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꼬리수리와 참수리, 팔당호 먹이 쟁탈전
나무 꼭대기에서 1km 넘는 한강 먹이 향해 쏜살같이 날아가 낚아채는 경이로운 사냥꾼
흰꼬리수리가 잡은 물고기 빼앗는 게 암컷 참수리 '특기', 사냥감 쟁탈전은 일상의 풍경
» 두툼한 노랑색 부리가 눈에 띄는 맹금류 참수리가 당당하게 날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보호종이다.
지난 겨울에도 어김없이 참수리가 검단산을 찾아 왔다. 검단산은 경기도 하남시와 광주시에 걸쳐 있는 높이 657m의 산이다.
서울에서 매우 가까운 이 산은 높이는 관악산과 비슷하지만 <동국여지승람>에서 '광주목의 진산'이라고 일컬었을 정도로 우뚝한 산세가 특이하다. 검단산 아래로 한강이 흘러 참수리가 월동하며 물고기를 사냥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지녔다.
» 참수리는 세계에 모두 5000마리정도밖에 없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노란 부리와 함께 견장처럼 흰 어깨깃이 두드러진다.
참수리가 처음 검단산에서 발견된 것은 2001년 12월이었다. 유회상 자연 다큐멘터리 비디오 촬영 작가가 어린 참수리1마리를 관찰한 것이 시작이었다.
» 올해 관찰된 어린 참수리.
그 후 2002년 참수리 어른새 2마리를 경기도 하남시 당정섬 부근에서 김연수 현 <포커스뉴스> 영상국장이 촬영하였고, 남양주시 조안면에 거주하는 조승호 사진작가와 박지택 교사, 김응성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남양주시 지회장 등도 지속적으로 이 맹금류를 관찰했다. 이처럼 앞선 분들의 관찰 내용을 기초로 해 나름대로 검단산의 참수리를 살펴보았다.
» 참수리 부부를 까마귀가 지켜보고 있다. 왼쪽에 앉아 있는 것이 암컷이다. 수컷은 암컷보다 다소 작아 날렵해 보인다.
참수리 어른새는 올해까지 14년째 꾸준히 검단산을 찾아오고 있다. 2011년에는 어린 참수리가 발견되었는데, 지금도 어미 곁을 맴돌며 매년 어미를 따라와 함께 월동을 한다. 5년째 어른이 되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아직 어린 티를 벗지는 못했지만 유년기를 지나 깃털 색도 성조처럼 변해가고 있어 어미와 구분이 힘들정도다. 올 11월 다시 돌아올 때는 성조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해 본다.
» 2011년에 처음 관찰됐던 어린 참수리(왼쪽). 이제는 어린 새 특유의 희끗희끗한 흰색 깃털이 어두운 깃털로 덮여 제법 어른 티가 난다.2013년에 관찰된 오른쪽 참수리 새끼도 깃털이 변하고 있다. 사진=김연수 <포커스뉴스> 영상국장
» 왼쪽 참수리 새끼가 참수리 어미의 먹이를 탐낸다. 오른쪽 참수리 수컷이 물끄러미 새끼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 김연수 포커스뉴스 영상국장
2013년 발견된 어린 참수리도 깃털이 제법 어른 깃털로 변해가고 있다. 더욱 경사스런 일은 참수리 유조가 2015년 한 마리 더 관찰되어 어른 새 2마리, 청년 새 2마리, 어린 새 2마리 등 5마리가 되었다. 자세히 관찰해 보니, 이들에서 가족관계로 추정할 수 있는 행동을 엿볼 수 있었다.
부부 참수리와 새끼들이 모이는 곳은 얼음 위나 강 가운데 바위이다. 흰꼬리수리와 달리 참수리는 가족끼리 먹이를 놓고 다투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 어미 곁으로 슬금슬금 다가가는 어린 참수리.
» 어미 참수리와 나란히 서 있는 어린 참수리(오른쪽).
사적 영역과 집단 영역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새다. 자기 공간을 간섭받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철저한 개인주의 행동을 보이지만 유대관계와 결속을 다지는 모습이 관찰된다.
어미가 새끼 있는 곳으로 날아가 앉거나 새끼가 어미를 찾아 옆에 앉기도 한다. 어미는 어린 참수리 곁에 앉아 있는 흰꼬리수리 무리를 쫒아내기도 한다. 어린 참수리끼리는 자주 어울린다.
