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가 죄인인가 ⑩] “건설노조가 없던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 최지현 기자 cjh@vop.co.kr
- 발행 2023-03-25 08:33:23
- 수정 2023-03-25 08:33:06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가 건설현장의 불법 행위를 ‘뿌리 뽑겠다’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불법 다단계 하도급 등 건설사들의 불법 행위는 외면한 채,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활동을 집중 단속하는 데 대한 반발도 거셉니다. 향후 ‘건설노조가 죄인인가’ 기획을 통해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건설노조의 이른바 ‘불법 행위’가 어떤 것인지 진실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① [인터뷰]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 “비정상적 건설업계 놔두고 노조만 때려잡나”
② 타워크레인 월례비, 원인은 건설사에 있는데 노조만 때리는 정부
③ 건설현장 고용문제 외면한 정부, 대신 나선 노조에 이제 와서 “조폭”
④ [인터뷰] 조선소→건설사 관리직→건설노동자, 그가 말하는 ‘건설노조’
⑤ 외국인에 밀려난 내국인 건설노동자, 이면엔 건설사 ‘이윤 욕심’
⑥ [현장] “노조에 빌미 잡히지 말자” 불법에 이중 잣대 보인 원희룡의 ‘황당 연설’
⑦ 타워크레인 노동자에 ‘위험한 작업 거부하면 면허정지 시킨다’는 국토부
⑧ ‘건폭’ 핵심 한국노총 출신 건설산업노조, 1년 전 ‘윤석열 지지’ 선언했다
⑨ 건설노조 팀장들 “우리가 가짜 근로자? 업체서 할 일까지 대신 합니다”
공사 현장에서는 화장실에 관한 문제가 자주 불거진다. 지난해 7월 경기도 화성시의 한 신축 아파트 천장에서 ‘인분 주머니’가 발견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세상은 떠들썩했지만, 건설노동자들에겐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보다도 더한 일을 숱하게 겪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10년 넘게 건설현장에서 일해온 이상규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이 최근 발간된 자신의 저서 〈배관공이 된 국회의원 이상규의 현장일지〉에서 언급한 실제 사례다.
“화장실을 직원용과 노동자용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있다. 건설노동자들에게 직원용 화장실은 접근 금지다. 문제는 화장실 부족이다. 5칸짜리 컨테이너 화장실을 원청 직원용으로 하나, 노동자용으로 하나를 배정한다. 직원이 10명이니 2명당 1칸이고, 노동자는 500명이니 100명당 1칸이다. 100명이 1칸을 쓰려니 아침마다 화장실 앞에 줄을 서고 조회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그래도 직원용은 접근 금지다. 정 급해서 들어가려 하면 직영 반장이나 관리자가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해댄다.”
“공사 현장에 공간이 부족하다고 달랑 2칸짜리 간이 화장실을 며칠씩 빼버리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그러고는 우리에게 아무 곳에서나 용변을 보지 말라 한다. 당분간 화장실이 없으니 주변 상가나 전철역을 이용하라고 한다. 주변 상가나 전철역에서 먼지 뒤집어쓴 건설노동자를 반길 리 만무하다. 여기서 쫓겨나고 저기서 쫓겨난다. 최악의 경우는 주변에 상가도 전철역도 없을 때이다.”
이 전 의원의 말처럼 공사 현장의 ‘인분 주머니’는 화장실의 열악한 시설 문제는 둘째 치고, 개수가 터무니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 전 의원은 “문명을 포기하고 원시시대, 자연으로 회귀를 강요당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단기 계약직’이라는 불안정한 고용 구조에서 건설노동자 개인은 분을 삭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럴 때마다 ‘사람답게 일할 수 있게 해 달라’며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던 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이었다. 신축 아파트 천장에서 ‘인분 주머니’가 발견돼 논란이 일었을 때도 건설현장 화장실 실태조사를 직접 벌이고, ‘아파트 1개동 1개층마다 화장실를 설치해 달라’고 촉구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것도 민주노총 건설노조였다.
