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60] 가을에는 단풍(丹楓)이지
제법 가을이 깊어 가는 모양이다. 연구실에서 내려다보면 만인산 골짜기에 붉은 빛을 보이는 곳이 많다. 가을은 단풍이 있어야 제맛이 난다. 현충사의 은행나무, 남이섬의 은행잎이 떨어진 광경 등은 참으로 장관이다. 직접 보지 않고는 입으로 아무리 설명해도 그 맛을 알 수 없다. 물론 설악산의 단풍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그런데 단풍이라는 단어를 보면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든다. 제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단풍(丹楓)이라고 하면 ‘붉을 단(丹)’자에 ‘단풍나무 풍(楓)’자를 쓴다. 즉 붉은색의 단풍나무 혹은 붉은색을 띠고 있는 단풍을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것도 단풍 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노란 단풍’이라는 말인데, 글자의 의미를 풀면 ‘노란 붉은 잎’이 된다.
노란 붉은 잎이라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 싶다. 하지만 단풍이란 말은 처음에는 단풍잎이 붉은 것을 이르던 것인데, 의미가 확장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고 할 때 정말로 ‘빵’을 얘기하는 것이 아닌 것과 같다. 식량이라는 것을 빵이라는 단어로 대신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붉은색 단풍’이 가을의 다양한 색상의 잎을 모두 이르게 된 것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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