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3-09 21:16:43 수정 : 2023-03-09 21:16:42
“15세기 언어 생활상 알 수 있어”
“안부를 그지없이 수없이 하네.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아기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하다가 장수가 혼자 (집에) 가시며 날 못 가게 하시니, 못 가서 다녀가지 못하네. 이런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꼬…. 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약 530년 전, 조선의 군관 나신걸(1461∼1524)이 부인에게 보낸 애틋한 마음이자 현재까지 발견된 한글편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편지가 보물이 됐다. 문화재청은 ‘나신걸 한글편지’(사진) 등 3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했다고 9일 밝혔다.
나신걸의 편지는 2011년 대전 유성구에 있던 아내 신창 맹씨의 무덤에서 나왔다. 당시 무덤에서는 저고리 등 유물 약 40점이 나왔는데, 편지는 맹씨 시신의 머리맡에서 여러 번 접힌 상태로 발견됐다. 아래, 위, 좌우에 걸쳐 빼곡히 채운 편지에는 농사일을 잘 챙기고 소소한 가정사를 살펴봐 달라는 당부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15세기 후반에 작성됐을 것으로 추정돼 1446년 훈민정음 반포 이후 언어 생활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50년도 안 된 시점에서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에서 한글이 널리 쓰였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15세기 언어생활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