그 결과 법·제도가 개선될 전망이다. 올해 1월 말 고용노동부가 건설현장 화장실 설치 기준에 ‘노동자 수 기준’을 추가한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현행 법엔 건설현장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할 편의시설 중 하나로 화장실이 규정돼 있을 뿐이지 개수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어 늘 화장실 부족 문제가 나타나고 있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초대 위원장인 백석근 지도위원은 “건설현장에 화장실에 관한 규정 자체가 아예 없었다. 그걸 만든지도 얼마 안 됐다”며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화장실 설치가 중요하다는 인식 정도는 잡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화장실 문제는 건설현장에서 빙산의 일각이다. 폭염과 한파가 와도 에어컨 한대 없는 바깥에서 온종일 일해야 하는 건설노동자들에게 휴게공간도 화장실만큼이나 절실한 문제다. 하지만 공사장에서 건설노동자를 위한 휴게공간을 찾기 쉽지 않았다. 박스 하나 바닥에 깔아 놓고 쉬는 게 전부였다. 그런 건설현장에 팀별 컨테이너가 제공돼 안정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소가 확보되고 있는데,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투쟁 결과였다.
법에 정해진 대로 건설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안정장비를 지급받는 것조차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있기 전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업종이 바로 건설업(작년 402명)인데도 불구하고, 건설노동자에게 안전장비는 여전히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었다. 법적으로 사측이 지급하게 돼있는 안전화나 안전모와 같은 개인보호장구를 실제로 지급받지도 못했는데, 명부에 ‘받았다’고 서명만 하거나, 안전화를 하나 지급받아 닳고 닳을 때까지 아껴 신어야 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법에 정해진 대로 안정장비를 제대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자 그나마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건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없앤 거죠.”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장에게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성과를 꼽아달라고 하자 돌아온 대답이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은 건설현장에서 나타나는 모든 병폐의 근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런 불법 구조를 깨는데 전면에 나서고 있다.
건설현장은 크게 ‘발주처→종합건설사(원청)→전문건설업체(하청)’ 구조로 만들어진다. 문제는 하청이 불법과 편법으로 재하도급을 준다는 것이다. 하청이 ‘오야지’ 등으로 불리는 시공팀장에게 재하도급을 주면, 시공팀장은 자신이 데리고 있는 팀원들에게 일을 나눠준다. 시공팀장이 여러 소규모 팀(소팀장)을 거드리면서 또다시 재하도급을 주고, 소팀장이 팀원들에게 일을 나눠주는 경우도 있다. 하도급이 다단계로 이뤄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공팀장이 공사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서 팀원에 끼워주거나 일자리를 소개해준 대가로 건설노동자로부터 불법 수수료를 받아가기도 하는데, 이게 바로 ‘중간착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주장처럼, 일은 하지 않고도 막대한 돈을 챙겨가는 ‘가짜 근로자’가 생겨나는 배경이다.
지금도 이 같은 다단계 하도급이 곳곳에서 준재하지만, 이를 불법화한 것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투쟁 결과다. 바로 ‘시공참여자제도’ 폐지를 통해서다. 시공참여자제도는 1990년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사고를 계기로 ‘십장(오야지)’으로 불리던 불법 시공팀장을 양성화해 부실공사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1997년부터 도입된 제도다. 이것이 법·개정으로 2008년 1월부터 전면 폐지된 것이다. 그 투쟁 과정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연맹의 포항건설노조 조합원 68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전문건설업체(하청업체)는 실제로 하는 게 아무것도 없고 시공팀장에게 일을 다 맡기다보니까 공사가 제대로 됐는지 관심도 없었다. ‘시공자’만 잘 구하면 되는 일이었다. 시공자참여제도는 결국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인정한 것이었는데, 우리가 이걸 폐지하라고 10년 넘게 싸워서 이뤄냈다”며 “지금도 팀장 체계이긴 하지만, 물량으로 주는 재하도급을 없애고, 팀장도 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똑같은 건설노동자가 됐다. 역할과 임금이 다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시공참여자제도 폐지’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오 연구실장은 “시공참여자제도 폐지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불법’으로 부를 수 있는 분명한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며 “이는 산업 현장에 다단계 하도급이 워낙 만연하니, 건설업뿐만 아니라 조선업이나 다른 업종에서도 언제든지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산하 토목건축분과위원회가 2017년부터 철근·콘크리트협의회와 단체협약을 맺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단체협약을 통해 건설현장이 열리면 하청업체에 조합원이 직접 고용되도록 하고, 임금도 노동자들이 업체로부터 직접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차단되는 효과로 이어졌다.
