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슬기 기자
- 입력 2023.03.03 07:26
- 댓글 1
정부가 기업과 경영인에 대한 경제형벌 규정을 없애거나 행정 제재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번에 손보는 경제형벌 규정은 모두 108개로 1차 경제형벌 규정 개선 과제(32개)보다 3배 많은 수준이다. 경향신문은 ‘친기업·반노조’를 노골화하고 ‘재벌 봐주기’라고 규정하면서 이번 규제완화가 공론화 없이 진행돼 되레 사회적 비용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협력 파트너로 변했다”며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하면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자 대통령실이 지난 2일 “반일 감정, 혹은 혐한 감정을 이용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다.
조선일보가 창간 103년을 맞아 가짜뉴스 홍수시대에 진실을 좇는 저널리즘 관련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103년간의 기사에 대해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사료이자 과거와 현재를 잇는 최고의 아카이브”라면서 ‘레트로 조선일보’ 기획도 내놨다. 온라인 홈페이지 조선닷컴의 경우 뉴스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뉴스큐레이션 등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尹 규제완화 지시 후 2차 경제형벌 개선 과제 발표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 2일 경제형벌 규정 2차 개선과제 108개를 발표했다. 정부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공정거래법 위반)의 경우 형벌 부과에 앞서 시정명령 등 행정제재를 먼저 내리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면 형벌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현행법은 독과점 업체가 부당하게 다른 사업자 활동을 방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2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오염물질을 불법으로 배출하거나, 폐기물을 불법처리(환경범죄단속법 위반)했다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집행이 끝난 지 3년 내 같은 죄를 지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내렸지만 앞으로는 형벌 조항을 폐지한다.
경향신문은 1면 톱기사 제목을 <‘경제형벌’ 108개 풀고 ‘노조 처벌’ 법령 죄고>, 이어지는 4면 기사 제목을 <다단계·사행행위·안전 소홀 처벌까지 “과잉” 이유로 면죄부>로 각각 뽑고 “정부가 폐지·완화 대상으로 꼽은 형벌 규정에는 다단계판매와 사행 행위, 수중 레저 안전 관리 등 시민의 생명과 건강, 공정 경제와 관련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친기업’ 행보 속 규제 완화 바람에 사회적 비용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안전에 대한 형벌 규정 수위도 손본다.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과 같은 수중레저사업자가 안전 관리에 소홀한 경우(수중레저법 위반)에는 6개월 이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해왔는데, 이 중 징역형은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안전검사 의무를 위반하거나 수중레저 시설물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당초 정부는 국민의 생명, 안전과 직접 관련이 없는 행정상 의무 위반으로 판단되는 형벌 규정에 한해서만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해왔지만 두 차례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 추진 과정에서 안전과 밀접한 형벌 규정까지 날림으로 사라진 모양새”라며 “무리한 안전규제 완화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5년 128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 참사는 이명박 정부 당시 ‘도시형 생활주택’ 규제 완화가 빌미가 됐다”며 “주차 면적과 건물 간 거리 등 각종 규제를 풀어준 결과 소방차 진입이 어렵고 불이 옆 건물로 옮겨붙으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사설 <‘경제형벌’ 무더기 완화, 재벌 봐주기 아닌가>에서 “규제완화는 투명성과 책임성이 중요하다. 재계나 업자들이 풀어달라고 요구한다고 해서 정부 혼자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경제 위기를 이유로 기업들에게는 당근을 주면서 노동자들에게는 채찍을 드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번 규제 완화는 공정거래법, 방문판매법, 수중레저법, 공인중개사법 등 개정이 필요하다”며 “국회는 108개 사안 모두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尹 3·1절 발언에 대통령실 해명이 논란 키워
