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ILO 핵심협약 비준동의안 국무회의에 상정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0-07-07 10:24:24
수정 2020-07-07 10: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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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6일 ‘ILO 핵심협약 비준동의안’ 관련 브리핑에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제105호 협약을 제외한 3개 협약의 비준 동의안과 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병역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20대 국회의 임기만료로 통과되진 못했다”며 “사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다시 국회에 제출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회의 상정한 ILO 핵심협약 비준안
정부는 지난달 23일 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병역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뒤 국회에 제출했다. 이어 3개 핵심협약 비준안을 이달 내로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국무회의에 상정되는 3개 비준안은 ▲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 제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의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 ▲ 제29호 ‘강제 또는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 등이다.
제87호는 노사의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단체의 설립 및 가입과 활동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제98호는 노사의 자유로운 교섭 보장과 노조활동에 대한 불이익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 허용 등을 반영한 노동관계법 개정안(노조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이 국회에 제출된 상황이다.
이전 정권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늦추면서 지금도 남아있는 전근대적인 악법을 근거로 노동조합을 탄압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근혜 정부 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해고노동자 9명을 품고 있다는 이유로 ‘노조 아님’을 통보한 경우다. 이 때문에 전교조는 노조활동의 큰 제약이 걸렸고, 수많은 노조 전임자를 상대로 한 해고가 이어졌다. 공무원노조도 이와 비슷한 탄압을 받았다. 그 피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제29호 협약은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4급 보충역 대상자에게 복무선택권을 부여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국무회의 의결 후 국회에 제출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해야만 하는 이유
한·EU 분쟁절차로 국익문제로 이어져
협약, ILO 가입 187개국 80%가 비준
한·EU 분쟁절차로 국익문제로 이어져
협약, ILO 가입 187개국 80%가 비준
이같이 정부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려는 이유는 최근 국익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ILO 핵심협약 미비준으로 인해 한·유럽연합(EU) FTA 분쟁 해결 절차를 겪고 있다. EU는 우리나라가 ILO 핵심협약 비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2018년 12월 FTA 협정상 분쟁 해결 절차의 첫 단계로 정부 간 협의 절차를 요청했고, 2019년 7월 두 번째 단계로 전문가패널 소집을 통보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열린 한·EU 정상회담에서도 EU 정상은 한 목소리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EU FTA 이행 강화와 함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한 바 있다.
EU 정상이 우리나라를 이같이 압박하는 이유는 한국 기업이 국제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노동기준을 두면서 부당한 비용 절감으로 이득을 누리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국격과도 직결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전 세계 어느 노동자라도 기본적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가장 보편적인 규범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ILO에 가입한 187개 국가 중 약 80% 정도가 8개 핵심협약 전체를 비준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1996년 OECD 가입 당시부터 국제사회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약속해 왔으나, 24년째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 관련 핵심협약 비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임 차관은 이 같은 상황을 짚으며 “K-방역으로 높아진 우리나라 국격을 고려할 때 ILO 핵심협약 비준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자 선진국이 이행해야 할 당위적 의무”라고 지적했다.
또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탓에 진행되고 있는 한·EU FTA 분쟁 해결 절차 등을 언급하며 “ILO 핵심협약은 단순히 노동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통상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으며, 핵심협약 비준이 되지 않을 경우 EU 측의 다양한 비무역적 조치를 통한 압박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ILO 핵심 협약 비준은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일이며, 잠재된 통상 리스크를 해소하고 국익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안, 자세히 보면 비준이 아니라 역행”
“특수·하청·간접고용노동자 노동권 통째로 누락”
“특수·하청·간접고용노동자 노동권 통째로 누락”
한편, 이번에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마련한 관련법 개정안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10개월 동안 논의를 거쳐 마련된 안이다. 노사정 합의에 이르진 못했으나 노사가 추천한 전문가들이 권고한 최종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정부입법안을 마련했다는 게 임 차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상정해 국회에 제출한 관련 개정안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게 아니라 역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4일 성명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 하청·간접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이 통째로 누락되어 있고, 유럽연합이 한·EU FTA 13장 위반사항이라고 문제 제기하여 분쟁 대상이 된 2조 ‘근로자’ 정의에 관한 개정이 없어 통상문제의 불확실성 해소에도 역행하며, 비종사자 조합원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해고자의 ‘노조 할 권리’를 추가적으로 제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ILO 헌장(19조8항) 역진 금지 원칙에 반하여 직장 점거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 노동기본권은 후퇴시키는 내동이 포함돼 있으므로 ILO 핵심협약 비준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존에 국제사회로부터 지적받아 온 내용을 이번 ‘ILO 핵심협약 비준안’에 담는 대신 경영계의 요구를 받으면서 발생한 문제다. ILO 핵심협약 관련 비준안을 마련하면서 이를 다시 어기는 안을 마련한 셈이다. 이에 민주노총 등은 “ILO 협약은 노동기본권을 위한 최소한의 국제 기준으로 주고받기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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