단체협약은 건설현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보통의 직장인이 당연하게 누리고 있던 권리와 혜택을 건설노동자들도 단체협약이 맺어진 뒤에야 비로소 누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맺어진 2021년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철근·콘크리트연합회 단체협약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1일 8시간, 주 40시간으로 제한되면서 무분별한 연장근로가 사라졌고,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그에 따른 수당을 받게 됐다. 예비군 훈련과 같은 공무 집행을 위해 일을 못하게 되더라도 유급 처리가 됐다. 비가 와서 공사를 멈춰야 하는 상황처럼 노동자 개인의 귀책 사유가 아닌 한 휴업을 하더라도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여성 조합원들에겐 월 1회 유급 보건휴가도 주어졌다.
같은 해 단체협약과 함께 맺어진 서울·경기·인천지역 보충협약에는 ‘유급휴일’과 ‘특별유급휴가’, ‘연차휴가’까지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공휴일과 대체공휴일, 그리고 정기총회, 노동절, 하계휴가를 위해 1년에 1일씩을 유급휴일로 보장하며, 부모를 비롯한 가족 사망, 본인 또는 자녀의 결혼, 배우자 출산 시 유급휴일을 준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획기적인 변화”라며 자부심을 보였다. 단기 계약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차휴가 부여를 회피해온 사측으로부터 단체협약을 통해 월 20일 출근 시 1일 유급휴가를 주는 식으로 연차휴가를 부여하는 약속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단체협약은 일터에서 ‘노가다’로 천대를 받아오던 건설노동자들이 어엿한 ‘직업인’으로 존중을 받게 되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만약 이 단체협약이 없었다면, 건설노동자들에게 휴일은 곧 실직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 역시 다른 직업인처럼 마음 편히 휴일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비계공’ 제치성(34) 씨는 “휴일에 쉬면 돈을 못 받는 게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던 저에게는 혁명과 같은 변화”라며 “물론 휴일에 받게 되는 하루 일당도 저에겐 큰 돈이라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처럼 기본적인 존중을 받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25년 넘게 일한 ‘형틀목수’ 오종규(51) 씨도 “예전에 노조가 없었을 때는 원청 기사들이 저를 ‘아저씨, 아저씨’라고 부르고 무시했는데, 노조가 생기고 나서 대우가 달라진 게 최고로 좋다”고 밝혔다.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다보니 한 회사에 1년 이상 근무하기 어려워 법적으로 퇴직금을 받을 기회가 없었던 건설노동자들을 위해 퇴직 이후 복지 제도인 ‘퇴직공제’가 생긴 것도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투쟁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노동자가 건설업에서 퇴직하거나 일정 연령에 도달한 경우 퇴직공제금을 지급해 건설노동자의 노후생활 안정 및 복지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다. 퇴직공제금은 건설공사비의 일부로 적립된다.
이 제도를 연구하고 이끌었던 백 지도위원은 “IMF 위기를 겪었던 세대가 지금은 현장에서 은퇴하거나 팀장급일 텐데, 당시 이들은 건설현장에서 일년에 한번씩 임금이 오르고, 명절에 유급으로 쉬고, 퇴직공제금을 받을 세상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퇴직공제가 시행된 지 20년 정도 됐는데 그동안 계속 일을 했던 사람은 적은 돈이라도 퇴직 후에 받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공제로 인해 불법이 난무하던 건설현장의 투명성이 제고되는 효과도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퇴직공제부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출퇴근 기록과 고용 기록이 전자카드를 통해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누군가 중간에서 돈을 가로채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됐다. 강 위원장은 “전자카드제는 일정 정도 규모 이상의 관급공사와 민간공사에 대부분 적용되고 있다”며 “언제 출근했는지가 투명하게 관리될 뿐만 아니라, 불법고용이나 임금체불이 줄어드는 효과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이러한 노력이 청년들의 건설현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기여할지도 주목된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 결과 2022년 건설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53.1세로 다른 직군에 비해 고령화가 심했다. 20~30대 청년층 비중은 전체의 14.8%에 불과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난 2021년 4월 20~30대 토목건축 조합원 78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건설노동자로 가장 싫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많았던 답변은 고용불안(63.2%), 그리고 사회적 인식(49.6%)이었다. ‘건설현장에 청년들이 진입하려면 바꿔야 할 것’으로도 고용안정(63.8%)과 사회적 인식 개선(54.8%)을 많이 뽑았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건설현장이 우선 ‘좋은 일터’가 되어야 새로운 노동자들이 계속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청년들이 건설현장을 ‘위험하고 나쁜 일자리’로 인식하며 기피하다보니, 그 빈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대신 채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건설업계가 건설기능인을 양성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을 하는 대신 손쉽게 이주노동자를 고용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를 설치해 서울, 성남, 안산, 대전, 여수, 포항 등 10여 개 지역에서 건설기능학교 등을 운영하면서 청년들이 건설현장에서 필요한 기능을 익혀 현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돕고 있다. 정부나 건설업계가 나서서 하지 않았던 건설기능인 양성과 고용안정을 위해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대신 나선 셈이다.
