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퍼 특사 방북과 한반도 정세 변화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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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09 23: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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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억류 중이던 두 명의 미국인을 데려오기 위해 방북한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자 이후 북미관계의 진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9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오바마 친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보내는 것으로, 클래퍼 국장을 “그(오바마)의 개인적 특사”로 표현하고 있고 짧지만 핵심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최고 정보 책임자를 북한에 보내 자국민을 데려오고,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을 갖는 등 주변의 활발한 외교적 흐름에 비해 남북관계는 꼬여있고 한.일 관계도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왜 클래퍼였나
미국은 그간 북한에 억류 중인 두 명의 자국 국민을 데려오기 위해 특사파견을 여러 번 타진해왔고, 특히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두 차례나 방북 직전 북측이 초청을 취소한 바까지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9일 ‘순서상 미측이 클래퍼 국장 급으로 보내겠다고 해서 북한이 받아들였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봐야한다”고 답했다. 또한 “이번에 클래퍼 국장을 방북시키기로 한 결정은 최근에 이뤄진 듯하다”고 확인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은 정책과 정보가 구분이 돼 있다”면서 “미국은 이런 사람 보내면 겉으로 보면 고위급이고 정보를 관장하고 있으니 힘있는 사람으로 북한에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애써 북미 간에 ‘정책 협의’는 없었을 것이라는데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클래퍼 국장은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 등 16개 정보기관을 총괄 지휘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매일 아침 일일 정보보고를 하는 핵심 인물로서 북한 관련 정보도 책임지고 있는 그가 직접 방북한 것은 이례적이자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통령과 부통령 아닌 상황에서 가장 고위층이고, 국무장관보다 더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보를 바탕으로 정책 결정에 가장 파워풀한 인물”이라는 것.
이번 방북을 계기로 북미 간에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북측의 핵.미사일 능력에 관한 정보 사항 등이 재검토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북핵.미사일 능력 재평가는 대북정책 기조 변화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어쨌든 미국 정보기관의 최고 책임자가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타국을 방문해 자국 국민을 데려오는 이례적 행보로 인해 향후 북미관계가 어떤 변화를 겪을지 관심사로 떠오르게 된 것 만은 분명하다.
북미관계 변화 올까
집권 2기 중반을 맞은 오바마 대통령이 중간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 클래퍼 특사를 북한에 파견한 것은 ‘전략적 인내’라는 모호한 대북정책에서 벗어나려는 구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내치는 물론 대외정책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여소야대 국면에 처한 오바마 대통령이 클래퍼 국장을 북한에 보낸 것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북핵문제에 대한 관리에 들어간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을 거쳐 10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와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 등 주요 군사적 의제들이 일단락됨으로서 ‘북핵 위협’이라는 ‘구실’의 효용성은 소진됐고, 그 사이 진행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위협이 오히려 주요 문제로 대두됐다는 평가는 전문가들도 대체로 수긍하고 있는 대목이다.
특히 최근 북한의 핵능력과 미사일 능력에 관한 새로운 평가들이 쏟아지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핵) 소형화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우라늄탄 개발도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24일 미 국방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현재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능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해 핵무기에 탑재하고 이를 잠재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시드니 사일러 미 국무부 북핵 6자회담 특사는 지난달 30일자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교를 통해 이 문제(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갖고 있고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어떤 협상된(협상을 통해 얻어진) 해결책을 갖고자 하는 우리 의지는 굉장히 굳건하며,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앞으로 계속해서 이런 과정을 작동시킬 수 있도록,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해 변화된 기류를 대변했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미 간에 서로의 안들을 내비치지 않았겠느냐”며 “사일러 특사가 임명되면서 대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 같기는 한데, 미국측 내부의 여론이 좋지는 않다”고 진단하고 “이번 석방을 계기로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서로간의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지면서 대북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임기 2년 동안 이 문제를 다루려고 하는 의지를 클래퍼 국장을 보냄으로써 보였다”며 “클래퍼 국장이 방북할 정도라면 이미 북미 간에는 협상이 이뤄진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미 간에 일상적인 '뉴욕 채널' 외에 별도의 채널이 가동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으며, 미국 당국자들이 직항편으로 방북했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왔던 점도 이번 특사 방북의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일 정상회담 영향주나
당장 미국이 대통령 특사를 파견해 억류된 미국인 두 명을 데려오는 외교적 성과를 거두자 상대적으로 정부의 무능한 대북정책이 더욱 부각되는 모양새다.
더구나 일본도 북한과 납치자 문제를 매개로 활발한 협상을 벌이고 있고, 중국과 일본은 베이징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주석과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을 갖는 등 활발한 동북아 외교에서 한국만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미국의 중간선거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이라든가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같은 강경노선으로 가지는 않는 것은 좀더 분명해진 것 같다”며 “북한의 국면전환 시도가 계속되고 있어, 남북관계를 그대로 놔둔 채로 중국이나 미국, 일본과의 노력이 잘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애써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문제는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최고존엄’ 문제와 연계시켜 명확한 조치를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는 대북전단 문제는 민간의 영역일 뿐이라며 입장변화를 거부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이 일본측에 요구한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전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독도 입도지원센터 건립을 위한 공개입찰이 취소돼 정부가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한.일 정상회담 카드를 꺼내기도 마땅찮은 시점이다.
‘아쉬운 쪽은 북한’이라며 ‘갑’의 위치를 고수해온 정부가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의 총체적 실패라는 거센 비난에 처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측 시각에서 남북은 안하고 미국은 받기로 한 것이라 의미는 좀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결국은 한반도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남북관계가 가장 중요한 축”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희호 여사의 박근혜 대통령 면담과 방북을 눈여겨 볼 수 있는 대목이라 생각한다”면서 “남북 간에 모멘텀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또한 APEC 계기 한중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 이어지는 미중 정상회담 등에서도 북한 문제에 대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러 가지 복잡하게 움직이는 동북아 정세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공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북한의 정책방향 여부도 관건적이다. ‘포괄적 세계전략’에 입각해 다각적이고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펴고 있는 북한이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방남과 같은 전격적이고 공세적인 대남정책을 다시 한 번 펼 경우 상황은 급진전될 여지가 커진 셈이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최고존엄’ 문제가 걸린 데다 33만 병력이 투입돼 10일부터 시작돼 2주간 진행되는 ‘2014 호국훈련’도 겹쳐 낙관적 전망은 이르다는 관측이 아직까지는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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