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가장 많이 한 말 “송구하다”
- 이승훈 기자 lsh@vop.co.kr
- 발행 2023-09-19 17:43:19 2023.9.19. ⓒ뉴스1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균용 판사가 19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이다.
그는 자신과 배우자, 두 자녀의 증여세 탈루 의혹, 각종 탈세 의혹,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의혹, 10억 원 상당의 비상장주식 미신고 등과 관련해 반복해서 이같이 답했다. 심지어 “판사가 법을 몰랐다는 얘기를 왜 이렇게 자주 하느냐”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는 야당 의원의 일갈에, 그는 고개 숙인 채 침묵하기도 했다.
본인 10억 재산 미신고 “몰랐다” 해명
후보자, 재산 미신고 안성시장 유죄 선고
“남에게는 엄격, 본인에게는 관대”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시작부터 의혹이 쏟아졌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와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주식이 총 10억 정도 되는데, 그동안 법관 하면서 이 부분 신고를 계속 누락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 가족은 2000년경부터 주식회사 옥산과 주식회사 대성자동차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공직자윤리법에 의하면 비상장주식도 신고대상이다. 부정한 재산증식을 방지하고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법인데, 판사 일을 하면서 이를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이 후보자는 “몰랐다”,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대단히 송구스럽다”라고 답했다.
김회재 의원과 이균용 후보자
▷ 김회재 : 후보자와 가족이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주식 이게 총 10억 정도 된다. 이 비상장주식에 대해서 그동안 법관하면서 등록에서 누락해왔다.
▶ 이균용 :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 김회재 : 어떻게 이런 부분을 누락할 수 있나? 비상장주식을 통해 소득이 계속 창출되는데, 이걸 누락하면, 제대로 재산등록이 되겠나? 왜 이것을 누락했나? 이해가 안 된다. (생략) 신고할 때 법원행정처 신고 망에 들어서 신고하고, 그 안에 들어가면 비상장주식은 전부 신고해야 한다는 게 고지되고 있지 않나? 그거 안 봤나?
▶ 이균용 : 대단히 송구스럽다. 지금도, 배우, 처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처음에 등록대상이 아니었고, 처가 쪽 (생략)
▷ 김회재 : 재산신고 안 하고 등록 안 한다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법원에서도 신고 안 하면 징계 대상이 되고, 해임까지 할 수 있다. 그 내용 알고 있나?
이 후보자의 답변은 몰랐기 때문에 위법은 아니라는 취지로 보인다.
이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법원에 확인해 보니 법원에서 재산신고 때마다 (비상장주식도 신고토록) 개정한 사실을 누차 알려줬다고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전혜숙 민주당 의원 등은 우석재 전 안성시장이 배우자 채무 등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판결 사례를 언급했다. 이 판결은 바로 이번에 ‘10억원의 비상장주식 재산을 신고하지 않아 논란인 이 후보자’가 판결한 판례다. 우 전 시장도 당시 재판을 받으면서 가족의 채무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선처를 바란 것으로 알려졌다.
전혜숙 의원과 이균용 후보자
▷ 전혜숙 : 비상장주식 배당내역, 알았나? 몰랐나? 숨겼나?
▶ 이균용 : 최근에 와서 배당받은 것은 종합소득신고대상자가 되면서 알았다.
▷ 전혜숙 : 그 전에는 몰랐다는 것인가?
▶ 이균용 : 그 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 전혜숙 : 그럼 한번 보겠다. 전 안성시장 그분도 어떻게 이야기했냐면 “고의가 아닌 실수이고 몰랐다”, “재판부의 선처를 바란다”고 호소했는데, 후보자는 고의가 아닌 실수라는 것을 거짓으로 판단한 것인가?
▶ 이균용 : 그렇다.
▷ 전혜숙 : 그래서 유죄를 선고한 것인가?
▶ 이균용 : 그렇다.
▷ 전혜숙 : 방금 후보자가 몰랐다고 하는데, 이것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 이균용 : ....
▷ 전혜숙 : 이 말은 거짓인가, 참인가?
▶ 이균용 : 그 부분에 대해 국민께 송구스럽게 지금도 생각하지만...