건설기능훈련학교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건설근로자공제회로부터 일부 운영 자금을 지원받고 부족한 부분은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비로 운영되는데, 비영리 법인이라 교육은 무료로 진행한다. 여기에 참여해서 교육 과정을 밟으면, 노조를 통해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이를 거친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사고도 적게 당하고 임금체불 등의 피해도 적다는 게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설명이다. 건설기능훈련학교가 없었던 시절에는 시공팀에 들어가 어깨너머로 일을 배우고, 그 기간에 비인격적인 대우와 낮은 임금을 감내해야 했다.
백 지도위원은 “건설노조의 활성화와 현장 노동자들의 실질적 삶의 질 확보 차원에서 기능훈련사업을 지속했다”며 “아직은 재원 마련 등 많은 한계가 있으나 건설산업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러다보니 건설업계 입장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눈엣가시’다.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안전에 투자하는 비용을 줄이려는 게 자본의 속성이다.
강 위원장은 “법제도를 하나하나 갖춰가고자 하는데, 전문건설업체는 그마저도 자기비용 부담이라고만 생각한다”며 “사실 그건 건설사 수익으로 들어가면 안 되는 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제도에 필요한 비용이 공사비에 반영돼야 한다”며 “그런데 원청은 이를 반영했다고 하고 전문건설업체는 원청으로부터 받은 게 없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이른바 ‘건폭’(건설현장 폭력조직) 집중단속에 나선 것도 건설업계의 민원에 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21년 9월 정부가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경찰청이 참여하는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를 구성하기 전, 건설업계는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청한 처벌을 촉구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등 전방위적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건폭’을 잡는데 선봉에 섰다. 최근 원 장관은 대한전문건설협회가 개최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실태 고발 증언대회’에 직접 참석해 건설업계의 일방적인 주장을 듣고 호응해주기도 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원 장관을 향해 “건설자본의 하수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수만 명의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건설노조가 없던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며 대정부 투쟁을 대대적으로 벌일 태세다.
건설현장에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없는 건설현장까지도 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법·제도 차원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래야 불법 다단계 하도급도 완전히 근절되고 건설노동자들의 안전도 보장될 수 있다. 모든 건설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윤석열 정부와 검경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대한 실적용 탄압을 중단하라”며 “건설현장의 불법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그동안 건설업계가 건설노동자들을 착취하며 자행했던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비롯한 임금체불, 불안전한 작업 등에 대한 것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화장실을 직원용과 노동자용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있다. 건설노동자들에게 직원용 화장실은 접근 금지다. 문제는 화장실 부족이다. 5칸짜리 컨테이너 화장실을 원청 직원용으로 하나, 노동자용으로 하나를 배정한다. 직원이 10명이니 2명당 1칸이고, 노동자는 500명이니 100명당 1칸이다. 100명이 1칸을 쓰려니 아침마다 화장실 앞에 줄을 서고 조회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그래도 직원용은 접근 금지다. 정 급해서 들어가려 하면 직영 반장이나 관리자가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해댄다.”
“공사 현장에 공간이 부족하다고 달랑 2칸짜리 간이 화장실을 며칠씩 빼버리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그러고는 우리에게 아무 곳에서나 용변을 보지 말라 한다. 당분간 화장실이 없으니 주변 상가나 전철역을 이용하라고 한다. 주변 상가나 전철역에서 먼지 뒤집어쓴 건설노동자를 반길 리 만무하다. 여기서 쫓겨나고 저기서 쫓겨난다. 최악의 경우는 주변에 상가도 전철역도 없을 때이다.”
