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에 의해 무고한 간첩으로 몰려 수년간의 옥고를 치른 뒤 30여 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 김철 씨가 절규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2일 오후 1시 광화문 KT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는 국가보안법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국가보안법폐지긴급행동, 헌법문제연구소, 평화연방시민회의,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가 공동주관한 기자회견은 국가보안법 일반인 피해자 중심으로 이뤄졌다.
김철 씨는 기자회견에서 “(국가보안법은) 간첩을 만드는 흉악한 법”이라며 “국가보안법으로 고문을 받아 가정이 파괴되고, 신체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날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무더운 날씨였다. 김 씨는 고문 후유증 탓에 발언을 마치고 바로 계단에 몸을 맡겼다.
김철 씨는 1989년 재일본조선총연합회와 접선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에 의해 간첩으로 몰려 7년의 옥고를 치르고 2013년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철 씨 부친 역시 간첩죄로 징역을 산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철 씨 외에 국가보안법 피해자인 이사영 씨, 최양준 씨, 장의균 씨, 김순자 씨(기자회견 후 참석)도 함께했다. 이들은 간첩 조작사건 당시 무자비한 고문과 긴 수감생활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지닌 채 오랫동안 고통을 겪은 채 살아왔다.
권오헌 (사)정의·평화·인권을 위한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문재인 정부 ‘1호 간첩 사건’의 피해자인 김호 대북사업도 ‘국가보안법 폐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권오헌 명예회장은 “국가보안법은 동족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다. 국가보안법을 없애는 것은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높은 정상적인 국가로 세우는 것”이라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김호 대북사업가는 박지원 국정원장의 ‘간첩 잡기 위해 국보법을 존치해야 한다’는 발언은 간첩 잡겠다는 소신 발언이 아니라 ‘밥벌이용 망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보안법은 공안검찰, 국정원, 시경의 보안수사대 이런 사람들이 안보를 빙자해 자기 조직의 밥벌이, 소위 얘기해 산업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호 대북사업가는 남북합작으로 안면인식 시스템을 개발하던 사업가로 일하던 중 2018년 8월 (조작된 ) 간첩 혐의로 구속돼 2019년 보석으로 석방됐다.
이자훈 여순항쟁 서울유족회 회장과 정대일 ‘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폐지 이정훈(4.27시대 연구원) 무죄석방 대책위원회(관련 기사 http://www.jajusibo.com/55814) 상황실장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이자훈 회장은 “이 악법은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라며 “하루빨리 국회에서 폐지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정대일 상황실장은 “이정훈 대책위는 공안탄압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대중적으로 범시민적으로 소위 그들이 말하는 ‘이적표현물’이라고 하는 특정된 책들을 많은 시민과 함께 폭넓게 읽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투쟁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은 이날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의 공동행동’을 구성했으며, 이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 이사영 씨는 1974년 울릉도 간첩단 사건으로 징역 15년 확정받고 13년 복역 후 2014년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양준 씨는 1982년 재일교포 간첩 사건으로 징역 15년을 확정받고 9년 복역 후 2011년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장의균 씨는 1987년 일본 유학생 시절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와 접촉해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구속돼 8년 만기 복역 후 2017년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순자 씨는 1979년 삼척고정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징역 5년 형을 받고, 2013년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국가보안법은 간첩을 잡는 법이 아니라 간첩을 만드는 법이다
오는 7월 4일은 남과 북이 ‘조국통일 3대원칙’에 합의한 역사적인 날이다. 조국통일 3대원칙은 남과 북이 2000년 6.15남북공동성명에서 ‘연합연방제’를 합의할 수 있게 한 결정적 원천이었으며, 문재인 정부가 북과 함께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평화와 번영, 통일시대’를 선포한 원천이기도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지난 5월, 4.27시대연구원 이정훈 연구위원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세 번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또 그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은 또 있다. 최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국가보안법은 간첩 잡는 법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 진짜 간첩은 형법으로 잡게 되어 있다.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기관이 그동안 국가보안법으로 수많은 간첩 사건을 조작해 수많은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었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그렇게 무고한 간첩으로 몰려 장기간의 옥고를 치른 뒤 3,40 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이 또다시 날뛰기 시작한 시점에 주목한다. 지난 3월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 출범한 뒤였다. 그리고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 행동이 전개한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국민청원이 이미 달성되고 있던 때였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응답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렇게 국가보안법을 칼집에서 꺼내 휘두른 것이다.
북을 여전히 반국가단체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반북이자 7.4공동성명을 능멸한다는 점에서 반통일이며 문재인 정부가 내건 ‘평화시대’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명백히 시대착오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면서도 국가보안법을 존치시키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조국통일이라는 민족적 이익이 아니라 정권적 이익에 복무시키려는 전형적인 정략이다.
우리는, 간첩 사건 만드는 데에 쓰였던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살아 조국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73년이나 됐다. 국가보안법은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듯,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다.
문재인 정부는 간첩조작법 인권유린법 조국통일방해법, 국가보안법을 지금 당장 폐지하라!
2021년 7월 2일
헌법문제연구소, 평화연방시민회의,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 국가보안법폐지긴급행동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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