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14년 11월 5일 수요일

함세웅 신부 “진보당 해산? 위험한 독재자야말로 뽑아내야”


[인터뷰] 함세웅 신부 “진보당 해산? 위험한 독재자야말로 뽑아내야” ‘진보당 해산반대 원탁회의’ 제안, 6일 개최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시간 2014-11-05 23:47:17 최종수정 2014-11-06 00:19:08 정부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지 5일로 딱 1년이 됐다. 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불어 닥친 ‘광풍’에 따른 한국 헌정사상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법무부와 통합진보당은 1년 동안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정당의 위헌성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고, 앞으로 20일 뒤 최후변론만 남겨 놨다. 이에 맞춰 시민사회·종교·언론·정치권 등 각계를 대표하는 주요인사 10명의 제안으로 정부의 진보당 해산 시도에 반대하는 원탁회의가 6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다. 여기엔 ‘유신시대’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함세웅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도 제안자로 참여했다. 함 신부는 지난 해 4월 구성된 ‘국가정보원 내란음모 정치공작 공안탄압대책위원회’ 상임대표를 맡으며 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함 신부는 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기쁨과 희망 사목연수원’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1년 동안 정부가 저지른 무례나 범죄적 행위에 대해 우리가 함께 전체적으로 종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원탁회의를 제안하게 됐습니다”라며 “이번 원탁회의는 정의를 기초로 오늘 우리 사회를 진단하는 성찰의 자리”라고 밝혔다. 함 신부 등의 제안으로 성사된 원탁회의에는 각계 대표급 인사 60여명이 참석한다. 정부가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를 할 때 진보민주진영에서도 침묵하거나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진보당 입장에선 상당한 진전이다. 이에 대해 함 신부는 “역사 진전의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십자가에 못 박혔던 예수나 독립운동의 표상인 안중근 의사가 외롭게 죽음을 맞이했지만, 훗날 역사적으로 평가받았던 것도 같은 이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함 신부는 정부의 정당해산 시도에 대해 “자기 뜻에 맞지 않는 사람을 배제하는 것은 반민주적인 발상이며 이것이 바로 독재적 사고”라며 “이런 위험한 사람을 오히려 우리는 공동체에서 뽑아내야 합니다. 위험한 사람을 오히려 우리가 공동체에서 배제시켜야 합니다”라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아울러 정당해산심판의 핵심 배경이 됐던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서도 함 신부는 내란음모는 무죄인데 내란선동은 유죄라는 판결은 모순이라고 지적하며 “(정부 논리대로라면) 부모들이 자녀를 가르치고 선생님이 제자를 가르치고 종교인들이 설법하고 목사님들이 설교하고 우리 가톨릭 사제들이 강론하고, 그게 다 선동 아닙니까? 성경 말씀도 어떤 의미에서는 선동적입니다. 사랑도 선동입니다”라고 꼬집었다. 함 신부는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 이석기 의원과 여섯 명 동료들의 고통과 아픔을,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고통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타인을 외면할 때에는 언젠가 나에게도 불시에 고통이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라며 “우리는 모두 눈을 뜨고 시대를 주시하는 감시자, 그리고 남을 도와주는 협조자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함 신부는 과거 일제시대와 유신시대가 끝난 게 아니라 “100년 역사 돌아다볼 때 불의한 정치 현실은 늘 현재형인 셈”이라고 밝혔다. 1974년의 민주회복국민선언과 1976년의 명동 3·1 민주구국선언에 참여해 유신시대 때에만 두 차례 투옥된 적이 있는 함 신부는 그야말로 역사의 산 증인이다. 그의 얼굴에 패인 주름은 세월을 그대로 보여줬다. 하지만 함 신부의 오랜 ‘민주화를 위한 고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함 신부는 “우리가 이승만 독재, 군사독재, 유신독재를 청산 못한 채 모두 비빔밥처럼 섞여 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친일파와 분단세력과 박정희 독재와 신군부졸개들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습니다”라면서 “이제는 이러한 의미에서 시대를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을 비롯해 현 시국에 대한 함 신부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 민주수호를 위한 원탁회의’를 제안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오늘(11월 5일)은 진보당 해산 청구를 법무부에서 제출한지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사건이나 역사를 기억하며 더 큰 가치를 종합하고 추구해나갑니다. 