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보자’ 실제 주인공들, 지금은 뭐하나 봤더니
언론인이 지켜야 하는 것은 ‘진실’입니다
임병도 | 2014-11-03 08:39:4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005년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논란’을 다룬 영화 ‘제보자’가 누적 관객 170만 명을 넘었습니다. 방송국 PD가 줄기세포 논문 조작에 대한 제보를 받고, 진실을 파헤치는 취재 과정을 다룬 영화 ‘제보자’는 상영 전부터 화제를 몰고 왔습니다.
영화 ‘제보자’는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사건이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게 됐고, 과연 진실이 어떻게 왜곡되고 숨겨지는지 그 과정을 현실과 너무 똑같을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됐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 '제보자'를 보고 당시 사건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영화 속 주인공들은 지금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요?
‘방송을 못하고 쫓겨난 PD들’
영화 ‘제보자’에는 줄기세포 논문 조작을 제보하는 심민호(유연석 분)라는 인물과 이를 취재하는 윤민철 PD(박해일 분), 이장환 박사 (이경영 분)와 이성호 팀장(박원상 분) 등이 등장합니다.
윤민철 PD는 MBC PD수첩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편을 취재한 한학수 PD가 실제 주인공입니다. 한학수 PD는 영화 속 윤민철 PD처럼 취재와 방송 과정에서 엄청난 압박과 고통을 받았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한학수 PD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한 PD는 10월 31일에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신사업개발센터’는 MBC가 교양국을 폐지하면서 PD들을 비제작부서로 보내기 위해 만든 신설부서입니다. 결국, 그는 PD수첩과 같은 프로그램을 현재는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장환 박사와 함께 줄기세포를 연구하다 논문조작을 제보한 심민호 팀장(유연석 분)의 실제 주인공은 류영준 교수입니다. 당시 신경외과 레지던트로 근무했던 류영준 교수는 제보와 함께 원자력병원에서 쫓겨나 1년 반 정도 실직했습니다. 이후 병리학과로 전공을 바꿨고, 고대구로병원 병리학과장의 도움으로 겨우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에 강원대 교수로 채용됐습니다.
방송국 책임 PD로 윤민철 PD를 격려하고 지원했던 이성호 팀장(박원상 분)은 PD수첩 책임PD였던 최승호 PD가 모델입니다. 최승호 PD는 ‘4대강 사업’이나 ‘검사와 스폰서’ 등을 제작하며 ‘PD수첩’을 이끌었지만, 2012년 파업참여로 MBC에서 해고됐고, 현재는 대안언론 뉴스타파 앵커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결국, 영화 ‘제보자’에 나왔던 실제 주인공들은 모두가 인생에서 쓴 맛을 겪고 있는 셈입니다. 진실을 알린 대가가 고작 좌천과 해고였습니다.
‘MBC,시청자의 눈과 귀를 막기 위해 교양국을 폐지하다’
MBC는 ‘핵심 역량의 집중과 확대, 조직 혁신으로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 개편’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교양국’을 폐지했습니다.[각주:1]
교양국을 폐지하면서 MBC는 PD수첩에서 맹활약을 보였던 PD들을 교육발령이라는[각주:2] 명목으로 현직에서 모두 퇴출시켰습니다. ‘신사업개발센터’,’뉴미디어포맷캐발센터’ 등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짐작도 못할 부서에 PD들을 배치했습니다.
MBC는 국내 최초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으로 MBC에서 ‘왔다 장보리, 무한도전, 진짜 사나이’ 다음으로 시청률이 높은 '불만제로'도 폐지했습니다. MBC는 ‘불만제로’ 폐지는 없다고 하더니 방송 3일 전에 갑작스럽게 방송을 폐지하겠다고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고발프로그램을 없애고 나온 프로그램이 외주제작사가 제작하는 아침 방송을 재탕하거나 맛집 등을 소개하는 등의 일상만 다룬 ‘오늘 저녁’(가칭)이라고 합니다.
‘숫자데스크’처럼 뉴스를 더 재밌고 쉽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보도하는 기자를 쫓아내는 이유는 시청자의 눈과 귀를 막겠다는 의도입니다. MBC는 예능과 드라마를 통해 수익만 올리는 장사꾼으로 살겠다고 공언한 셈입니다.
‘방송이 무너져도, 이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시대’
이번 MBC의 ‘부당 전보’와 ‘언론 탄압’은 권재홍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대부분 밀실에서 논의됐습니다. [각주:3]
권재홍 부사장은 지난 2012년 MBC 노조원 때문에 다쳐 뉴스 진행을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동영상을 보면 권재홍 앵커는 청경 40여 명에게 둘러싸여 유유히 걸어나갔습니다. [각주:4]
앵커에서 보도본부장으로 이제 부사장으로 승승장구한 권재홍 부사장은 그나마 MBC를 지켰던 PD와 기자들을 모두 쫓아내고 있습니다. 권력을 찬양한 언론인은 성공하고, 권력을 비판한 언론인은 불이익을 받는 시대임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제 이런 일에 대해서 국민들은 당연하다며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언론노조가 파업해도 국민은 외면하고[각주:5] 다른 언론은 보도조차 잘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영화 ‘제보자’에서는 국익과 진실이라는 두 가지가 대립합니다. 국익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연 국민들이 진실을 알고 싶어 할까?'라는 논리를 펼치기도 합니다.
고 리영희 선생은 ‘내가 종교처럼 숭앙하고 목숨을 걸고 지키려 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진실이다. 진실에 입각하지 않은 애국은 거부한다’고 생전에 밝히기도 했습니다.
언론인이 지켜야 하는 것은 ‘진실’입니다. 그 진실을 위해 목숨을 걸고 노력한다면 우리 국민들도 그들을 지켜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을 지키려는 언론인도 그런 언론인을 지켜주는 국민도, 내부의 비리를 말하는 고발자도 없다면 대한민국은 진실을 말할 수도 알려지지도 않게 됩니다.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언론과 두려움으로 내부 비리를 말하지 못하는 사회만 계속 존재한다면, 어느 날 당신이 목이 터져라 진실을 말해도 그 진실은 감춰지게 될 것입니다.
1. 미디어오늘 http://goo.gl/Ot6loY
2. MBC는 교육발령을 받은 기자와 PD들을 상대로 신천교육센터에서 요리 강습 등을 시켜 ‘신천 교육대’라고 불기기도 한다.
3. 문화방송 언론노조 http://goo.gl/OwGo7f
4. 오마이뉴스 http://goo.gl/Ulsr5l
5. 언론노조의 파업이 성공하지 못한 배경에는 언론노조의 문제점도 분명 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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