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희동 기자
- 입력 2023.09.21 17:47
- 수정 2023.09.22 14:15
[앵커]
우리가 대화를 나눌 때 말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표정과 손동작을 함께 사용하는데요.
이렇듯 손짓은 소통을 위한 일상적인 방법인데도, 평소에 수어로만 대화하는 사람을 보면 이상하게도 멀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수어는 특정한 사람만 사용하는 암호가 아니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식적인 언어입니다.
‘기자가 간다’에서 수어와 조금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마련해 봤습니다.
서희동 기자입니다.
[리포트]
[기자: "제가 지금 말하는 언어는 바로 대한민국의 공용어인 한국어입니다. 그런데, 이 한국어 말고도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공용어가 또 있다는 사실, 혹시 아시나요?"]
정답은 바로 '한국수어'입니다.
한국수어는 지난 2017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대한민국의 공용어가 되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한국수어의 주 사용자인 농인들은 일상생활에서 많은 불편함을 겪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장애 여부를 알 수 없어 상점 등의 이용에 애를 먹고, 적절한 응대를 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TV를 켜도 수어 통역이나 자막이 없는 채널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갑작스런 사고가 발생하면 도움을 받기 힘듭니다.
[강다현: “평일에는 수화통역사와 동행이 가능하지만, 밤이나 일요일 같은 경우에는 갑자기 아플 때 병원에 가면 통역사가 없습니다. 그럴 때는 매우 불안합니다.”]
[기자: "농인들은 일상생활에서 대화가 필요한 모든 부분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다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글로 소통하면 이런 문제가 쉽게 해결되진 않을까요?"]
아닙니다. 먼저 농인들이 당연히 한글을 알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입니다.
이들의 모국어는 한국어가 아닌 수어인데, 한국어는 한국수어와 문법 체계 등이 달라서 농인에게는 일종의 외국어와 같습니다.
따라서, 누구나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겁니다.
또, 어르신들을 비롯해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김화섭/(사)한국농아인협회 경북협회 안동시지회장: “한국수어는 하나의 독립된 언어입니다. 농인들이 당연히 한글을 알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하여 사회적인 이해와 공감이 필요합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처럼, 수어에 대한 관심도 농인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줍니다.
[기자: "헬로우, 니하오. 곤니치와. 외국어를 능통하게 사용하지는 못해도 인사말은 많이 알고 있는데요. 수어로도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할 줄 알면 좋지 않을까요?"]
수어는 양손을 비롯해 표정을 함께 사용하는 언어입니다.
먼저 만날 때나 헤어질 때 ‘안녕’의 의미로 쓰이는 수어는 한 손을 반대 손으로 가볍게 쓸어내린 뒤, 손등이 위로 향하게 쥔 양 주먹을 위아래로 가볍게 흔들며 고개를 숙여 줍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고맙습니다’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손가락을 붙인 채 펼친 한쪽 손등을 같은 모양의 다른 손날로 두 번 정도 가볍게 두드립니다.
‘사랑합니다’는 마치 어린아이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는 듯한 모습입니다. 앞으로 쥔 주먹 위로 다른 쪽 손바닥을 두 바퀴 정도 돌립니다.
수어도 나라마다 모두 다릅니다. 세계 어디서나 ‘사랑합니다’를 표현하기 위해선 영어로 ‘I’와 ‘L’, ‘Y’를 뜻하는 지화 세 개를 합친 손 모양을 만들면 됩니다.
[기자: "9월 23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수어의 날'입니다. 사실 모든 사람이 수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다른 언어라는 것을 알고, 농인들의 말과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함께 사는 사회로 조금 더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가 간다, 서희동입니다."]
영상취재: 박준형
종합편집: 고은별
그래픽: 김아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