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20년 7월 31일 금요일

고용보험, 특수고용직 말고도 사각지대는 또 있다


  • 기자명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0.07.31 11:27
  •  
  •  댓글 0


  •   

[전국민고용보험(4)] 제도적 사각지대 보호 방법(2)

정부가 지난 8일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선별적, 단계적 적용에 여전히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제도적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만이 아니다.

고용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된 중소영세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 65세 이상 취업자, 농림어업 영세사업자 및 노동자를 폐업·실업의 위기로부터 보호할 방법은?

“중소영세 자영업자, 임의가입에서 당연가입으로”

자영업자 5명 가운데 4명은 평소 직원 없이 혼자 운영하는 매우 영세한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은 점포 임대료 등의 비용을 자신이 부담해야 하므로 창업을 위해 가계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결과에 따르면, 상용직근로자는 소득 대비 부채가 연소득의 약 100% 수준인데, 자영업자는 약 150~200%에 달했다. 또, 2016년 기준 자영업자의 1인당 소득은 임금근로자의 60%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영업부진이 이어지면 자영업자 자신의 인건비조차 제대로 남지 않은 자영업자들이 허다하고, ‘자고 일어나면 음식점 간판이 바뀌고 주인이 바뀐다’고 말할 정도로 생존률이 낮아 실직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현행 고용보험법은 1인 자영업자나 50인 미만 노동자를 고용한 자영업자도 부동산임대업이나 적용제외 사업이 아니면 임의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2014년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단 1.6%였다. 1인 소상공인 기준으로 하면, 2019년 12월 기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05만 명에 달하는데, 고용보험에 가입한 1인 소상공인은 15,549명(0.38%)에 불과했다.

진보당은 자영업자도 고용보험법상 당연가입 대상으로 하고, 보험료는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합산해 부과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보험료 납부를 위한 소득파악이 쉽지 않다는 것과 당사자들의 보험료 부담 문제를 거론하며 고용보험 적용을 보류해야 한다고 일각의 주장에 대해 진보당은 “소득파악 문제는 국세청을 징수기관으로 바꾸고 이에 필요한 행정적 준비를 해야 하며, 영세자영업자에겐 보험료를 지원”하는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자영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프랜차이즈는 다른 접근을 제시했다.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보험료를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 가맹점주는 독립적 사용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기업인 가맹본부의 유통영업망에 종사하는 노동자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가맹본부를 점주에 대한 사실상의 사용자로 간주하고, 여기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자영업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폐업할 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고, 출산전후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도 받을 수 있다. OECD도 한국정부에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을 권고하고 있다.

“무급가족종사자도 임의가입 대상으로”

무급가족종사자야말로 고용안전망이 없다. 통계청은 ‘무급가족종사자’를 “자신에게 직접 수입이 오지 않더라도 자기 가구에서 경영하는 사업체나 농장의 수입을 높이는 데 (조사대상 주간에) 18시간 이상 도와준 자”라고 정의한다.

부부의 경우, 보통 한 명이 사업자등록을 하고 다른 한 명(배우자)은 무급가족종사자가 된다. 자기 이름으로 보수를 받는 것이 아니어서 현행법으로는 고용보험에 가입할 방법이 전혀 없다. OECD는 “무급가족종사자에 대한 명확한 법적 지위 확보를 통해 고용보험 수혜 범위를 확대해 시행할 것”도 한국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진보당은 “무급가족종사자의 대부분인 ‘자영업자의 배우자’부터 임의가입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무급가족종사자의 노동을 사회적으로 보호하려는 최초의 시도다.

민법 제830조 제2항 “부부의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은 부부의 공유로 추정한다”, 제262조 제2항 “공유자의 지분은 균등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의 취지에 따라, 무급가족종사자가 자신의 배우자(자영업자)의 어느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지를 신고하면, 신고 후로 그 사업에서 생긴 소득은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가 절반씩 얻은 것으로 간주하고, 그 절반씩의 소득액에 비례해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에게 각각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법(고용보험에 한함)을 제시한 것이다.

