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해법 규탄 2차 범국민 대회…위법성 지적부터 한미일 동맹 추진 경고까지
- 조한무 기자 chm@vop.co.kr
- 발행 2023-03-11 21:11:28
- 수정 2023-03-11 21:21:48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등은 11일, 서울시청광장에서 ‘강제동원 굴욕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2차 범국민 대회’를 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 등 범진보 정당과 민주노총도 함께 했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이홍정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우리는 지난 6일 발표된 굴욕적인 강제동원 해법이 반역사적이고 반평화적이라고 규정하며,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상임대표의장은 정부 해법에 대해 “일제에 의해 총체적 수난을 당한 피해자 존엄을 다시 짓밟으며 기억에서 씻을 수 없는 치욕의 발자국 남겼다”며 “민족의 진정한 자주와 독립, 3.1운동 104년 역사에 대한 부정이며, 일제강점기 억압과 착취를 당한 피해 당사자의 역사 정의 투쟁에 대한 모독”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사죄와 배상 거부하는 전범 국가 일본에 대해 피해 당사국인 대한민국 정부가 먼저 나서서 면죄부를 부여한 것은 역사 정의와 사법주권을 부정한 굴욕적 백기 투항”이라며 “정부 해법은 일본 정부의 사죄와 전범 기업의 사죄, 기금 참여 등 역사 화해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기본 조건도 실종된 반인권적 해법으로, 피해자 존엄과 인권 회복을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 해법은 한미일 동맹 추진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상임대표의장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인도태평양 지역의 신냉전 질서의 강화를 위한 기회를 매개하고 있는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은 반평화적 해법으로, 철회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위기 구도는 강화될 것이고, 한반도 분산 체제는 고착되며, 한반도에 살아가는 평화 주권자인 국민의 생명과 안보는 항시적인 전쟁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은 한미일 3각 동맹을 위해 피해자와 역사 정의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일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국민주권을 훼손한 반평화적이고 자해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정부 해법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영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은 위헌 소지를 제기했다. 그는 “이번 윤 대통령 입장은 헌법적 3.1운동 항일 독립정신을 정면으로 짓밟는 위헌적 행위”라고 말했다.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밝히고 있다.
조 회장은 또한,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짓밟고 권력 분립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우리 대한민국 대법원은 헌법 정신에 맞게, 2018년 10월 30일 전범 기업 미쓰비시와 신일본제철의 불법을 인정한 바 있다”며 “행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을 반대한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대위 변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당사자 동의가 필요하며, 그 전제는 가해자인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라며 “사과 없는 제3자 변제는 일찍이 원고들이 거부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무책임한 태도에도, 일본 방문 일정을 강행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일 일본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에 출석한 하야시 요시마 외무상은 “어떤 것도 ‘강제노동에 관한 조약’ 상의 강제노동(강제징용)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강제징용 자체를 부정했다.
조 회장은 “이런 뻔뻔한 거짓말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본에 간다고 한다. 이걸 용서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며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일본으로 굴종하러 갈 것이 아니라 피해자와 영령 앞에 엎드려 사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희 ‘강제동원 사죄 및 전범 기업 배상촉구 의원 모임’ 대표(민주당)는 정부가 피해자들의 권리를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양금덕 할머니와 김성주 할머니 등 많은 강제동원 피해자분들은 30년간 정부가 하나도 도와주지 않는데 오롯이 그들만의 힘으로 싸웠다”며 “90살이 넘어 죽음을 앞두고 대법원 승소 판결을 쟁취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피해자들이 쟁취한 권리를 발로 걷어차고 조롱하고 모멸감을 갖게 하고 있다”며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피해자들에게 잔인하게 가혹하게 구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김 대표는 독도 인근에서 진행된 한미일 군사훈련 등 정부의 군사외교 행보를 언급하며 “이번 정부 결정은 단지 과거사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익과 미래가 직결된 문제”라며 “국민들이 일어나 정부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금덕·김성주 할머니는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지난 7일 두 할머니가 긴급 시국선언을 통해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 강제동원 해법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영상이 전광판으로 나갔다. 당시 두 할머니는 “윤석열 강제동원 굴욕 해법은 무효”라고 외쳤다.