이 전 의원의 말처럼 공사 현장의 ‘인분 주머니’는 화장실의 열악한 시설 문제는 둘째 치고, 개수가 터무니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 전 의원은 “문명을 포기하고 원시시대, 자연으로 회귀를 강요당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단기 계약직’이라는 불안정한 고용 구조에서 건설노동자 개인은 분을 삭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럴 때마다 ‘사람답게 일할 수 있게 해 달라’며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던 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이었다. 신축 아파트 천장에서 ‘인분 주머니’가 발견돼 논란이 일었을 때도 건설현장 화장실 실태조사를 직접 벌이고, ‘아파트 1개동 1개층마다 화장실를 설치해 달라’고 촉구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것도 민주노총 건설노조였다.
그 결과 법·제도가 개선될 전망이다. 올해 1월 말 고용노동부가 건설현장 화장실 설치 기준에 ‘노동자 수 기준’을 추가한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현행 법엔 건설현장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할 편의시설 중 하나로 화장실이 규정돼 있을 뿐이지 개수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어 늘 화장실 부족 문제가 나타나고 있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초대 위원장인 백석근 지도위원은 “건설현장에 화장실에 관한 규정 자체가 아예 없었다. 그걸 만든지도 얼마 안 됐다”며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화장실 설치가 중요하다는 인식 정도는 잡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화장실 문제는 건설현장에서 빙산의 일각이다. 폭염과 한파가 와도 에어컨 한대 없는 바깥에서 온종일 일해야 하는 건설노동자들에게 휴게공간도 화장실만큼이나 절실한 문제다. 하지만 공사장에서 건설노동자를 위한 휴게공간을 찾기 쉽지 않았다. 박스 하나 바닥에 깔아 놓고 쉬는 게 전부였다. 그런 건설현장에 팀별 컨테이너가 제공돼 안정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소가 확보되고 있는데,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투쟁 결과였다.
법에 정해진 대로 건설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안정장비를 지급받는 것조차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있기 전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업종이 바로 건설업(작년 402명)인데도 불구하고, 건설노동자에게 안전장비는 여전히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었다. 법적으로 사측이 지급하게 돼있는 안전화나 안전모와 같은 개인보호장구를 실제로 지급받지도 못했는데, 명부에 ‘받았다’고 서명만 하거나, 안전화를 하나 지급받아 닳고 닳을 때까지 아껴 신어야 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법에 정해진 대로 안정장비를 제대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자 그나마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없앤 결정적 계기
“가장 상징적인 건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없앤 거죠.”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장에게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성과를 꼽아달라고 하자 돌아온 대답이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은 건설현장에서 나타나는 모든 병폐의 근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런 불법 구조를 깨는데 전면에 나서고 있다.
건설현장은 크게 ‘발주처→종합건설사(원청)→전문건설업체(하청)’ 구조로 만들어진다. 문제는 하청이 불법과 편법으로 재하도급을 준다는 것이다. 하청이 ‘오야지’ 등으로 불리는 시공팀장에게 재하도급을 주면, 시공팀장은 자신이 데리고 있는 팀원들에게 일을 나눠준다. 시공팀장이 여러 소규모 팀(소팀장)을 거드리면서 또다시 재하도급을 주고, 소팀장이 팀원들에게 일을 나눠주는 경우도 있다. 하도급이 다단계로 이뤄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공팀장이 공사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서 팀원에 끼워주거나 일자리를 소개해준 대가로 건설노동자로부터 불법 수수료를 받아가기도 하는데, 이게 바로 ‘중간착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주장처럼, 일은 하지 않고도 막대한 돈을 챙겨가는 ‘가짜 근로자’가 생겨나는 배경이다.
