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총장은 이날 옛 전남도청에서 오월어머니회를 만나 차담을 했다. '오월어머니' 추혜성 씨는 윤 전총장에게 그 날의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오월어머니들은 광주고검·지검을 방문한 윤 전 총장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오월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묻기위해서였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아무 답변 없이 승용차에 올랐고, 오월어머니들을 막아서려는 이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일부 어머니들이 넘어지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추 씨는 "그때 오월에 대한 생각을 들으려고 몇 시간이나 기다렸는데 우리를 만나지 않고 뒷문으로 빠져나가지 않았느냐"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윤 전 총장은 "작년에 광주 왔을 때 어머니들 마음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 죄송하다"며 "그렇게 기다리셨는지 정말 몰랐다"고 사과했다.
윤 전 총장은 "5.18은 자유와 인권을 위해 희생한 것이라 광주를 떠나 국민과 전 세계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래서 광주시민들의 억울한 한을 달래고, 그 마음의 빚을 달래야 한다는 것을 떠나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이야기하면 현 정부와 문제가 있을까 봐 공직에 있을 때 자제하느라고 그때 답을 안 하고 법원에 들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기다리신 줄 모르고 실망시킨 데 대해 크게 사과드린다"고 재차 말했다.
또 다른 어머니도 윤 전 총장에게 "어머니들이 많은 숫자도 아니었고, 그 약속을, 다만 한 마디쯤이라도 해줬으면 이렇게까지 서운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추 씨는 "기대에 어긋나서 상처가 됐다"며 "어쨌든 절절히 느끼고 계시니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하는지, 과연 진실된 것인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추 씨는 윤 전 총장이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피로써 지킨 5.18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을 이뤄내겠다'고 적은 방명록을 언급했다.
추 씨는 "우리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이) 들어가야 (5.18에 대한) 왜곡이 막아진다. 그런 부분이 밝혀져야 화해와 용서가 가능하다. 이런 부분이 정리가 되면 화해가 되고 통합이 된다"며 "오월에 대한 역사를 정리해주고,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오월어머니들과의 차담회에 앞서 윤 전 총장은 국민 공감대를 전제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데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광주 북구 인공지능 사관학교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는 문제도 개헌 관련 문제라 국민적 합의와 동의가 필요하지만, (헌법에 명시된) 3.1운동, 4.19 정신에 비춰서 5.18 정신 역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숭고한 정신"이라며 "(5.18 정신을) 우리 국민 전체가 공유하는 가치로서 떠받들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찬성한다는 얘기냐'는 추가 질문에도 "그런 뜻으로 보면 무방하겠다"며 "개헌 문제라 국민 전체가 다 동의해야 할 문제지만 저는 그렇게 보고 있다. 그래서 5.18을 기리기 위해 제가 일부러 제헌절에 찾은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이날 광주 일정 내내 광주 청년들의 규탄 시위에 직면해야 했다. 이들은 윤 전 총장에게 "지지율이 떨어지니 광주에 와 표몰이를 한다"며 "정치검찰 윤석열은 대선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윤 전 총장 지지자들은 광주 청년들이 규탄 발언을 할 때마다 고성과 항의로 대응했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결국 윤 전 총장은 광주 동구 충장로 일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시민과의 만남'을 취소한 채 공식적인 광주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을 향한 반대 목소리에 대해 "과거에 5.18 정신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지금의 보수정당과 (제가) 정치 철학이 일치한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시민들이 계셨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윤 전 총장은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5.18 정신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정신이라는 것"이라며 "그런데 당헌을 봤을 때 더불어민주당 당헌에는 자유가 없고, 국민의힘 당헌에는 자유민주주의가 있기 때문에 제가 그런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윤 전 총장이 지난달 29일 정치 참여선언을 하면서 "정치철학 면에서 국민의힘과 생각을 같이한다"고 밝힌 데 대한 부연설명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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