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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일 일요일

정정당당한 대안 제시보다 꼼수만 노리는 정부


예산안 12월 2일 국회 자동통과법? 현실화 가능성은 제로 [홍헌호 칼럼] 입력 : 2014-11-03 09:25:35 노출 : 2014.11.03 09:41:15 1. 일부 정치학자들은 정치를 일컬어 ‘사회적 자원 배분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이라 정의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이 정부 예산안을 본격적으로 심사하는 11월은 이들에게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올해에는 국회법이 개정되어 여야가 예결위에서 11월말까지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예산안이 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되고, 12월 2일까지 자동상정되어 표결이 이뤄질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몇 %나 된다고 봅니까? ⇒ 개정된 국회법,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의 규정에 비춰 보면 그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봅니다. 개정된 국회법(제85조의3)을 보면 ‘예산안 등 본회의 자동부의 등’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이 조항을 보면 국회의원들이 이 법을 만들 때 교묘하게 ‘자동부의’, ‘자동상정’을 피할 수 있는 출구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이 과거와 같이 날치기를 시도하지 않는 이상, 일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과 같이 예산안이 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되고, 12월 2일까지 자동상정되어 표결이 이뤄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2. 그렇게 보는 근거가 있나요? ⇒ 개정된 국회법(제85조의3)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국회 예결위는 11월말까지 예산안과 부수 법률안 심사를 마쳐야 한다. 만약, 그 때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부의된 것으로 본다. 다만,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들과 합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이것은 <여야 합의가 안 되면> 12월 1일 예산안 등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 여야 합의가 안 되었다 하더라도 의장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부의하거나 상정할 가능성은 없나요? ⇒ 그럴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봅니다. 국회법(제85조의3의 3항)을 보면 이런 내용도 나옵니다. ‘같은 제목의 예산 부수 법률안이 둘 이상일 경우 (의장은) 그 중 하나만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조항에 따르면 법률안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는 예산안도 여야가 서로 다른 예산안을 제시하며 다툴 경우 의장이 그 중 하나만을 골라서 부의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과거의 날치기와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에 의장이 이와 같은 무리수를 둘 것 같지는 않습니다. ▲ 국회 본회의장. ⓒ 연합뉴스 4. 여야 합의가 없는 한, 또는 여당의 날치기가 없는 한, 12월 2일까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고, 자동 상정되어 표결에 이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거군요? ⇒ 그렇습니다. 5. 올해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어떤 것이 될 것 같습니까? ⇒ 세출 부문에서는 지방교육 예산이, 세입 부문에서는 담뱃세, 주민세 등 서민증세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전면전을 예상하고 야당을 겨냥해 선제공격을 했는데요. 세출 부문에서는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누리과정 확대 공약 때문에 지방교육청에 재정위기가 도래했다는 비판을 하자, 정부는 오히려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삭감하며 초강수로 맞서고 있습니다. 또 세입부문에서는 야당이 담뱃세, 주민세 인상을 서민증세라 규정하고 반대하자, 정부는 담뱃세 인상으로 인한 세수 증가분 전부를 중앙정부 세수로 돌리며 본격적인 논쟁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6. 정부가 이와 같이 초강수를 둔 이유가 무엇입니까? ⇒ 정부가 수비로 맞서기보다는 본격적인 논쟁을 시도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누리과정 비용 논란에 있어서도 야당이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문제삼자, 정부가 무상급식 등 무상복지가 지방교육재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또 담뱃세 인상 논란에 있어서도 야당이 담뱃세 인상을 서민증세라 규정하고 반대하자,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일부 여론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서민 증세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7. 이와 같은 정부의 공세적인 태도에 대해 야당은 어떻게 맞서고 있습니까? ⇒ 누리과정 비용과 관련하여 야당은 박 대통령 공약 이행으로 인한 비용은 전액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박 대통령 누리과정 확대 공약 이행으로 인한 시도 교육청 비용은 최근 3년간 1조6천억원에서 3조9600억원으로 2조3600억원이나 증가했는데요. 야당과 시도 교육청은 이 비용 전부를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담뱃세, 주민세 인상 등과 관련하여 야당은 서민증세보다 부자감세 철회가 우선이라는 입장입니다. 저희 연구소가 추정한 바로는 MB정부 이후 법인세 감세로 연간 10조원의 세수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야당은 서민증세보다 감세 철회가 더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8. 박 대통령의 누리과정 확대 공약 이행으로 시도 교육청 비용이 크게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내년에 시도교육청에 교부하는 교육재정 교부금을 1조원 이상 줄였다고 합니다. 정부가 이런 행보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정부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교육재정 교부금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첫째, 초중고 학생수가 줄고 있고, 둘째, 교사 월급이 국제 수준이 비해 높으며 셋째, 시도 교육청의 예산 불용액, 이월액이 지난 6년간 연평균 4조원 이상이었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누리과정 확대 공약 이행으로 인한 시도 교육청 추가 비용이 연간 2조 4000억원이나 급증한 상황에서 내년 교육재정 교부금을 1조원 이상 줄이는 것은 모든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다 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9. 정부는 담뱃세 인상으로 인한 세수가 2조8000억원에 이를 것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세수 대부분을 중앙정부 세수로 채울 것이라 해서 또 논란이 되고 있지요? ⇒ 현행법에 따르면 담뱃세 세수 중 62%는 지방세로, 38%는 국가수입으로 징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담뱃세법 개정안을 보면 담뱃세 추가 세수 중 100%가 국가수입으로 징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정부 주장을 들어보면 담뱃세 인상으로 국세인 개별소비세 세수가 1조7000억원 이상 확보될 것이라 합니다. 또 정부 주장을 들어보면 담뱃세 인상으로 국가수입인 건강증진 부담금 수입이 8000억원 이상 확보될 것이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합치면 국가수입이 2조5000억원 이상인데요. 국세인 부가가치세 세수도 3000억원 가까이 확보되기 때문에 2조 8000억원 전액이 국가수입으로 들어갑니다. 야당과 지자체들은 정부의 이런 시도가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10. 정부가 상당히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정부가 왜 이런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봅니까? ⇒ 정부가 야당과의 여론전을 앞두고 전략적으로 초기에 강한 협상안을 내놓은 것 같습니다. 누리과정 비용의 경우에도 정부 입장에서는 내줄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야당과 시도 교육청의 기대치를 최대한 낮추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 좋다고 본 것 같습니다. 정부 의도대로 야당과 시도 교육청의 초기 기대치를 최대한 낮출 경우, 나중에 협상 결과는 정부에게 유리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즉 초기 기대치를 최대한 낮추면 협상 결과 수준도 낮아지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돈을 적게 내 주고 야당과 시도 교육청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습니다. 담뱃세 인상의 경우에도 정부는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담뱃세 인상안 목표치를 최대한 높여서 야당과 흡연자들의 거부감을 최대화한 후, 나중에 협상과정에서 중간 정도의 타결을 모색하는 겁니다. 즉 초기 목표치를 최대한 높이면 협상 결과 수준도 높아지기 때문에 최초에 목표치를 낮게 세워 중간 정도의 협상 결과를 얻는 것보다 정부가 훨씬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의 이와 같은 꼼수가 매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투명하고 정정당당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꼼수만 노리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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