전 의원은 “이 후보자는 남에게는 엄격하고 본인에게는 굉장히 관대한 것 같다”라며 “저울이 기울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자녀 해외계좌 신고 누락’
또 “송구스럽다”
이 후보자 자녀들 재산신고 누락 문제도 지적됐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후보자 재산신고는 1990년 법관 임명 이후부터 해 왔고 재산공개는 2009년부터 했다”며 “그런데 왜 장녀의 외국계좌 신고는 이번에 처음으로 했느냐”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이 지적에 대해서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동용 의원과 이균용 후보자
▷ 서동용 : 후보자 장녀의 외국계좌 신고는 8월 29일 국회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재산 신고할 때 처음으로 했다. 2009년 재산공개 대상이 된 후 한 번도 자녀의 해외계좌를 신고하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장녀 해외계좌를 공개한 거다. 이유가 뭔가?
▶ 이균용 : 자녀가 미국에서 음악공부하고 있을 때, 제가 생활비와 교육비를 보내준 계좌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녀가 미국생활에 대해서...
▷ 서동용 : 이번에 왜 신고하고 그전에는 왜 신고 안 했나?
▶ 이균용 : 재산등록신고는 저 혼자 스스로 하는 거고, 이번에 지명된 후에...
▷ 서동용 : 자녀 해외계좌가 재산신고 대상이 아닌가? 무슨 말인가? 지금?
▶ 이균용 :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증여세 탈루 의혹’에도 “송구스럽다”
“범죄를 저지른 듯...그렇게 끝낼 문제인가?”
서동용 의원은 이어서 증여세 탈루 의혹에 대해서도 짚었다.
서 의원이 이 후보자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의 배우자는 2018~2023년 미국에서 유학 중인 장녀의 해외 계좌로 매년 약 1만 달러를 송금했다. 이렇게 보낸 금액은 한화로 약 6800만원 상당이었다. 같은 기간 장녀의 국내 계좌 잔액은 1억원에서 2억7천만원으로 증가했다. 또 장녀는 ㈜옥산으로부터 꾸준히 배당소득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그런데 자녀의 해외계좌에 대한 신고를 그동안 누락한 것은 물론이고 5000만원 이상 증여에 대한 증여세 문제도 발견된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번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서 의원은 “송구스럽다고 되는 게 아니고,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고개를 숙였다.
서동용 의원과 이균용 후보자
▷ 서동용 : 후보자의 장녀는 어머니로부터 계속 돈을 받아왔는데, 국내에 있는 계좌에 돈은 계속 늘어났다. 이거 증여세 탈루 아닌가?
▶ 이균용 : 제 딸이 첼리스트이기 때문에, 해외에 연주 여행을 다니는데, 비행기 값이 많이 든다. 저는 뭐 ...
▷ 서동용 : 아니. 국내 계좌는 돈이 계속 늘었다. 돈이 있다. 그 돈을 안 쓰고 어머니한테 계속 또 돈을 받아서 쓴 거다.
▶ 이균용 : 내 처가 아마...
▷ 서동용 : 이거 증여세 탈루한 거 맞지 않나? (생략) 장녀뿐 아니라 장남도 마찬가지다. (생략) 이 부분들이 촘촘히 빠져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이균용 : 그 부분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 부분을 해외재산으로 인식하지...
▷ 서동용 :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이게 송구스럽다고 되는 게 아니고,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송구스럽다 말하고 끝낼 문제인가?
▶ 이균용 : ...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정황’도
후보자 “외국에 살아본 경험 없어서”
“판사가 법 몰랐다는 얘기를 자주하나?”
서동용 의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정황도 지적했다.
서 의원은 이 후보자 자녀의 건강보험 자격 변동 현황을 제시하며 “장남은 2010년부터 2019년 1월까지 계속 후보자의 직장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었고, 장녀는 2022년 11월까지 후보자의 직장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었다”라며 “장남, 장녀는 후보자의 직장피부양자로 등록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장남은 2014년부터 미국 소재의 투자은행에 다녔다. 장녀 또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브뤼셀 교향악단 등 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뮤직 샤펠 상주음악가 활동을 거쳐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입단하는 등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는 이번에도 “송구하다”며 “해외직장을 가지고 있을 때 건강보험 자격이 안 되는 줄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서 의원은 “판사가 법을 몰랐다는 얘기를 왜 이렇게 자주 하느냐”고 일갈했다.
서동용 의원과 이균용 후보자
▷ 서동용 : 판사님, 법을 위반했더라. 법을. (생략) 장남, 장녀는 후보자의 직장피부양자로 등록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 명백한 위반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그랬다. 답변을 좀 해보라.
▶ 이균용 : 해외 직장 가지고 있을 때 건강보험 자격 안 되는 줄은 인지하지 못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 서동용 : 아니 판사님이 법을 몰랐다는 얘기를 이렇게 자주하나?
▶ 이균용 : 외국에 살아본 경험이 없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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