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이 '먹거리'라던 MB, 알고보니…
[추적 ①] 2009년 UAE 수주 이후, 지금까지 계약 전무
허환주 기자 2014.11.06 07:32:31
지난 4일, 언론에서는 한국이 요르단으로부터 160억 원 규모의 요르단 원전 부지평가용역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보다 하루 전날에는 250억 원 규모의 연구용 원자로 개선사업을 네델란드와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언론과 정부에서는 이를 두고 다시금 원자로 수출 활로가 뚫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MB 정부 때부터 진행됐던 원자로 수출 성과는 시원치 않다. <프레시안>에서는 그간 있었던 원자로 수출 과정과 문제점 등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2012년 11월 26일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연설에서 원전 예찬론을 펼쳤다. 이 대통령은 "지난 40여 년 동안 우리의 먹거리는 자동차와 철강·조선·전자산업이었지만, 성장을 지속하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며 "그 중 원전은 핵심적인 미래 먹거리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에 건설 중인 한국형 원전 1·2호기 착공식에 참석했다"며 "원전 수주로 우리가 얻는 경제적 효과는 공사비 200억 달러뿐 아니라 고급 일자리 창출"이라고 강조했다.
MB 정부는 원전이 앞으로 한국의 신(新)성장동력이라고 단호히 이야기했다. 2009년에 성사된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가 근거다. 당시 공개입찰에서 프랑스 아레바 컨소시엄과 일본 히다치, 미국 GE 컨소시엄을 누르고 수주를 따냈다. 당연히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홍보가 이뤄졌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원전이 한국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원자력 발전소는 세계적으로 더는 사용하기 부담스러운 에너지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원전을 수출하려 해도, 수입할 나라가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 MB의 비용'을 따져야만 하는 이유)
▲ 원전 수주 계약을 체결할 당시인 2009년, 이명박 대통령과 칼리파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이 아부다비 에미리트 펠리스 호텔에서 원전사업 주계약서 서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웃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원전 수주 계약을 체결할 당시인 2009년, 이명박 대통령과 칼리파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이 아부다비 에미리트 펠리스 호텔에서 원전사업 주계약서 서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웃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소 추세로 가는 원전, 역주행하는 한국
전 세계적으로 31개국에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원자력을 이용한다. 총 439기(2008년 기준)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 이들 원자로 총 설비 용량은 약 372.100GW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력은 전 세계 전력 생산의 약 15%를 차지한다.
원전이 가장 많이 운영되는 지역은 서유럽이다. 이들 지역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대부분은 1960~1970년대에 건설됐다. 최근 핀란드와 프랑스에서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시작된 것을 제외하면 서유럽 대부분 국가에서는 1980년대 말 이후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고 있다. 캐나다, 미국, 스위스에서도 1990년대 이후에는 신규원전을 건설하지 않았다.
이렇게 감소 추세로 돌아선 배경에는 몇 가지 주요 사건이 존재한다.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을 겪으면서 서유럽에서 원전 건설은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서유럽 지역 원전 운영 중 9개국 가운데 절반 이상인 5개국이 원자력의 단계적 폐쇄를 결정했다. 독일의 경우, 2011년 후쿠시마 사건 이후 원전 완전 폐쇄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지식경제부는 2012년 1월 대통령 주재 비상대책회의에서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하겠다"고 공언했다. 원자력 선진국에서는 신규 원전을 더는 짓지 않고 있음에도 MB 정부는 어디에서 원전을 수주하겠다고 했던 걸까. 키워드는 아시아와 중동 등 원전 사업에 새롭게 뛰어드는 '신흥국가'였다.
아랍에미리트 이후 성과 없는 한국
1970년대와 1980년대 건설을 시작해 20년 넘게 건설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로 있는 10기를 제외하면 2000년 이후 건설이 시작된 원전은 서유럽 지역이 2기, 러시아가 4기, 그리고 아시아 지역이 21기이다. 아시아에서만 약 78%의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MB 정부는 2009년 UAE 원전 수주 이후, 중동 지역과 아시아 국가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제2한국형 원전 수출 후보지로 꼽혔던 터키 시노프 원전 수주는 사실상 한국 정부가 포기했다. 터키 원전 사업자인 한국전력은 이사회를 열고 흑해 연안 시노프에 원전 2기를 건설하기 위해 현지 건설업체와 함께 만든 페이퍼컴퍼니인 네덜란드 현지법인에 관한 청산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국 정부는 2010년 6월 양해각서(MOU) 체결한 뒤 협상을 벌였다. 앞서 한전과 터키 국영발전회사(EUAS)는 2010년 3월 '시노프 지역에 한국형 원자로 2기를 건설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서에 서명했다. 사업구조, 재원조달, 공정, 용지, 전력판매단가, 인력 양성 등 원전 건설에 필요한 모든 사항에 대한 양국 공동연구도 마쳤다.
