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우 / 언론사회학 박사
19. 북의 대남 공세 속 언론보도와 국보법, 한미동맹
북한이 대남군사행동방침을 유보한다고 밝힌 뒤 한미정치권과 국내 언론 등은 북미회담이 오는 10월 경 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겠나 하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머잖아 호전되는가 하는 감을 주었으나 북측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 대화 불가, 남측의 중재 역할 비판’ 발언을 하면서 머쓱해진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국내에서 고전을 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을 통한 정치적 승부수를 띠울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물론 북미정상회담이 완전 불가능하다고 까지 말할 수 없겠지만 정치 공학적 발상에 따라 여론이 춤을 추는 것은 볼썽 사납다.
북측이 최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대남 전단을 대량으로 살포하겠다는 등 남측에 대한 비판과 공세를 가하면서 과정에서 국내 대중매체는 미국이나 남북한 정부당국의 발표를 전달하거나 그 과정에서 보도 경쟁이 벌이지면서 당사국들이 쏟아내는 ‘말 폭탄’ 정보를 중계하느라 바빴다. 미국에 나가 있는 대중매체 특파원들은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뒤지거나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또는 미 군사전문가들의 관련 견해를 보도하는데 열중한다.
대중매체는 차분하게 이번 사태의 원인과 향후 대책 등에 대해서 심층보도 하기 보다 새로운 이슈를 뒤쫓는데 바쁜 경마식 보도, 상업주의적 보도에 매몰되는 체질화된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특히 공공성과 공익성을 강조하는 공영매체나 비슷한 노선을 주장하는 매체들도 한반도 관련 이슈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 궁금증을 해소하는 진지한 노력이 매우 미흡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KBS가 최근 경영난을 이유로 수신료 인상을 고려한다고 밝혔는데 한반도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남북 문제 등에 대해 공영언론다운 보도를 하고 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북한이 최근 청와대를 맹비난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동안 남측정부, 학계, 관변단체나 시민사회에서 제기된 견해는 주로 미국의 지나친 간섭과 방해를 지적한 것들이었고 언론은 이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러나 봇물처럼 쏟아진 미국에 대한 쓴 소리가 실천 가능한 것인지를 따져보는 언론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남측 정치권과 언론이 진지하게 한미관계 등에 대해 성찰하고 문제점을 짚어보기는커녕 남북관계보다 국내 정치에서 여권의 입장을 강화시켜주는 식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어 미국에 대한 볼멘소리와 시정 요구에 대한 후속 보도가 이어질지 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나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등에서 미국이 고자세를 취하고 한국 정부가 방어적인 것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국제정치는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미국이 남북한에 대해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그만큼 막강하기 때문이다. 정치, 군사, 외교, 문화 등 다 방면에 걸쳐 미국은 강대국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그 이전 미국 대통령들도 이라크 침공 등에서 보듯 국제 무법자와 같은 짓을 했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국이 대단히 주도면밀한 기획을 하지 않으면 미국이 향후 남북관계를 훼방 놓지 못하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
이런 부정적인 전망을 하게 되는 이유를 좀 더 깊이 살피면, 미국이 남한에 대한 간섭하고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여러 개이고 대단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비유하면 고래 심줄처럼 질기고 그물망처럼 촘촘하다 할 것이다. 미국이 남한에 대해 군사, 경제, 정치 등 전 방위적으로 간여하고 제동을 걸거나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한미간 조약과 각종 협정, 수많은 협의체 등 공적인 것 외에 친미인사들을 통한 유무형의 압력과 영향력 행사 등이다. 그 가운데 군사적인 것은 남북한에 직접적, 즉발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유엔군과 한미연합사 사령관을 겸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필요에 따라 유엔, 한미워킹그룹 등을 앞세워 남북교류에 제동을 걸거나 툭하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카드를 내미는데 이는 한반도에서 미국이 막강한 슈퍼 갑의 위치를 지속할 수 있는 조약, 협정 등 공식적인 것과 비공식적인 여러 장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뿐 아니다. 미국의 대북 제재에는 거기에 관여하는 기업, 관련 인사 개개인에 대해 보복을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미국 국내법도 포함된다. 이런 점을 십분 고려해서 미국이 꼼짝 못하고 신경을 쓸 묘책을 내놓아야 한다. 거기에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필리핀과 미국의 군사동맹 수준으로 정상화 시키는 것이 포함된다.