이재명 “계묘국치” 비판…민주노총 “대통령 ‘해고’해야”
정치권에서도 정부 해법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자들 환호 속에 무대에 오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일본에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합의문조차 하나 없다. 우리만 일방적으로 일본의 요구를, 아니 요구하는 것 이상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술국치를 언급하며 정부 해법이 국권 상실에 준하는 중대한 외교 참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묻겠다. 대통령 부부 초청장 말고 일본이 양보한 것이 대체 단 한 개라도 있냐”며 “간도 쓸개도 다 내줬는데, 전쟁범죄에 대한 사과도, 전범 기업들의 배상도, 그리고 수출규제 제재 조치 해제도, 아무것도 없지 않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번 강제동원 배상안은 일본으로선 최대의 승리고 한국에게는 최대의 굴욕”이라며 “경술국치에 버금가는 ‘계묘국치’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정부 해법이 한국의 군사외교적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는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굴욕적인 강제동원 배상안이 이대로 강행되면 다음은 바로 한일 군수지원 협정 체결이 기다리고 있고, 그 뒤에는 한미일 군사동맹이 기다리고 있다”며 “연합훈련을 핑계로 자위대의 군홧발이 다시 한반도를 더럽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군사외교적 자율권이 제약된 상황에서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나. 그래서 더더욱 이번 강제동원 배상안은 절대로 넘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미중 패권 경쟁 속에 한미일 동맹에 골몰하는 정부 결정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정부 해법은 국익을 우선한 결단’이라는 정부 입장을 반박했다. 그는 “일본이 수출 규제는 이제 껍데기만 남았다”며 “자체 기술 확보와 수입 다변화에 성공해서 아쉬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가 일본하고 국교를 단절하기를 했나, 무엇을 했나.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 없는 것, 과거사 반성 빼고는 잘 돌아가고 있다”며 “한일관계 정상화는 우리뿐 아니라 일본도 필요한데, 왜 우리 정부는 일본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해야만 하는가”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한미일 안보 동맹은 결국 미국 전략에 따라 중국을 고립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며 “문제는 진짜 대한민국의 국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이미 한국 정부에 경고했고, 미국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첨단 산업을 미국에 완전히 종속시키려 한다”며 “이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무역수지는 매월 적자 기록 갈아치우며 국민은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팔아먹고, 사법주권을 파괴하고,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 정부의 폭주에 끝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이정미 대표가 마이크를 잡자,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내려가라’며 야유를 보내 한 때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당수의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은 자리를 떴다. 한쪽에서는 ‘힘을 모아야 한다’, ‘이러면 일본만 좋아한다’, ‘하루만 참으라’며 이정미 대표를 향한 고성을 자제시키려는 목소리도 들렸다. 정의당은 ‘불체포특권 폐지’를 이유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했다.
윤희숙 진보당 공동대표도 “강제동원 무효”를 외쳤다. 그는 “국민들은 대통령이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라고 떠들고 다니더니 결국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분노하고 있다”며 “대통령 월급을 일본에서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비판했다.
윤 공동대표는 “한일 정상회담과 미국 방문을 앞두고 피해자 권리와 자존심을 조공으로 바쳤다는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한미일 동맹에 대한 경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국민과 나라의 주권을 지키지 못하는 동맹이 무슨 소용인가”라며 “대의도, 실리도 없는 맹목적인 한미일 동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도 정부에 누적된 분노를 표출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 압박,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탄압, 회계 문제를 빌미로 한 노조 악마화 등을 언급하며 “이제는 급기야 역사를 부정하고, 나라를 부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대통령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강제징용은 노동의 문제다. 강제로 일을 시키면 범죄이고, 일을 시켰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며 “사죄도 배상도 않는 자에게 어떻게 용서가 있을 수 있냐”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윤 대통령 ‘해고’를 언급했다. 그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면서 나라를 팔아먹은 대통령을 국민과 노동자의 힘으로 해고하자”며 “민주노총은 원래 해고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해고는 반드시 관철시켜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혜선 세종여성회 공동대표가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세종여성회는 2017년부터 세종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소녀상 지키기 활동을 해온 단체다.
“윤 정권은 취임 1년도 안 돼 국권을 송두리째 짓밟고 있다”고 말하는 이 공동대표 목소리에는 깊은 분노가 담겨있었다. 그는 “윤 대통령은 미래를 위해 일본과 잘해보겠다고 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미래는 군국주의로 부활해 재무장한 일본 군대가 유사시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에게 그런 미래는 필요 없다”고 단호히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그들의 무리는 그들이 말하는 미래와 함께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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