무급가족종사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하면 폐업 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무급가족종사자가 여성이면 출산전후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진보당은 “무급가족종사자를 임의가입 대상으로 해 고용보험 가입이 늘어나고 실제 수급사례들이 생기면, 배우자 외의 무급가족종사자의 가입 문제나 보험료 및 급여액 결정기준을 더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코로나19로 타격받은 화훼농가. 경기도 고양시의 한 화훼농가 선별장에서 출하를 앞둔 꽃들이 폐기되고 있다.
▲ 코로나19로 타격받은 화훼농가. 경기도 고양시의 한 화훼농가 선별장에서 출하를 앞둔 꽃들이 폐기되고 있다.

“65세 이상 취업자, 농림어업 영세사업자·노동자에게도 고용보험을”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65세 이상 취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2019년 11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총 786만 6천 명으로 그중 275만 5천 명이 일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고용보험법상 65세 이상 취업자는 65세 이전에 고용보험을 가입한 뒤 비자발적으로 퇴사하거나 폐업할 때만 실업급여 지급대상이 된다. 65세 이상이 근로자로 신규 채용되거나 개업한 경우엔 아예 실업급여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노인 경제활동 참가율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실업급여 적용제외 연령 또한 현행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 사각지대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농림어업의 경우, 법인 사업자와 상시 5명 이상 고용 사업자는 고용보험에 ‘임의가입’할 수 있다. 반면, 법인이 아니거나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의 경우 고용보험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돼 이농하고 다른 직업을 찾고자 할 땐 보호받을 방법이 없다. 영세 사업주에게 고용된 농림어업노동자들 역시 계절노동이거나 파종기나 수확기에 단기간 이루어지는 일용노동일 때가 많아 불안정한 고용에 놓여있지만 실업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진보당은 “농림어업인도 고용보험 당연가입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자영업자와 달리 농림어업인은 소득기준과 보험료 산정 등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우선 현재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하는 기준보수 7등급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고, 미선택시 최저등급을 선택한 것으로 보며, 고용보험위원회가 당연가입 대상 확대와 소득파악률 제고 방안, 형평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한 후속 논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농림어업인의 소득은 연중 1회 수확기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농림어업인의 보험료 납부는 월납이 아닌 연납으로 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고용보험법’을 ‘노동보험법’으로!

이렇게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없애 ‘일하는 모든 사람’이 고용보험 체계 내로 들어오면 가입 즉시 고용보험 수급자격을 갖게 해 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시기에, 지금처럼 고용보험 가입 후 180일 동안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요건을 그대로 적용하면 가입의 실효성을 떨어트릴 뿐 아니라, 가입률이 오르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법 시행 후 6개월 동안 신규 가입하는 저소득 특수고용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농림어업인에 대해서는 피보험 단위 기간 요건이 충족된 것으로 간주하고, 국가가 신규 가입한 피보험자들에게 6개월 동안 보험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고용보험에 당연가입 하도록 법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진보당.

‘고용된 노동자’ 뿐만 아니라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고용계약을 맺은 근로자가 대상이 되는 것으로 비춰지는 ‘고용보험법’의 제목을 ‘노동보험법’으로 바꿔, 노동의 형태와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들’을 모두 포괄하는 법으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도 덧붙였다. (계속)

코로나19 재난이 가져온 경제위기와 고용불안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이 국민적 화두를 넘어 시대적 과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고용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고용 취약계층을 포함해 모든 일하는 사람을 실업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의 ‘전 국민 고용보험’. 현재 고용보험 현황을 짚어보고 제대로 된 ‘전 국민 고용보험’ 실현을 위한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

1) 고용안전망 무엇이 있나?
2)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사람들
3) 제도적 사각지대 보호 방법(1)
4) 제도적 사각지대 보호 방법(2)
5) 새로운 고용환경에 맞는 고용보험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