» 강 가운데 솟은 바위는 참수리가 즐기는 휴식처이다. 어린 참수리가 어미와 함께 앉아 있다.
» 흰꼬리수리들이 참수리 가족을 귀찮게 하고 있다. 자리 싸움도 만만치 않다.
» 한가로운 어린 참수리 형제.
어린 참수리는 검단산에서는 자주 볼 수 없으며 팔당댐 하류에 위치한 바위를 이용해 휴식과 사냥을 한다.
» 흰꼬리수리가 참수리 암컷의 먹이를 빼앗으려 하자 참수리 수컷이 낌새를 채고 방어에 나선다.
» 흰꼬리수리(오른쪽)에 발차기로 대항해 쫒아내는 참수리 수컷.
» 참수리가 즐겨 찾는 한강의 바위 쉼터.
참수리 부부는 검단산에 사냥 전망대를 7개정도 정해 놓고 번갈아 이용한다. 암컷이 전망대를 이용할 때는 수컷이 자취를 감추고 수컷이 검단산 전망대를 사용할 때도 암컷 참수리의 모습은 볼 수 없다.
이때 팔당대교와 이패대교 사이의 바위 위에 앉아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서로 자리를 양보하면서 사냥 경쟁하지 않는 지혜로움을 보인다. 하나의 사냥감을 둘이 사냥한다면 사냥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이치를 알고 있는 것 같다.
» 사냥을 위해 소나무에 내려앉는 참수리.
» 검단산 참수리 사냥 전망대.
» 참수리 사냥 전망대 중 가장 낮은 곳이다. 도로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다.
» 참수리는 사냥 전망대를 여러 곳 지정해 놓고 옮겨 다니며 사냥 전략을 바꾼다.
이곳 검단산 참수리 부부의 특징이라면 수컷이 사냥에 능숙하고 열심히 일하는데 비해 암컷은 흰꼬리수리의 먹이를 가로채는데 더욱더 능숙한 사냥기술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참수리는 먹이를 사냥하면 검단산 골짜기로 깊이 숨어들어 은밀한 식사를 즐긴다. 식사 자리도 2개의 골짜기를 번갈아 이용한다. 그래서인지 참수리 어미가 먹이를 먹는 모습은 쉽게 볼 수가 없다.
오히려 어린 참수리는 숨어서 먹이를 먹지 않고 바위에 앉아 경쟁자인 흰꼬리수리와 싸움을 해가며 먹이를 뜯어먹는다.
» 사냥을 하면 계곡으로 깊숙이 들어가 은밀하게 식사를 즐긴다.
» 흰꼬리수리(왼쪽)과 참수리의 먹이 쟁탈전. 이곳의 일상이지만 참수리 암컷이 약탈자로 명성이 더 높다.
» 참수리에게 곤욕을 치르고 있는 흰꼬리수리. 잡은 물고기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꼭 쥔 채 바닥에 나둥그러졌다.
먹이 쟁탈전은 어쩌면 어린 참수리가 어른이 되기 위해 꼭 겪어야 할 훈련 과정으로 생각된다. 참수리는 언뜻 보면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치밀한 계산과 계획 속에서 검단산과 한강을 오간다.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참수리의 행동양식과 참수리의 가족형성 관계가 자세히 조사된 바는 아직 없다. 하지만 참수리가 두루미의 가족 관계와 유사한 형태의 유대를 지닌 것으로 추정해 본다.
» 검단산 사냥 전망대에서 사냥감을 발견하고 먹이를 향해 쏜살같이 내려꽃듯 비행하는 참수리.
» 사냥감을 향해 직선으로 비행하는 참수리.
» 급선회 하는 참수리. 먹이를 향한 눈매가 날카롭다.
» 참수리의 사냥은 매우 정확하다. 눈깜짝할 사이에 끝난다.
검단산 참수리의 가족관계는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할 과제다. 사냥 행동도 흥미롭다. 참수리 사냥의 조건은 시야 확보가 우선이고 바람, 공기의 흐름, 기온, 강의 유속 등 주변 상황을 모두 고려하는 것 같다. 사냥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사냥 전망대를 번갈아 옮겨 다니며 사냥감을 살핀다.