지금도 이 같은 다단계 하도급이 곳곳에서 준재하지만, 이를 불법화한 것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투쟁 결과다. 바로 ‘시공참여자제도’ 폐지를 통해서다. 시공참여자제도는 1990년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사고를 계기로 ‘십장(오야지)’으로 불리던 불법 시공팀장을 양성화해 부실공사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1997년부터 도입된 제도다. 이것이 법·개정으로 2008년 1월부터 전면 폐지된 것이다. 그 투쟁 과정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연맹의 포항건설노조 조합원 68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전문건설업체(하청업체)는 실제로 하는 게 아무것도 없고 시공팀장에게 일을 다 맡기다보니까 공사가 제대로 됐는지 관심도 없었다. ‘시공자’만 잘 구하면 되는 일이었다. 시공자참여제도는 결국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인정한 것이었는데, 우리가 이걸 폐지하라고 10년 넘게 싸워서 이뤄냈다”며 “지금도 팀장 체계이긴 하지만, 물량으로 주는 재하도급을 없애고, 팀장도 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똑같은 건설노동자가 됐다. 역할과 임금이 다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시공참여자제도 폐지’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오 연구실장은 “시공참여자제도 폐지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불법’으로 부를 수 있는 분명한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며 “이는 산업 현장에 다단계 하도급이 워낙 만연하니, 건설업뿐만 아니라 조선업이나 다른 업종에서도 언제든지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빨간날도 유급휴일이란 걸 이제 알았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산하 토목건축분과위원회가 2017년부터 철근·콘크리트협의회와 단체협약을 맺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단체협약을 통해 건설현장이 열리면 하청업체에 조합원이 직접 고용되도록 하고, 임금도 노동자들이 업체로부터 직접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차단되는 효과로 이어졌다.
단체협약은 건설현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보통의 직장인이 당연하게 누리고 있던 권리와 혜택을 건설노동자들도 단체협약이 맺어진 뒤에야 비로소 누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맺어진 2021년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철근·콘크리트연합회 단체협약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1일 8시간, 주 40시간으로 제한되면서 무분별한 연장근로가 사라졌고,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그에 따른 수당을 받게 됐다. 예비군 훈련과 같은 공무 집행을 위해 일을 못하게 되더라도 유급 처리가 됐다. 비가 와서 공사를 멈춰야 하는 상황처럼 노동자 개인의 귀책 사유가 아닌 한 휴업을 하더라도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여성 조합원들에겐 월 1회 유급 보건휴가도 주어졌다.
같은 해 단체협약과 함께 맺어진 서울·경기·인천지역 보충협약에는 ‘유급휴일’과 ‘특별유급휴가’, ‘연차휴가’까지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공휴일과 대체공휴일, 그리고 정기총회, 노동절, 하계휴가를 위해 1년에 1일씩을 유급휴일로 보장하며, 부모를 비롯한 가족 사망, 본인 또는 자녀의 결혼, 배우자 출산 시 유급휴일을 준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획기적인 변화”라며 자부심을 보였다. 단기 계약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차휴가 부여를 회피해온 사측으로부터 단체협약을 통해 월 20일 출근 시 1일 유급휴가를 주는 식으로 연차휴가를 부여하는 약속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단체협약은 일터에서 ‘노가다’로 천대를 받아오던 건설노동자들이 어엿한 ‘직업인’으로 존중을 받게 되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만약 이 단체협약이 없었다면, 건설노동자들에게 휴일은 곧 실직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 역시 다른 직업인처럼 마음 편히 휴일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비계공’ 제치성(34) 씨는 “휴일에 쉬면 돈을 못 받는 게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던 저에게는 혁명과 같은 변화”라며 “물론 휴일에 받게 되는 하루 일당도 저에겐 큰 돈이라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처럼 기본적인 존중을 받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25년 넘게 일한 ‘형틀목수’ 오종규(51) 씨도 “예전에 노조가 없었을 때는 원청 기사들이 저를 ‘아저씨, 아저씨’라고 부르고 무시했는데, 노조가 생기고 나서 대우가 달라진 게 최고로 좋다”고 밝혔다.
퇴직자에겐 생활안정을, 청년에겐 새로운 일자리를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다보니 한 회사에 1년 이상 근무하기 어려워 법적으로 퇴직금을 받을 기회가 없었던 건설노동자들을 위해 퇴직 이후 복지 제도인 ‘퇴직공제’가 생긴 것도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투쟁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노동자가 건설업에서 퇴직하거나 일정 연령에 도달한 경우 퇴직공제금을 지급해 건설노동자의 노후생활 안정 및 복지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다. 퇴직공제금은 건설공사비의 일부로 적립된다.
