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67] 표준어 이야기②
현대인이 세종대왕을 만나서 대화를 한다면 과연 쉽게 소통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왜냐하면 세종 시대에는 발음에 평상거입의 성조가 살아 있었고, 한자어도 거의 중국식 발음에 가깝게 했다. 예를 들면 ‘百姓(백성)’이란 단어의 百(백)이라는 글자를 읽을 때는 “ㅏ에서 시작해서 ㅣ로 끝나도록 읽어야 한다(起於ㅏ 而終於ㅣ). ”고 했다. 그렇다면 ‘백’이 아니고 ‘바익’이라고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바익시엉’을 빨리 읽으면 중국어 발음과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중국 학생에게 한자로 ‘百姓’이라 칠판에 써 놓고 읽어 보라고 하면 세종 시대의 발음과 흡사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현대인은 세종대왕과 쉽게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이 답이다. 그러니 고려시대나 신라시대로 가면 거의 알아들을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신라어는 고구려어나 백제어와 달리 독특한 어휘가 많다.
통일신라시대에는 경주 방언이 표준어였고, 고려시대에는 개성 방언이 표준어였으며, 조선시대에는 한양(서울) 말이 표준어였다. 그러므로 왕이 하는 말이 언어의 중심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신라의 향가는 경주 방언으로 풀어야 제대로 알 수 있다. 일본의 ‘만엽집’ 또한 당시의 지배계급이었던 백제인의 말로 풀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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