높은 곳에 앉을수록 사냥감은 잘 보이지만 거리는 멀어진다. 1㎞가 넘는 거리를 쏜살같이 날아가 정확하게 사냥하는 모습은 경이롭다. 바람이 불거나 높은 물결이 쳐도 개의치 않는다.
» 참수리 새끼의 착지 모습.
» 2015년 관찰된 참수리 새끼. 눈초리가 호기심이 많아 보인다.
» 사냥감을 기다리는 참수리. 기다림 만큼은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참수리는 기다림의 명수다.
참수리는 하남시와 퇴촌을 오가는 길 가장자리의 산위에 자리 잡고 있어 차량통행의 소음, 경적소리, 자전거 라이더, 산책인 등 주변 이 매우 번잡스럽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연하게 행동한다.
그러나 민감한 것은 틀림이 없다. 사람이 힐끗힐끗 참수리를 쳐다보거나 살피고 사진촬영을 위해 차를 세우거나, 차에서 내려 우물쭈물하면 바로 날아가 버린다.
누군가 엿본다면 참수리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방해를 받으면 그날의 사냥은 접는 것으로 보면 된다. 참수리는 사냥 구역의 모든 상황을 알고 있으며 예민하고 조심성이 많지만 대범하고 용맹스런 성격을 지니고 있다.
» 참수리 새끼가 오랜만에 검단산에 나타났다. 2015년 관찰된 참수리 새끼다.
» 비행하는 참수리 어미. 노란 부리와 흰 어깨, 흰 꼬리가 단아해 보인다.
다른 새들로부터 불필요한 간섭을 받거나 자리를 침범당하면 목을 치켜세워 특유의 경고음을 보낸다.
3월이 되자 검단산으로 흰꼬리수리가 몰려든다. 참수리 새끼도 보인다. 이때는 사냥을 하기 위해 참수리는 좋은 위치를 차지한다. 먹이를 먹은 다음에는 흰꼬리수리가 넘볼 수 없는 가장 높은 곳에 앉아 검단산의 산군임을 증명해 보인다.
3월9일 마침내 월동을 마치고 참수리는 떠났다. 검단산의 왕은 지금쯤 러시아 연해주 어딘가로 향해 바쁜 날갯짓을 하고 있을 것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흰꼬리수리가 잡은 물고기 빼앗는 게 암컷 참수리 '특기', 사냥감 쟁탈전은 일상의 풍경
» 두툼한 노랑색 부리가 눈에 띄는 맹금류 참수리가 당당하게 날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보호종이다.
지난 겨울에도 어김없이 참수리가 검단산을 찾아 왔다. 검단산은 경기도 하남시와 광주시에 걸쳐 있는 높이 657m의 산이다.
서울에서 매우 가까운 이 산은 높이는 관악산과 비슷하지만 <동국여지승람>에서 '광주목의 진산'이라고 일컬었을 정도로 우뚝한 산세가 특이하다. 검단산 아래로 한강이 흘러 참수리가 월동하며 물고기를 사냥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지녔다.
» 참수리는 세계에 모두 5000마리정도밖에 없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노란 부리와 함께 견장처럼 흰 어깨깃이 두드러진다.
참수리가 처음 검단산에서 발견된 것은 2001년 12월이었다. 유회상 자연 다큐멘터리 비디오 촬영 작가가 어린 참수리1마리를 관찰한 것이 시작이었다.
» 올해 관찰된 어린 참수리.
그 후 2002년 참수리 어른새 2마리를 경기도 하남시 당정섬 부근에서 김연수 현 <포커스뉴스> 영상국장이 촬영하였고, 남양주시 조안면에 거주하는 조승호 사진작가와 박지택 교사, 김응성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남양주시 지회장 등도 지속적으로 이 맹금류를 관찰했다. 이처럼 앞선 분들의 관찰 내용을 기초로 해 나름대로 검단산의 참수리를 살펴보았다.
» 참수리 부부를 까마귀가 지켜보고 있다. 왼쪽에 앉아 있는 것이 암컷이다. 수컷은 암컷보다 다소 작아 날렵해 보인다.
