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국어 교원들 평균수입은 1357만원이었어요. 그래서 외국인 논문 첨삭이나 번역 같은 별도 경제활동을 하는 비율이 38.9%에 달했는데, 여기서 얻은 수입은 ‘본업’보다 많은 평균 1793만원이었어요. 무급 봉사활동을 한다는 비율도 10%가 넘었습니다. ‘주변에 한국어 교원이 되라고 추천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55.9%에 달한 게 이해되지 않나요.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며 시위 중인 연세대 한국어학당 강사 등이 2021년 6월1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미우관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수근 | 대학노조 연세대 한국어학당 전 지부장현진씨, 안녕하세요.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했겠죠? 한국어 교사가 되고 싶은데 어떡하면 좋을지 묻던 인스타그램 메시지가 당황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뭐라 답하면 좋을지 한동안 고민했어요.
한국어를 가르치려면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거나 대학 졸업 뒤 한국어교사연수과정을 밟고 자격시험을 치르면 된다고 말씀드리긴 했지만, 사실 검색만 해도 금방 알 수 있는 내용이죠. 당시 말씀드리지 못했던, 실제 한국어 강사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려드릴게요.
오늘 저희 학당에서는 새 학기가 시작됐습니다. 일본, 중국,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멕시코 등 각지에서 온 학생들을 만났어요.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영어를 모르는 학생도 있기에 저희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지 않아요. 우리는 한글 읽는 법을 함께 공부합니다. 영어 k, g와 다른 한국어 ㄱ을, 중국어 j나 zh와 다른 한국어 ㅈ 발음을 학생들이 익히도록 도와요. 이제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학생들은 일상에서 어려움도 많이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가 외국인 학생이 받은 가스요금 고지서를 곁에서 읽어주기도 하고, 하숙집 주인과 생긴 오해를 풀어주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이렇듯 재미도, 보람도 있지만 한국어 강사들의 삶은 녹록지 않아요. 제가 속한 대학노조 연세대 한국어학당 지부에서 지난 2019년 가을 조합원 140여명을 설문조사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가 한국어 강사로 일하기를 원한다면 지지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67.9%가 부정적으로 답했어요. 긍정적으로 답한 사람은 10%도 안됐답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어학당인데 이렇답니다.
한글날을 사흘 앞둔 2014년 10월6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제23회 외국인 한글백일장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글짓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진씨처럼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늘고 있어요. 2006년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어 교원자격증을 발급받은 사람은 약 6만1천명이랍니다. 지난해 가을 국립국어원에서 전국 한국어교원 5만7486명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원 활동 현황조사’를 했는데, 현장에서 활동하는 비율은 16.1%, 평균 활동기간은 6.6년이었어요.
한국어 교원으로 활동하는 비율이 낮고 오래 일하지도 않는다는 건, 이유가 있겠지요. 당시 조사에서 2021년 한국어 교원들 평균수입은 1357만원이었어요. 그래서 외국인 논문 첨삭이나 번역 같은 별도 경제활동을 하는 비율이 38.9%에 달했는데, 여기서 얻은 수입은 ‘본업’보다 많은 평균 1793만원이었어요. 무급 봉사활동을 한다는 비율도 10%가 넘었습니다. ‘주변에 한국어 교원이 되라고 추천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55.9%에 달한 게 이해되지 않나요. 한국어 교원을 직업으로 삼았다간 생계유지가 어려운 게 현실이거든요.
한국어 교원 가운데는 여성 비율이 84%에 이릅니다.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할 무렵 “급여가 적어 남자가 가장 노릇 하기엔 힘들 텐데, 그래도 우리가 남자 선생한테는 (수업을) 더 챙겨 줘”라고 말하던 상사의 말이 아직 귀에 생생합니다. 한국어 교원의 열악한 임금수준은 여성 노동에 대한 한국 사회의 차별적 처우라는 큰 그림의 일부분일지 몰라요.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외국인들이 겪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한국 사회를 더욱 다양성 넘치는 곳으로 만드는 일이에요. 저는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최근 몇년 한국어 교원들이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에요. 제가 일하는 대학노조 연세대 한국어학당 지부에선 고용안정과 임금 인상을 이뤄냈고, 학교 쪽이 자의적으로 강요했던 인사 조치도 무효화했습니다. 저희만이 아니라 서울대, 경희대, 강원대 등 곳곳에서 일하는 한국어 교원들이 더 나은 노동조건과 교육환경을 이루기 위해 싸우고 있어요. 우리는 한국어 교원의 존엄함을 지키는 일이 학생들을 지키는 일과 별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국어 교원이 되고 싶어하는 분들을 위한 싸움이기도 하고요.
지난해 저희 어학당에서 파업을 했는데 외국인 학생들과 예비 한국어 교원, 다른 교육기관 교원들의 연대와 참여가 큰 힘이 됐답니다. 학생들은 저희의 요구사항들을 자국어로 번역해주기도 했고, 집회 때 마이크를 잡아주기도 했어요. 우리가 가르친 한국어로 학생들이 우리의 요구를 대신 말해주던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지요. 우리의 존엄함을 지키며, 한국어교원이 될지 모를 현진씨가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나갈 거예요.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4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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