그래서 1년 동안 정부가 저지른 무례나 범죄적 행위에 대해 우리가 함께 전체적으로 종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원탁회의를 제안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나오게 된 과정에 대해 시민의 처지에서, 또 진보당 당사자들의 처지에서 모두 각자 성찰할 역사적 책무가 있습니다. 원탁회의는 시대를 고민하는 많은 분들이 서로 생각을 나누고, 또 어려운 현실을 어떻게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지 찾고 다짐해 나가는 그런 아름다운 결단의 자리가 될 것입니다. 저는 신학도로서 4~5세기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을 늘 되새깁니다. 그는 로마제국 멸망을 지켜보면서 신국론에서 ‘모든 공공단체, 국가공동체에는 정의가 기초가 돼야 한다. 정의가 없는 공동체는 강도 집단과 똑같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원탁회의는 정의를 기초로 오늘 우리 사회를 진단하는 성찰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원탁회의는 외국인 법 전문가들도 참석하는데, 이는 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이 국내 문제뿐 아니라 국제적 문제, 인류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 박근혜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정부는 진보당 구성원들의 성향을 따지면서 국기문란 등 위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라도 해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예방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예방차원의 목적은 공동선에 기초해야 합니다. 공동선은 개인과 가정과 단체가 더 충만하게 더욱 쉽게 자기 완성을 실현할 수 있는 총체입니다. 한 마디로 공동선은 모두를 껴안은 모두에게 좋은 가치입니다. 따라서 자기 뜻에 맞지 않는 사람을 배제하는 것은 반민주적인 발상이며 이것이 바로 독재적 사고입니다. 이런 위험한 사람을 오히려 우리는 공동체에서 뽑아내야 합니다. 현 정권은 국가공동체와 공동선의 참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공동체는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헌법을 짓밟고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쿠데타를 행하고 헌법과 법을 위반하고 공권력을 남용하고 죄 없는 사람들을 고통 받게 하는 불의한 권력자들이 역사와 민족공동체 앞에서 깊이 속죄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에서는 내란음모 부분은 무죄, 내란선동 부분은 유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당시 선고 재판을 직접 방청하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참으로 모순된 재판입니다. 음모가 없으면 선동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선동을 법적인 잣대로 재단하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언어는 그 자체가 선동적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들이 자녀를 가르치고 선생님이 제자를 가르치고 종교인들이 설법하고 목사님들이 설교하고 우리 가톨릭 사제들이 강론하고, 그게 다 선동 아닙니까? 성경 말씀도 어떤 의미에서는 선동적입니다. 사랑도 선동입니다. “세상을 바꾸자”, “잘 살자”라는 말도 선동입니다. 초대와 호소도 선동입니다. 이와 같이 인간의 언어는 그 자체로 선동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선동을 법으로 통제하니 우습습니다. 인간은 선동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선동을 죄라고 하는 것은, 생각하고 말하는 게 죄라는 것과 똑같습니다. 국제공동체 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되는 이러한 법 적용은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고문 함세웅 신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고문 함세웅 신부ⓒ김철수 기자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부터 진보당 해산심판 사건까지 정치인과 정당이 정권으로부터 직접적인 탄압을 받고 있음에도 진보민주진영 일각에선 이에 대해 침묵하거나 선 긋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1년이 지나고 열리는 원탁회의에는 예전보다 많은 인사가 참여하는 것 같습니다. =역사의 많은 발자취를 남긴 분들의 죽음을 우리가 되돌아보면 사실 고독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보면,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현장에도 다섯 여섯 분들의 경건한 여인들과 사도 요한 한 분만 계셨습니다. 독립운동의 표상인 안중근 의사도 홀로 돌아가셨습니다. 최근 역사만 보더라도 진보당 조봉암 대표도 사형 당할 때 정말 모두에게 외면당한 상태였습니다. 50여년이 지난 다음에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이와 같이 외로움 속에는 오히려 공동체 가치가 내재돼있습니다. 70년대 재판에서 최후 진술할 때 우리는 모두 제4심인 ‘역사의 심판’을 선언했습니다. 저는 신앙인으로서 역사의 심판을 넘어 종말론적 하느님의 영원한 심판을 확신합니다. 군중과 대중의 경우 이러한 힘든 여정에 공포감이 있으니까 처음엔 일단 외면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에 광풍이 몰아닥쳤기 때문이지요. 지금은 당시 대선 관권 불법선거에 대한 항의를 잠재우기 위해 이 사건을 펼쳤다고 모두들 다 알고 있습니다. 안타까웠던 것은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광풍 속에서 침묵 지키고 이석기 의원 구속을 동의했던 점입니다. 그것이 정말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습니다. 