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 안산, 차분하게 안산이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옐레나 오시포바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도쿄 올림픽 2020 : 한국 TV(방송사)가 이탈리아를 피자로 묘사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Tokyo 2020: S Korea TV sorry for using pizza to depict Italy)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의 BBC는 '아시아 뉴스'의 일환으로 MBC의 도쿄 올림픽 개막식 중계 방송 사고에 대한 박성제 사장의 사과를 보도했다. BBC는 MBC가 개막식 중계 당시 각 국가를 소개하며 부적절한 이미지를 사용해 비난을 자처한 것은 물론 박 사장이 직접 사과에 나서게 된 배경과 맥락까지 디테일하게 소개했다.
여타 주요 외신도 이를 놓칠 리 없었다. CNN을 필두로 ABC, 폭스뉴스(폭스스포츠) 등 미 주요 방송사와 <뉴욕타임스>와 같은 레거시 미디어가 나섰고 일본 및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권 국가 언론들도 이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한국 방송사가 올림픽 개막식에 부적절한 이미지를 사용해 사과를 했다'(A South Korean broadcaster Apologized 'Inappropriate' Images Aired During the Olympic Parade)는 기사를 온라인판 2020 도쿄 올림픽 섹션의 메인 뉴스에 배치하기도 했다.
외신보다 먼저 움직인 것은 해외 누리꾼과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었고, 특히 MBC가 자국 위치를 말레이시아로 표시한 것을 확인한 인도네시아 누리꾼들은 방송사의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으로 가 릴레이 항의를 펼치기도 했다. MBC가 문자 그대로 '나라 망신', 국제적 망신을 자처한 것도 모자라 소셜 미디어로 소통하는 전 세계 미래세대에 제대로 망신살을 뻗친 셈이다. 이 방송사를 향해 쏟아진 나라 밖 비난은 방탄소년단(BTS)를 필두로 국가 이미지를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 'K-컬처'에 먹칠을 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도쿄올림픽 개막식 이후 1주일, 외신이 또 다시 '도쿄올림픽 in 한국'을 주목하고 나섰다. 이번엔 개별 방송사의 실수가 아니었다. 관련 외신 보도의 주인공은 여자 양궁 단체전과 혼성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안산 선수이면서 안산 선수가 아니었다.
연이은 국제적 망신, 잇따른 외신의 비판
▲ 양궁 3관왕을 차지한 안산이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을 마친 뒤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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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에서 2관왕을 차지한 한국 양궁 안산 선수의 짧은 머리('숏컷')가 자국 내 반페미니스트 정서를 불러 일으켰다. (The short haircut of South Korean archer An San, who has won two gold medals at the Tokyo Olympics, has attracted anti-feminist sentiment at home.)
시작은 통신사 로이터였다. 로이터는 29일(현지시간) 도쿄발 기사('South Korean archer's short hair draws anti-feminist sentiment at home')에서 안산 선수를 향한 남성 중심 인터넷 커뮤니티의 성차별적 공격과 그에 따른 논란을 자세히 소개했다.
BBC는 29일(현지시간) 도쿄올림픽 '월드 뉴스'를 전하는 서울발 현지 연결을 통해 '두 개의 금메달을 딴 안산 선수가 온라인 상 폭력에 직면하다'란 소식을 전했다. 이어 이 방송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의 '한국 양궁선수의 짧은 머리에 안티 페미니스트의 댓글이 달렸다'는 게시글을 통해 관련 소식을 자세히 전하기도 했다. 해당 게시글엔 30일 오후 2시까지 13만개에 육박하는 '좋아요'가 달렸다.
이처럼 로이터와 BBC가 나서자 미국 UPI 통신과 영국 인디펜던트도 관련 보도를 했다. 이번 남성 커뮤니티발 온라인 상 폭력에 항의하고 반대하는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은 MBC 관련 보도에 이어 외신보도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이중 일부는 주요 외신 보도를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고 전파하는 것을 넘어 외신에 해당 사안을 적극적으로 제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백혜련 의원은 30일 페이스북글에서 "편협한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숏컷은 페미이다', '여대는 페미이다' 이런 식의 황당한 연역법으로 안산 선수에 대해 사상검증을 하고 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그 근원적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했다.