참수리 어른새는 올해까지 14년째 꾸준히 검단산을 찾아오고 있다. 2011년에는 어린 참수리가 발견되었는데, 지금도 어미 곁을 맴돌며 매년 어미를 따라와 함께 월동을 한다. 5년째 어른이 되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아직 어린 티를 벗지는 못했지만 유년기를 지나 깃털 색도 성조처럼 변해가고 있어 어미와 구분이 힘들정도다. 올 11월 다시 돌아올 때는 성조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해 본다.
» 2011년에 처음 관찰됐던 어린 참수리(왼쪽). 이제는 어린 새 특유의 희끗희끗한 흰색 깃털이 어두운 깃털로 덮여 제법 어른 티가 난다.2013년에 관찰된 오른쪽 참수리 새끼도 깃털이 변하고 있다. 사진=김연수 <포커스뉴스> 영상국장
» 왼쪽 참수리 새끼가 참수리 어미의 먹이를 탐낸다. 오른쪽 참수리 수컷이 물끄러미 새끼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 김연수 포커스뉴스 영상국장
2013년 발견된 어린 참수리도 깃털이 제법 어른 깃털로 변해가고 있다. 더욱 경사스런 일은 참수리 유조가 2015년 한 마리 더 관찰되어 어른 새 2마리, 청년 새 2마리, 어린 새 2마리 등 5마리가 되었다. 자세히 관찰해 보니, 이들에서 가족관계로 추정할 수 있는 행동을 엿볼 수 있었다.
부부 참수리와 새끼들이 모이는 곳은 얼음 위나 강 가운데 바위이다. 흰꼬리수리와 달리 참수리는 가족끼리 먹이를 놓고 다투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 어미 곁으로 슬금슬금 다가가는 어린 참수리.
» 어미 참수리와 나란히 서 있는 어린 참수리(오른쪽).
사적 영역과 집단 영역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새다. 자기 공간을 간섭받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철저한 개인주의 행동을 보이지만 유대관계와 결속을 다지는 모습이 관찰된다.
어미가 새끼 있는 곳으로 날아가 앉거나 새끼가 어미를 찾아 옆에 앉기도 한다. 어미는 어린 참수리 곁에 앉아 있는 흰꼬리수리 무리를 쫒아내기도 한다. 어린 참수리끼리는 자주 어울린다.
» 강 가운데 솟은 바위는 참수리가 즐기는 휴식처이다. 어린 참수리가 어미와 함께 앉아 있다.
» 흰꼬리수리들이 참수리 가족을 귀찮게 하고 있다. 자리 싸움도 만만치 않다.
» 한가로운 어린 참수리 형제.
어린 참수리는 검단산에서는 자주 볼 수 없으며 팔당댐 하류에 위치한 바위를 이용해 휴식과 사냥을 한다.
» 흰꼬리수리가 참수리 암컷의 먹이를 빼앗으려 하자 참수리 수컷이 낌새를 채고 방어에 나선다.
» 흰꼬리수리(오른쪽)에 발차기로 대항해 쫒아내는 참수리 수컷.
» 참수리가 즐겨 찾는 한강의 바위 쉼터.
참수리 부부는 검단산에 사냥 전망대를 7개정도 정해 놓고 번갈아 이용한다. 암컷이 전망대를 이용할 때는 수컷이 자취를 감추고 수컷이 검단산 전망대를 사용할 때도 암컷 참수리의 모습은 볼 수 없다.
이때 팔당대교와 이패대교 사이의 바위 위에 앉아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서로 자리를 양보하면서 사냥 경쟁하지 않는 지혜로움을 보인다. 하나의 사냥감을 둘이 사냥한다면 사냥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이치를 알고 있는 것 같다.
» 검단산 참수리 사냥 전망대.
» 참수리 사냥 전망대 중 가장 낮은 곳이다. 도로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다.
» 참수리는 사냥 전망대를 여러 곳 지정해 놓고 옮겨 다니며 사냥 전략을 바꾼다.
이곳 검단산 참수리 부부의 특징이라면 수컷이 사냥에 능숙하고 열심히 일하는데 비해 암컷은 흰꼬리수리의 먹이를 가로채는데 더욱더 능숙한 사냥기술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참수리는 먹이를 사냥하면 검단산 골짜기로 깊이 숨어들어 은밀한 식사를 즐긴다. 식사 자리도 2개의 골짜기를 번갈아 이용한다. 그래서인지 참수리 어미가 먹이를 먹는 모습은 쉽게 볼 수가 없다.
