입법 취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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