광풍의 1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 더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기에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하고 계십니다. 이는 역사 진전의 필연적인 현상입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그 외 선입견으로 외면하셨던 분들도 선입견과 외면을 거둬들이고 역사적 현장으로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사건과 함께 과거 독일 나치 히틀러시대를 다시 생각합니다. 그 당시엔 많은 공산주의자들, 유대인들, 노동자들, 가톨릭 사제들, 교수들 등 많은 이들이 감옥에 갇혔습니다. 마지막에 갇힌 분 중 한 분이 니묄러 목사님이었습니다. 이 분은 감옥에서 '그들이 왔다'라는 아름다운 신앙 고백문을 남겼습니다. 유대인 등 많은 사람들이 체포당할 때 무관심하다가 나중에 감옥에 끌려 갈 때, ‘사람 살려줘요!’ 하고 외쳤더니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억울한 고통을 당할 때 외면하면 내가 억울한 고통 받을 때도 나 또한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 하느님께서도 나의 고통을 외면하신다는 신앙적 깨달음 속에서 이러한 고백을 토로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 이석기 의원과 여섯 명 동료들의 고통과 아픔을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고통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타인을 외면할 때에는 언젠가 나에게도 불시에 고통이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 눈을 뜨고 시대를 주시하는 감시자, 그리고 남을 도와주는 협조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사건은 수구정권의 이른바 ‘종북몰이’와도 무관하지 않을 텐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나와 모습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그걸 배제하는 것은 사실 동물적 접근입니다. ‘종북’을 말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가 인간이 아니고 나는 동물이다, 나는 짐승과 같다고 얘기하는 것과 흡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분들에게 다가가 우리는 깨우쳐 주고 또한 그들 구원해야 합니다. 수구언론에서는 ‘종북몰이’로 역사적 사실과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깊게 관찰한다면 종북몰이의 원조는 박정희입니다. 1972년 7.4공동성명 발표되었습니다. 자주·평화·민족적 대단결이라는 통일의 3대 원칙,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그 당시 우리는 조금 의심을 했지만 그 의심대로 몇 달 뒤인 10월에 유신정변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공개된 CIA 문서에 의하면 유신정변 4일 전쯤에 박정희 정권은 이를 북한에 미리 통고했다는 것입니다. 유신정변은 북한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답니다. 그때부터 박정희는 1인 독재 길로 들어서고 김일성은 후계자 김정일 체제로 넘어가는 수령론을 정착시켰다는 것입니다. 누가 종북의 원조입니까? 박정희부터 질타하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를 비롯해 각종 공안탄압이 벌어지면서 우리나라가 유신시대로 되돌아갔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그렇게 보십니까? =일제시대 36년을 제가 살았던 시대가 아니기에 어려서는 너무나 먼 옛날의 긴 시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과 싸우면서 지금 40년이 흘렀습니다. 이건 우리 당대의 일이었습니다. 다시 일제 침략사를 되돌아보면 36년이 긴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똑같은 사안이 45년 해방 이후 남북이 분단되는 과정에서도 일어났습니다. 미국과 소련의 점령이라는 아픈 역사를 기억합니다. 저는 지금 일제시대 나라를 빼앗겼던 고종과 이완용 시대의 옛날이 재현되는구나, 바로 지금 그것이 우리 시대에서 반복되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해방 이후에 군정과 친일파들이 판을 쳤던 그때가 바로 지금 재현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승만 독재, 군사독재, 유신독재를 청산 못한 채 모두 비빔밥처럼 섞여 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친일파와 분단세력과 박정희 독재와 신군부졸개들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변형을 거듭해서 한나라당이 되고 새누리당 집권층이 되었습니다. 100년 역사 돌아다볼 때 불의한 정치 현실은 늘 현재형인 셈입니다. 민족과 역사의 가치를 바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세기가 더 걸린다 합니다. 그것이 레미저러불의 교훈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이러한 의미에서 시대를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고문 함세웅 신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고문 함세웅 신부ⓒ김철수 기자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겨우 합의했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까요. =4월 16일 이후에 벌어진 일들을 우리는 모두 있는 그대로 마음속에 간직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정치인들, 책임자들이 그대로 간직했으면 합니다. 