오히려 어린 참수리는 숨어서 먹이를 먹지 않고 바위에 앉아 경쟁자인 흰꼬리수리와 싸움을 해가며 먹이를 뜯어먹는다.
참수리는 검단산에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신출귀몰한 존재다.
» 사냥을 하면 계곡으로 깊숙이 들어가 은밀하게 식사를 즐긴다.
» 흰꼬리수리(왼쪽)과 참수리의 먹이 쟁탈전. 이곳의 일상이지만 참수리 암컷이 약탈자로 명성이 더 높다.
» 참수리에게 곤욕을 치르고 있는 흰꼬리수리. 잡은 물고기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꼭 쥔 채 바닥에 나둥그러졌다.
먹이 쟁탈전은 어쩌면 어린 참수리가 어른이 되기 위해 꼭 겪어야 할 훈련 과정으로 생각된다. 참수리는 언뜻 보면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치밀한 계산과 계획 속에서 검단산과 한강을 오간다.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참수리의 행동양식과 참수리의 가족형성 관계가 자세히 조사된 바는 아직 없다. 하지만 참수리가 두루미의 가족 관계와 유사한 형태의 유대를 지닌 것으로 추정해 본다.
» 검단산 사냥 전망대에서 사냥감을 발견하고 먹이를 향해 쏜살같이 내려꽃듯 비행하는 참수리.
» 사냥감을 향해 직선으로 비행하는 참수리.
» 급선회 하는 참수리. 먹이를 향한 눈매가 날카롭다.
» 참수리의 사냥은 매우 정확하다. 눈깜짝할 사이에 끝난다.
검단산 참수리의 가족관계는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할 과제다. 사냥 행동도 흥미롭다. 참수리 사냥의 조건은 시야 확보가 우선이고 바람, 공기의 흐름, 기온, 강의 유속 등 주변 상황을 모두 고려하는 것 같다. 사냥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사냥 전망대를 번갈아 옮겨 다니며 사냥감을 살핀다.
높은 곳에 앉을수록 사냥감은 잘 보이지만 거리는 멀어진다. 1㎞가 넘는 거리를 쏜살같이 날아가 정확하게 사냥하는 모습은 경이롭다. 바람이 불거나 높은 물결이 쳐도 개의치 않는다.
» 참수리 새끼의 착지 모습.
» 2015년 관찰된 참수리 새끼. 눈초리가 호기심이 많아 보인다.
» 사냥감을 기다리는 참수리. 기다림 만큼은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참수리는 기다림의 명수다.
참수리는 하남시와 퇴촌을 오가는 길 가장자리의 산위에 자리 잡고 있어 차량통행의 소음, 경적소리, 자전거 라이더, 산책인 등 주변 이 매우 번잡스럽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연하게 행동한다.
그러나 민감한 것은 틀림이 없다. 사람이 힐끗힐끗 참수리를 쳐다보거나 살피고 사진촬영을 위해 차를 세우거나, 차에서 내려 우물쭈물하면 바로 날아가 버린다.
누군가 엿본다면 참수리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방해를 받으면 그날의 사냥은 접는 것으로 보면 된다. 참수리는 사냥 구역의 모든 상황을 알고 있으며 예민하고 조심성이 많지만 대범하고 용맹스런 성격을 지니고 있다.
» 참수리 새끼가 오랜만에 검단산에 나타났다. 2015년 관찰된 참수리 새끼다.
» 비행하는 참수리 어미. 노란 부리와 흰 어깨, 흰 꼬리가 단아해 보인다.
다른 새들로부터 불필요한 간섭을 받거나 자리를 침범당하면 목을 치켜세워 특유의 경고음을 보낸다.
3월이 되자 검단산으로 흰꼬리수리가 몰려든다. 참수리 새끼도 보인다. 이때는 사냥을 하기 위해 참수리는 좋은 위치를 차지한다. 먹이를 먹은 다음에는 흰꼬리수리가 넘볼 수 없는 가장 높은 곳에 앉아 검단산의 산군임을 증명해 보인다.
3월9일 마침내 월동을 마치고 참수리는 떠났다. 검단산의 왕은 지금쯤 러시아 연해주 어딘가로 향해 바쁜 날갯짓을 하고 있을 것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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