하지만 터키 정부가 지급보증을 꺼린 데다 전력판매단가를 낮게 책정해 협상에 진척이 없었다. 일본, 캐나다, 중국 등 수주전에 뛰어든 나라를 두고 터키 정부가 저울질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정부는 헐값 수주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지적에 현지 법인을 청산했다. 현지 법인을 청산했다는 건 터기 원전 수주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베트남 원전 수주도 터키처럼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한국과 베트남은 원전 건설을 위한 첫 번째 공식 절차인 예비타당성조사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예비타당성조사는 올해 12월 전후에는 최종 수주에 관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가 베트남 정부의 확정 절차를 거쳐 베트남 국회에서 승인을 얻으면 한국 원전 수출이 사실상 확정된다. 하지만 한국만이 아닌 일본, 프랑스, 중국 등에서도 입찰에 뛰어들어 터키 꼴이 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발트해 연안의 리투아니아 원전은 우리가 프랑스와 함께 수주전을 벌였으나 원전 후보지가 연약 기반이어서 기술적인 난점이 있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이밖에 이집트는 가격 문제로 수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르헨티나는 원전 수리를 맡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입찰 공고를 낼 분위기는 아니다.
▲ 핵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량은 199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2006년 최고치를 찍은 후 줄어들고 있다. 2013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핵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은 2359TWh다. 또한 전 세계 발전량 중 핵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6년 이후 점점 줄고 있는데 2013년 현재 전체 생산된 전력량 중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0.8퍼센트다. ⓒ함께 사는 길
▲ 핵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량은 199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2006년 최고치를 찍은 후 줄어들고 있다. 2013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핵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은 2359TWh다. 또한 전 세계 발전량 중 핵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6년 이후 점점 줄고 있는데 2013년 현재 전체 생산된 전력량 중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0.8퍼센트다. ⓒ함께 사는 길
경쟁에서 이점이 없는 한국
반면 한국의 경쟁대상인 러시아는 방사능 유출이 없는 멜트트랩(melt trap) 기술 개발로 국제 원자력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러시아 원자력공사는 지난해 10월 요르단의 원전 2기 건설 수주에 이어 12월에는 핀란드 한히키비 원전 건설에도 합의했다.
러시아형 경수로로 거대 시장이 형성될 영국 진출도 노리고 있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진두지휘 아래 지난 2년간 베트남 2기 등 원전 수주로 700억 달러(약 70조 원)를 벌어들이고, 이란,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헝가리 등 10여 개국에 원전 수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원전 100기를 가동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원전 강국인 미국조차도 원전 수출에 관한 한 러시아의 적수가 못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킨 일본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작년 자국 기술력, 국력, 비전 그리고 총리의 리더십을 총동원해 터키 수출을 확정 지었다. 베트남 원전 2기 수주에 이어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나서 터키 수출에 쐐기를 박았다.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중동에 발판을 굳히려는 한국 진로를 방해하는 강력한 라이벌이다.
사실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얼마 되지 않는다. 원전 운영국 31개국 중 러시아, 프랑스, 일본, 캐나다, 미국 등 겨우 대여섯 나라에 불과하다. 모두 다 선진 강대국으로 러시아는 단독으로도 수출 경쟁력이 충분히 있으며 프랑스, 일본, 미국은 합병회사를 만들거나 컨소시엄이라는 형태로 서로 밀어주고 있다.
문제는 한국 원전 사업은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도 이점을 갖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원전 가격을 다른 나라보다 4분의 1수준으로 낮게 책정하거나 아니면 다른 옵션을 주면서 유치하는 게 지금의 한국이다.
아랍에미리트 수주 경쟁 때만 해도 '오일달러'를 보유한 아랍에미리트 측이 대출 등을 받아 건설비를 부담하고 한국은 원전을 지은 뒤 돈을 받았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를 위해 한국이 수출입은행을 통해 10조 원을 28년 동안 아랍에미리트에 빌려준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진 뒤, 한국은행에 역마진이 생긴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아랍에미리트의 국가신인도가 우리나라보다 높아 수출입은행의 수출금융 대출 때 역마진이 발생한다. 비싼 이자를 주고 빌려 와 싼 이자를 받고 빌려주기 때문에 우리에게 상당한 손해가 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아랍에미리트에 원자력 수출을 대가로 사용후원자료, 즉 핵폐기물 처분 보증, 특전사 파병 등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파병된 부대는 아직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에서 목표로하는 차기 원자력 수출국들은 대다수기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터기 원전 수주에서 한국이 밀린 이유도 이 같은 이유였다. 4기 원전을 짓는 터키는 총 200억 달러 공사비용 중 30%를 발주국과 수주국 양국이 나눠 부담하고, 나머지 70%는 외부 금융권에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로 할 방침이었다.
PF에 투입되는 비용은 원전에서 나오는 전기를 팔아 회수하는 구조다. PF는 당연히 외국에서 싼 금리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국가가 유리하다. 국내 자금이 풍부하고 국가신용등급이 높아 저금리로 외국 돈을 끌어오기가 쉬운 일본이 부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에 앞으로 원전 수주에 성공하기 위해선 싼 이자를 물고 국제시장에서 뭉칫돈을 가져올 대형 은행, 이른바 '메가뱅크'가 필연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시장경제 구조상으로는 이것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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