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전격적으로 모든 남북통신선을 복원했다. 통신선 복원은 남북관계 개선의 신호탄이다. 북이 남북대화에 나선 배경을 놓고 식량난 탓으로 돌리는 논조들이 많다. 마치 극심한 어려움 때문에 굽히고 들어왔다는 식이다. 북이 과연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을까? 때마침 북이 처음으로 유엔에 경제 전반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를 통해서 현재 북의 식량 형편을 살펴보자.
자발적 국가보고서(VNR)란 무엇인가?
북이 이번에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를 자발적 국가보고서라고 부른다. 이 보고서의 배경을 살펴보자. 유엔은 2015년 유엔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전 지구적 차원에서 불평등과 가난이 근절되고, 현 세대 뿐 아니라 미래 세대까지 인간의 존엄과 건강한 삶이 담보되는 새로운 세계를 향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2030 아젠다’를 채택했다.
북은 이 아젠다가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한 국가적 발전 정책과 부합된다고 보고, 이에 대해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뿐만아니라 2030 아젠다를 실행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가적 태스크포스(NTF)를 설치하고 기술위원회(TC)도 만들었다. NTF는 전지구적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를 지역화해 국가적 차원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와 지표, 국가적 발전에 따른 지표를 설정하며, 나라 전체에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행하기 위한 활동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북은 사회주의 강국건설 노선에 기초해 2016년 5월에 결정된 2016~2020 5개년 전략, 2018년 4월 새로운 경제총집중노선에 따라 2030아젠다를 이행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 및 지표를 확정하였으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고위급 정치 포럼에 제출하려고 1차 VNR(자발적인 국가 보고서)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 보고서를 이번에 제출했다.
FAO(유엔식량기구)가 평가한 북의 식량 수요량
2021년 2월 18일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국회에서 “지난해 여름 수해와 태풍피해로 감산된 규모가 20만~30만t으로 추정된다. 북에서는 해마다 식량 100만t 정도가 부족한데, (지난해 수해와 태풍피해로 감산된) 20만~30만t을 더하면 북에서 필요한 식량의 부족분이 산출된다.”고 답변했다. 2021년 2월 16일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그 보고서에서 북의 곡물 수요량이 연간 550만t인데, 2020년 곡물 생산은 수해와 태풍피해로 감산되어 440만t밖에 되지 않았다고 추산하면서, 110만t이 부족할 것이라고 추론했다. 유엔식량기구는 여러 자료들을 통해 북의 연간 곡물소요량을 대체로 550만 톤으로 산정하고 있다.
VNR을 통해서 본 북의 알곡생산량
VNR을 통해서 살펴본 북의 연간 곡물 생산 목표량은 700만 톤이다. 그런데 이 목표는 아직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2018년도 곡물생산량은 495만 톤인데, 이 수치는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이 표를 통해서 살펴보면 2014년-2020년 까지 7년 동안 평균 생산량이 남의 국정원이나 유엔 식량 기구에서 평가하고 있는 북의 식량 수요량인 550만 톤을 초과하고 있다. 따라서 심각한 식량난에 봉착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특히 2019년과 2020년 곡물생산량은 각각 665만 톤, 552만 톤으로 지난 2년 동안 생산량을 놓고 보면 남의 국정원이나, 유엔식량기구에서 산정한 곡물 수요량 550만 톤을 모두 초과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 북이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은 더더구나 근거가 없다. 이 표를 통해서 살펴보면 지난 7년 간, 2015년과 2018년을 제외하고 550만 톤 이상의 곡물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표에서 주목되는 점은 2019년도 곡물생산량이다. 2019년도에는 최고생산년도를 초과했다고 북에서 발표한 바대로 665만톤을 생산하여 목표치인 700만톤에 거의 근사하게 도달했다. 이는 북의 농업생산구조가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구조적 식량난은 없어졌다. 이는 농업과학기술 발전과 농업의 기계화 확대, 비료를 비롯한 농자재 생산의 정상화가 이루어져 농업생산체계가 고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식생활 개선으로 줄어드는 알곡소비량
김정은시대에 접어들어 나타난 특징 중에 하나는 식생활 문화의 개선 노력을 들 수 있다. 지난 6월에 열린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서 당의 육아 정책을 개선 강화할 데 대한 문제가 의제로 토의되고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졌다. 그것은 아이들의 성장발육에서 탁아소, 유치원 시기가 제일 중요한 연령기이므로 국가적 부담으로 전국 어린이에게 젖제품을 비롯한 영양식품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 결정은 기존에 제공했던 식물성 콩우유를 동물성 우유(소젖 우유, 염소젖 우유, 양젖 우유)로 바꾼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은 이 결정의 의미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이 결정은 북의 농업구조의 고도화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김정은 시대 이전에는 북의 농업구조가 곡물생산중심 구조였다면, 김정은 시대 이후 북의 농업구조는 곡물 생산과, 축산, 과수, 원예, 수산업을 병행 발전시키는 구조로 바뀌었다. 그 결과 북은 곡물생산 증대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과일생산, 물고기생산(바다물고기, 민물고기), 채소생산, 축산물생산이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북 주민들의 식생활 패턴도 바뀌고 있다. 밥 중심의 식생활 문화에서 선진국형인 고기와 야채, 어류와 과일 중심의 식생활 문화로 바뀌고 있다. 이번에 어린이들에게 콩우유 대신 젖우유를 공급하기로 한 결정은 이러한 발전과정과 연동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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