2일 대통령실 관계자와 출입기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기념사 관련 질문들이 이어졌다. 한 기자는 “일제 침략의 원인이 마치 우리 탓인 것처럼 읽힐 수 있는 대목이 있어서 현재 논란”이라며 “어떻게 해석돼야 하는지 말씀 부탁드린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 관계는 늘 고민이 많다”며 “그래도 양국 국민들은 과거보다는 미래를 보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어제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서 오늘 아침에 모든 조간이 일제히 사설을 썼는데 대부분은 어제 대통령이 했던 연설과 같은 취지에서 논조를 펼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3·1절 기념사 비판이 ‘반일감정 이용한 반사 이익’ 시도라니>에서 “언제부터 그렇게 언론 보도를 존중했다는 것인지 실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한국과 일본에는 두 세력이 있는 것 같다. 한쪽은 어떻게든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세력, 또 하나는 어떻게든 반일 감정과 혐한 감정을 이용해서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라며 “어느 쪽이 좀 더 국익을 위해 고민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고민하는 세력인지 국민들이 판단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경향신문은 “무지한 폄훼이자 전형적인 이분법적 갈라치기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일본은 최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며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미래로 가자는 것은 역대 모든 정부가 견지해온 외교의 기본 틀인데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미래로 나아가자는데 어떤 시민이 수긍하겠나”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한일 정부 간에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 해법 협의가 한창”이라며 “윤 대통령 기념사는 한국이 협상에서 양보할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며 “정치적 반대 세력의 공세로 치부하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강제동원 배상 문제 관련해 일본 피고 기업이 어떤 형태의 피해보상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고, 한국 정부는 배상의무를 진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한국이 판결금을 변제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조선일보는 <韓 정부 큰 부담 안고 대승적 자세 표명, 日 정부가 호응할 차례>에서 “정부의 대리 변제 방안에 대해 한국에선 반대 여론이 강하다. 가해자인 일본의 책임을 왜 한국이 대신 짊어지려고 하는가 하는 의문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사과와 함께 피고 기업의 보상 참여는 한국 내 반대 여론을 극복해 한일 관계를 미래로 돌려놓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부담을 진 상황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전향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선일보는 “일본 정부가 자국 간 기업의 자발적 보상 참여 여부까지 방침을 정해 결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일본 정부가 보상 참여 여부를 기업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을 밝혀도 한일 관계는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파트너’ ‘협력자’ 발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신문은 “한국 대통령이 3·1 기념사에서 일본을 가해자로 비판하거나 반성·사죄를 요구하지 않고 협력을 강조한 것은 한국에선 쉽지 않은 대승적 자세를 표명한 것”이라며 “이제 일본 정부가 화답할 차례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조선 창간 103주년, 기획기사와 홈페이지 개편
조선일보는 창간 103주년을 맞아 “조선일보는 복고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는 최고의 아카이브”라며 “최근 화제인 복고 키워드 10개를 뽑고 과거 지면을 현재와 비교해 독자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보여 주는 기획 ‘레트로 조선일보’”를 준비했다. 1920년대 젊은 세대에 대한 당시 신문의 평가, 1970년대 포니 자동차 관련 소식, 최근에도 인기인 붕어빵 관련 과거 소식 등을 다뤘다.
조선닷컴 홈페이지도 새 단장을 했다. 조선일보는 “뉴스Q(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해 대장동 사건,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실시간으로 속보를 이어붙여서 독자들이 따라가면서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슈별 쟁점, 주요 인물 등을 따로 분류해 궁금증을 풀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또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오피니언 기사를 읽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 신문은 “이번에 도입하는 ‘칼럼 읽어주는 AI성우’는 기존 딱딱한 음선 변환 기술이 아닌 음성 합성 기술을 활요앻 자연스럽고 또렷한 발음을 제공한다”고 했다.
또 조선닷컴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기존 세로형 뉴스 나열형 편집방식에서 가로형으로 바꿨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에선 좌우 스와이핑 기능을 확대해 더 많은 기사를 보기 위해 화면을 내려야 하는 불편을 줄였다고 했다.
※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news@mediatoday.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