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월호 참사 한달 전에도 “국정원 접대” 기록… 선사 운영에 개입 의혹, 출금전표는 폐기
문형구 기자 mmt@mediatoday.co.kr 2016년 03월 23일 수요일
청해진해운과 국정원이 세월호 참사 이전 3년간 최소 열두차례 이상의 모임을 가졌고, 국정원 직원에 대한 접대 자리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청해진해운의 여러 내부보고 및 결재서류를 통해 확인됐다. 청해진해운의 ‘출장업무일보’라는 문서에 의하면 여객영업팀 정ㅇㅇ 대리는 세월호 참사 발생 한달여전인 3월5일 백령도 출장을 간 자리에서 국정원 직원을 접대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문서엔 “국정원(세기:안보관광 담당자) 접대”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세기”는 국정원의 또다른 이름인 “세기문화사”를 가리킨다. 문서에 나오는 “안보관광”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다.
세월호에 대한 보안측정이 있었던 2013년 3월에도 청해진해운이 국정원 직원에게 식비 등을 제공한 정황이 있다.
▲ 청해진해운 직원이 2014년 3월7일 작성한 출장업무일보. 3월5일에 국정원을 접대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
위 두 자리에서 접대에 사용된 돈의 액수는 확실하지 않다. 청해진해운은 정부기관을 상대할 시 김혜경 차장이 관리하는 비자금 통장에서 현금을 인출해 사용했고 출금전표는 김한식 대표와 박기청 상무 등이 확인 후 폐기한 것으로 돼 있다.(광주지법 목포지원 제1회 증인신문조서 등)
공식적으로는 세월호에 대한 국정원의 보안측정이 있었던 3월18일~20일, 청해진해운이 ‘김재범 부장 외 출장경비(3.18~20세월호 국정원 보안점검)’명목으로 134만8천원을 사용한 것으로 돼 있다. 134만8천원의 세부 항목은 식비 74만8천원과 잡비 60만원으로만 표시돼 있다.
연안여객선을 운항하는 중소기업인 청해진해운의 내부 문서에 “국정원 접대”가 나온 것도 이상하지만, 더 큰 의혹은 청해진해운과 국정원의 잦은 접촉이다. 청해진해운 내부 공식문서에 기록된 “면담” “미팅” 등만 4년간 11차례에 달한다. 이는 국정원 직원들과 청해진해운 측의 전화통화나 문서수발신을 제외한 순수한 대면 접촉 횟수다.
청해진해운은 국정원과의 미팅을 연간계획서 상의 한 항목으로 포함시켜 놓기도 했으며, 2012년 업무일지엔 청해진해운 직원이 “국정원 정기모임 참석”이라고 기록한 대목도 나온다.
미디어오늘이 청해진해운 내부 공식문서들로부터 추출한 국정원과의 일자별 접촉은 다음과 같다.
2011년 1월28일 “국정원 점심식사 미팅(2월 왕복이용 협의 외)”
2011년 9월9일 “백령노선 관계자미팅(국정원)”
2012년 1월9일 “대형선 관련 국정원 면담”
2012년 1월18일 “국정원특별점검”(오하마나호로 추정)
2012년 1월27일 “국정원 정기모임 참석”
2013년 2월7일 “국정원 미팅”
2012년 2월13일 “대형선 관련 국정원 면담”
2013년 2월21일 “어제 국제터미널 국정원 사무실에 김ㅇㅇ 부장과 다녀왔습니다”
2013년 3월 18-19일 “세월호 국정원 보안점검”
2014년 1월20일 “국정원 미팅(1/20 월)”
2014년 3월5일 “국정원(세기:안보관광 담당자) 접대”
2014년 3월5일 ‘출장업무일보’의 “안보관광”이나 2011년 “왕복이용” 등의 표현에 비춰보면, 국정원이 청해진해운의 관광상품을 이용했던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2012년 1월과 2월에 있었던 “대형선 관련 국정원 면담”이나 같은달 “국정원 정기모임 참석” “국정원 미팅”은, 국정원이 청해진해운의 선박운영에 개입했던 게 아닌가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 검찰이 확보한 청해진해운 이성희 제주지역본부장의 수첩 사본. 2013년 2월22일자에 “국정원과 선사대표 회의 라마다Hotel 12시”라고 기록돼 있다. |
이외에도 검찰이 확보한 청해진해운 이성희 제주지역본부장의 수첩 사본엔 2013년 2월22일 “국정원과 선사대표 회의 라마다Hotel 12시”라고 기록돼 있다. 2011년부터 2014년 3월까지 총 12차례의 접촉이 이뤄진 셈이다.
국정원은 세월호 참사 2년이 되어가는 현재까지 청해진해운과의 어떤 관계도 부인하고 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의 ‘해양사고보고계통도’에 국정원이 들어있는 것에 대해서도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작성·승인에 전혀 관여한 바 없으며, (청해진해운 측이)선박 테러·피랍사건에 대비하여 포함시켰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자신들은 무관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사고 발생일인 2014년 4월16일과 17일 양일간 청해진해운의 기획관리부장, 해무팀 대리, 물류팀 차장에게 총 7차례 전화를 걸어 이들 직원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고, 국정원이 통화한 직원들 중엔 ‘해양사고보고’와는 무관한 화물담당자도 있었다.(관련기사: 세월호 참사 직후 국정원과 청해진해운 7차례 의문의 통화)
무슨 이유로 국정원과 청해진해운이 잦은 접촉을 가졌는지, 청해진해운 문서상의 “접대”가 실제 이뤄졌는지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해보인다. 국정원은 미디어오늘의 취재에 대해 “확인해 드릴 수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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