"외신에서는 우리 선수들의 불굴의 투혼과 노력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안산 선수가 온라인상 학대를 당하고 있다' 이런 기사를 대서 특필하고 있습니다. 국가적 망신상태입니다. 부끄럽고 화가 납니다.
말 같지도 않은 말로 선수를 비방하는 이런 행위에 대해서는 문체부, 여가부, 대한체육회, 양궁협회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선수를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젠더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 힘 대선후보들은 안산 선수에 대한 페미 공격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지 명확히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전날(29일) 페이스북글을 통해 "평소 2030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없다는 지론을 퍼뜨리시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님은 안산 선수에 대한 도를 넘은 공격을 중단할 것을 제1야당의 대표로서 책임 있게 주장해 달라"고 공개 요구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의견을 같이 한 것이다.
정확한 명칭의 사용... 그리고 공범들
"안산 선수에 대한 온라인공간의 폭력은 '숏컷은 페미니스트'라는 근거 없는 주장이 시작이었다고 여겨지나, 그 기원은 최근 GS25의 손가락 모양 페미 논쟁에서 반페미니스트들의 억지 주장에 일부 기업들이 동조한 것에서 기인합니다.
그보다 더 이전에는 게임업계를 비롯한 디지털 창작공간에서 페미니스트 사상검증으로 인해 여성들을 일자리에서 내쫓은 사례들이나, 여성 연예인들에 대한 집단적인 온라인상 폭력이 용인되었던 사례들이 혐오집단에게 성취의 경험으로 누적되면서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같은 날 민주노총은 내놓은 '안산 선수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멈춰라'란 논평 중 일부다. 금번 온라인 상 폭력이 어디서부터 연원했는지를 제대로 짚은 최초의 논평이 아닐 수 없다. 민주노총은 또 금번 온라인 상 폭력을 "(여성혐오주의자들의) 페미니즘 사상검증과 페미니스트 사냥 행태"로 규정하며 역시나 "정치권의 책임"을 물었다.
민주노총은 "최근 여야를 비롯해서 여성혐오주의자들의 억지주장에 편승해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들고 나오며 젠더갈등을 부추긴 정치인들에게도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일부 남성향 커뮤니티를 등에 업고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주장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하태경 등 대선주자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앞서 외신을 퍼다나른 일부 누리꾼들이 주목한 것은 'Online abuse(온라인 폭력)'라는 정확한 표기였다. '젠더 갈등', '여혐 논란' 등 일부 언론들이 타성에 젖은 표현으로 안산 선수를 향한 온라인 상 폭력을 두루뭉술하게 표현하고 에둘러 갈등을 조장하는 보도행태를 반복한 것에 대한 비판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원인에 대한 진단, 즉 폭력의 주체나 이를 부추기며 사익을 추구한 이들에 대한 지적 및 분석 또한 새로울 것은 없었다. 과거 '세월호 폭식투쟁'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왔던 '일베'(일간베스트)와 같은 남성향 커뮤니티의 온라인 상 폭력이 지난해 총선 이후 '이대남 현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세를 확장한 것 뿐이라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가 있던 2014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보수야권 정치인들의 응원(?)과 언론의 주목을 등에 업은 채 세를 확장해온 이들의 작동방식 말이다. 금번 안산 선수에 대한 온라인 폭력을 포함해 관련 사안에 대한 정교한 분석보다 '젠더 갈등'이란 '네이밍'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클릭 장사에 매몰됐던 다수 매체들이 '공범'으로 지적 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때마침 한국인 혹은 한국계 기자들이 발 빠르게 한국 소식을 전하는 외신이 눈에 띄게 늘었다. MBC에 이어 '나라 망신'에 동참한 한국 내 '안티 페미니스트'들을 향한 외신의 주목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외신 보도가 한국의 온라인 상 여성혐오 문화를 어떻게 분석할지, 고통스럽지만 관심 있게 지켜보도록 하자.
본의 아니게 이슈의 한가운데 서게 된 안산 선수는 30일 개인전에서 또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해 첫 3관왕에 올랐다.
"외신에서는 우리 선수들의 불굴의 투혼과 노력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안산 선수가 온라인상 학대를 당하고 있다' 이런 기사를 대서 특필하고 있습니다. 국가적 망신상태입니다. 부끄럽고 화가 납니다.