초심을 간직하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유가족을 청와대에 초청한 당사자, 희생자들을 얘기하며 눈물을 흘렸던 그 당사자가 그 언행에 대한 진정성과 책임을 보여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들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게 판명됐었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법에 그러한 진정성과 책임이 녹아들어가야 하는데 그것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진상 조사가 세상을 떠난 분들을 위한, 그리고 우리 시대를 위한 진정한 쇄신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가슴 아픈 마음으로 돌아가신 분들과 우리시대의 변혁을 위해 매일 하느님께 정성껏 기도드립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직접 유족을 만나기도 했고,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갖는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그의 한국 방문은 어떤 의미를 남겼다고 보십니까?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조금 염려했습니다. 불의한 관권선거로 된 독재자의 딸을 국제적으로 정당화시켜주는 게 아닌가 이런 염려를 하면서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교황의 말씀과 행업 등 모든 걸 지켜보면서 제 염려는 사라지고 제가 기대하고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감동적인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그 분은 단순히 언어로써 자기의 뜻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가슴으로 얘기하는 분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떠날 때까지 세월호 참사 가족들을 위한 방문이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분의 방문은 한국사에서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면서 유가족과 같은 마음의 위로를 간직했습니다. 반면에 그분이 가슴으로 말했던 그 이면에는 가슴으로 말하지 않고 외면하는 한국사회의 모든 이들, 특히 형식적 신앙인들을 비롯하여 불의한 관료들, 모든 정치인들, 모든 책임자들을 꾸짖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우리나라 가톨릭은 독재정권시절 정의구현사제단이 설립돼 활발히 활동할 때 약자의 편에 섰는데 지금은 상대적으로 그런 역할이 적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종교는 절대적 존재와 초월적 가치에 기초하고 있지만 인간 공동체라는 의미에서 그 시대, 그 문화, 민족, 사회적, 정신적 수준과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대의 시민이 깨어 있으면 그 시대의 종교와 종교인들도 깨어 있고 그 시대의 종교와 종교인이 깨어 있으면 그 시대에도 깨어 있는 것인데, 시대가 암울하고 자본주의와 이기주의, 탐욕에 종속돼 있는 만큼, 종교도 또한 그영향 하에 있습니다. 70년대에는 아주 극악한 독재시대였지만 시대정신은 훌륭했습니다. 저와 동료 사제들은 지학순 주교가 구속되는 것을 보고 역사 현장으로 나왔습니다. 그것이 1차적 계기였지만, 더 큰 계기는 그 당시 묵묵히 공부하고 있었다면 취업하고 미래가 보장되었을 청년학생들이 그 미래를 포기하고 위험한 선택을 하고 구속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청년학생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회복, 그리고 민족 공동체를 위해서 독재 타파를 외치며 역사의 현장에 투신했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저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때의 시대정신과 청년학생의 순수성을 40년이 지난 오늘에 다시 체험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1997년 국제금융통화기금에 예속되고 신자유주의에 지배당하게 되면서 아름다운 인간성 파괴되고 자본과 재물의 노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계속 예수님의 말씀과 복음 정신으로 우리 자신과 공동체를 쇄신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많은 이들이 곳곳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던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가 강론의 일부 내용 때문에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았습니다. 가톨릭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경찰과 검찰이 그렇게 하면 안됩니다. 법관도 그렇습니다. 공직자도 그러면 안됩니다. 그러한 얘기를 시민으로서 신앙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되지 않습니까? 종교와 신앙은 존재론적으로 정치적입니다. 구원이라는 것은 영혼만을 구원하는 게 아닙니다. 육신을 포함한 사람 모두를 구원해야 합니다. 이것이 전인적(全人的) 구원입니다. 그 사회, 정치, 경제 현실, 우주 만물 모든 걸 구원하는 게 종교의 책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적 발언’이라며 비판하는 것은 우매몽매한 것입니다. 종교는 존재론적으로 바로 정치적입니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고문 함세웅 신부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고문 함세웅 신부ⓒ김철수 기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