이 제도를 연구하고 이끌었던 백 지도위원은 “IMF 위기를 겪었던 세대가 지금은 현장에서 은퇴하거나 팀장급일 텐데, 당시 이들은 건설현장에서 일년에 한번씩 임금이 오르고, 명절에 유급으로 쉬고, 퇴직공제금을 받을 세상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퇴직공제가 시행된 지 20년 정도 됐는데 그동안 계속 일을 했던 사람은 적은 돈이라도 퇴직 후에 받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공제로 인해 불법이 난무하던 건설현장의 투명성이 제고되는 효과도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퇴직공제부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출퇴근 기록과 고용 기록이 전자카드를 통해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누군가 중간에서 돈을 가로채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됐다. 강 위원장은 “전자카드제는 일정 정도 규모 이상의 관급공사와 민간공사에 대부분 적용되고 있다”며 “언제 출근했는지가 투명하게 관리될 뿐만 아니라, 불법고용이나 임금체불이 줄어드는 효과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이러한 노력이 청년들의 건설현장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기여할지도 주목된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 결과 2022년 건설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53.1세로 다른 직군에 비해 고령화가 심했다. 20~30대 청년층 비중은 전체의 14.8%에 불과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난 2021년 4월 20~30대 토목건축 조합원 78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건설노동자로 가장 싫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많았던 답변은 고용불안(63.2%), 그리고 사회적 인식(49.6%)이었다. ‘건설현장에 청년들이 진입하려면 바꿔야 할 것’으로도 고용안정(63.8%)과 사회적 인식 개선(54.8%)을 많이 뽑았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건설현장이 우선 ‘좋은 일터’가 되어야 새로운 노동자들이 계속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청년들이 건설현장을 ‘위험하고 나쁜 일자리’로 인식하며 기피하다보니, 그 빈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대신 채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건설업계가 건설기능인을 양성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을 하는 대신 손쉽게 이주노동자를 고용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를 설치해 서울, 성남, 안산, 대전, 여수, 포항 등 10여 개 지역에서 건설기능학교 등을 운영하면서 청년들이 건설현장에서 필요한 기능을 익혀 현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돕고 있다. 정부나 건설업계가 나서서 하지 않았던 건설기능인 양성과 고용안정을 위해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대신 나선 셈이다.
건설기능훈련학교는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건설근로자공제회로부터 일부 운영 자금을 지원받고 부족한 부분은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비로 운영되는데, 비영리 법인이라 교육은 무료로 진행한다. 여기에 참여해서 교육 과정을 밟으면, 노조를 통해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이를 거친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사고도 적게 당하고 임금체불 등의 피해도 적다는 게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설명이다. 건설기능훈련학교가 없었던 시절에는 시공팀에 들어가 어깨너머로 일을 배우고, 그 기간에 비인격적인 대우와 낮은 임금을 감내해야 했다.
백 지도위원은 “건설노조의 활성화와 현장 노동자들의 실질적 삶의 질 확보 차원에서 기능훈련사업을 지속했다”며 “아직은 재원 마련 등 많은 한계가 있으나 건설산업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업계의 ‘눈엣가시’
이러다보니 건설업계 입장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눈엣가시’다.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안전에 투자하는 비용을 줄이려는 게 자본의 속성이다.
강 위원장은 “법제도를 하나하나 갖춰가고자 하는데, 전문건설업체는 그마저도 자기비용 부담이라고만 생각한다”며 “사실 그건 건설사 수익으로 들어가면 안 되는 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제도에 필요한 비용이 공사비에 반영돼야 한다”며 “그런데 원청은 이를 반영했다고 하고 전문건설업체는 원청으로부터 받은 게 없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이른바 ‘건폭’(건설현장 폭력조직) 집중단속에 나선 것도 건설업계의 민원에 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21년 9월 정부가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경찰청이 참여하는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를 구성하기 전, 건설업계는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청한 처벌을 촉구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등 전방위적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건폭’을 잡는데 선봉에 섰다. 최근 원 장관은 대한전문건설협회가 개최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실태 고발 증언대회’에 직접 참석해 건설업계의 일방적인 주장을 듣고 호응해주기도 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원 장관을 향해 “건설자본의 하수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수만 명의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건설노조가 없던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며 대정부 투쟁을 대대적으로 벌일 태세다.
건설현장에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더미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없는 건설현장까지도 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법·제도 차원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래야 불법 다단계 하도급도 완전히 근절되고 건설노동자들의 안전도 보장될 수 있다. 모든 건설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윤석열 정부와 검경은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대한 실적용 탄압을 중단하라”며 “건설현장의 불법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그동안 건설업계가 건설노동자들을 착취하며 자행했던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비롯한 임금체불, 불안전한 작업 등에 대한 것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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