말 같지도 않은 말로 선수를 비방하는 이런 행위에 대해서는 문체부, 여가부, 대한체육회, 양궁협회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선수를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젠더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 힘 대선후보들은 안산 선수에 대한 페미 공격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지 명확히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전날(29일) 페이스북글을 통해 "평소 2030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없다는 지론을 퍼뜨리시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님은 안산 선수에 대한 도를 넘은 공격을 중단할 것을 제1야당의 대표로서 책임 있게 주장해 달라"고 공개 요구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의견을 같이 한 것이다.
정확한 명칭의 사용... 그리고 공범들
▲ 안산 선수 숏컷 논란을 다룬 영국 방송 BBC 공식 인스타그램 게시글. | |
ⓒ BBC |
"안산 선수에 대한 온라인공간의 폭력은 '숏컷은 페미니스트'라는 근거 없는 주장이 시작이었다고 여겨지나, 그 기원은 최근 GS25의 손가락 모양 페미 논쟁에서 반페미니스트들의 억지 주장에 일부 기업들이 동조한 것에서 기인합니다.
그보다 더 이전에는 게임업계를 비롯한 디지털 창작공간에서 페미니스트 사상검증으로 인해 여성들을 일자리에서 내쫓은 사례들이나, 여성 연예인들에 대한 집단적인 온라인상 폭력이 용인되었던 사례들이 혐오집단에게 성취의 경험으로 누적되면서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같은 날 민주노총은 내놓은 '안산 선수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멈춰라'란 논평 중 일부다. 금번 온라인 상 폭력이 어디서부터 연원했는지를 제대로 짚은 최초의 논평이 아닐 수 없다. 민주노총은 또 금번 온라인 상 폭력을 "(여성혐오주의자들의) 페미니즘 사상검증과 페미니스트 사냥 행태"로 규정하며 역시나 "정치권의 책임"을 물었다.
민주노총은 "최근 여야를 비롯해서 여성혐오주의자들의 억지주장에 편승해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들고 나오며 젠더갈등을 부추긴 정치인들에게도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일부 남성향 커뮤니티를 등에 업고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주장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하태경 등 대선주자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앞서 외신을 퍼다나른 일부 누리꾼들이 주목한 것은 'Online abuse(온라인 폭력)'라는 정확한 표기였다. '젠더 갈등', '여혐 논란' 등 일부 언론들이 타성에 젖은 표현으로 안산 선수를 향한 온라인 상 폭력을 두루뭉술하게 표현하고 에둘러 갈등을 조장하는 보도행태를 반복한 것에 대한 비판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원인에 대한 진단, 즉 폭력의 주체나 이를 부추기며 사익을 추구한 이들에 대한 지적 및 분석 또한 새로울 것은 없었다. 과거 '세월호 폭식투쟁'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왔던 '일베'(일간베스트)와 같은 남성향 커뮤니티의 온라인 상 폭력이 지난해 총선 이후 '이대남 현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세를 확장한 것 뿐이라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가 있던 2014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보수야권 정치인들의 응원(?)과 언론의 주목을 등에 업은 채 세를 확장해온 이들의 작동방식 말이다. 금번 안산 선수에 대한 온라인 폭력을 포함해 관련 사안에 대한 정교한 분석보다 '젠더 갈등'이란 '네이밍'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클릭 장사에 매몰됐던 다수 매체들이 '공범'으로 지적 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때마침 한국인 혹은 한국계 기자들이 발 빠르게 한국 소식을 전하는 외신이 눈에 띄게 늘었다. MBC에 이어 '나라 망신'에 동참한 한국 내 '안티 페미니스트'들을 향한 외신의 주목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외신 보도가 한국의 온라인 상 여성혐오 문화를 어떻게 분석할지, 고통스럽지만 관심 있게 지켜보도록 하자.
본의 아니게 이슈의 한가운데 서게 된 안산 선수는 30일 개인전에서 또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해 첫 3관왕에 올랐다.
▲ "3관왕" 안산 선수 안산이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옐레나 오시포바를 상대로 슛 오프 끝에 금메달을 차지한 뒤 시상대에 오르며 양손으로 각각 손가락 세 개를 표시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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