미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 등을 빌미로 남한을 교두보로 삼아 대북 선제공격까지 할 수 있는 카드를 휘두르면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비합리적인 방향으로 치닫는 역기능적 측면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같은 유엔 회원국 자격을 유지하는 국가대 국가 간의 위상이 보장되지 않는 한미군사동맹은 자칫 동북아를 파국으로 몰아넣을 도화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주권자인 국민이 알아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수십 년간 국가보안법이 한미동맹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친북으로 몰아간 탓으로 한미동맹의 문제점이 공론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사태에서 확인되듯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한미군사관계는 그 모순이 비대해지면서 정상화할 필요가 커졌다.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하고 특히 대중매체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 쪽으로 심각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화 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KBS, MBC, 연합뉴스 등 공영언론에서 한미 군사동맹을, 필리핀과 일본이 미국과 맺고 있는 군사동맹을 단순 비교만 해도 그 모순이 들어날 터인데 지금껏 그런 보도를 한 사례가 발견되지 않는다. 특파원들이 이들 국가에 상주하고 있으니 힘들 것도 없을 것이다.
국내 언론은 이번은 물론 과거 한반도 사태에 대해 제 3자적 또는 객관적 입장에서 한반도 또는 북미관계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내놓은 적이 거의 없다. 남북한과 미국이 지난 수년간 한반도 비핵화와 교류협력을 놓고 각각 어떤 태도를 취해왔는지, 이런 사태의 원인과 그 해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층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보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왜 이럴까. 과거에도 그랬지만 최근의 대중매체의 한반도 관련 보도는 국가보안법과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기는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매체가 지난 수십 년간 갇혀 있으면서도 오늘날 별로 불편해 하지 않는 좁은 공간 안에서의 제한된 보도만 반복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긴장상태가 고조되면 당사국들은 대부분 심리전 차원의 정보를 남발하게 되는데, 심리전의 목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을 겁박해 항복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대중매체가 보도할 경우 사실관계 확인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그래야 언론 소비자들이 혼란에 빠지거나 전쟁공포에 시달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안타깝다. 대중매체간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남북 긴장상태나 미국의 대북 적대적 태도에 대해서도 선정적 보도가 춤을 춘다. 더 쌔거나 격렬하고 자극적인 그런 메시지를 찾거나 그런 식으로 가공된 기사 또는 기자나 언론사의 추리나 추정이 활자화되어 전파된다. 예를 들면 중앙일보는 지난 21일 “[단독] 이래서 文 욕했나..시진핑, 北에 식량 80만t 보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중국이 최근 경제난과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에 쌀 60만t과 옥수수 20만t 등 약 80만t의 식량을 지원했으며 북한은 지난해 6월 한국이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식량 5만t을 거절한 적이 있다는 사실 등을 보도하면서 제목으로 남북한을 흠집 내는 내용을 내보냈다.
위와 같은 기사 작성은 언론의 자유에 속한다 해도 상상력이 특정 방향으로 과도하게 쏠린 것이란 비판을 자초한다. 이런 식의 보도 태도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 국보법이나 공안당국의 매서운 눈초리를 의식하거나 그쪽의 주문을 받아서 해왔던 보도 형식의 하나였다. 기자가 북한에 대해 기사를 쓰지만 북한을 고무찬양 동조하는 것이 아니고 북한을 해롭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자위조치의 하나였다.
오늘날 북한 관련 기사가 대부분 “~으로 보인다.” “~으로 추정된다.” “~ 노림수로 해석된다.”라는 식으로 비트는 기사 형식이 일반적인 것도 바로 국보법의 폐해가 언론의 적폐로 남아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대중매체를 통해 이런 식의 보도를 접하는 언론소비자들은 북한에 대한 보도를 통해 북한에 대한 불신과 이질감이 커질 뿐이다. 언론이 대북 보도에서 공정성과 공익성을 앞세운 사회의 목탁이나 소금과 같은 보도를 하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왜 이럴까? 역시 국보법과 한미동맹의 구속력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보법과 언론
우선 국보법에 대해 살펴보자. 대중매체는 어느 나라든 전시 상태에서는 국가의 검열을 받는다. 전쟁에서 적국을 이기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언론이 징발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남북 분단이 장기화되고 국보법이 상시적으로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장를 통제하면서 대중매체는 남북관련 보도 시 전시 상태의 징발된 언론과 유사한 보도를 타율에 의해 또는 자율적으로 반복해 왔다. 대중매체는 남측 정부의 대북 선전 홍보기구로 활용된 측면이 많았다.
북측의 언론은 자본주의의 그것과 판이해서 정부의 한 기구이기 때문에 정부의 선전홍보 기구라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말할 것도 없다. 남측 언론은 언론자유,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 하지만 남측 정부가 공개하거나 언론에 제공한 북측 관련 정보는 상당부분이 심리전 차원의 것이었다. 국정원 같은 공안기구는 박근혜 정권 시절에도 대북 심리전을 목표로 한 자료를 보도 자료로 기자들에게 뿌리기도 했다.
남북 분단과 대치가 활동무대인 공안기구가 제공한 대북 자료는 대중매체의 기사 요건과는 거리가 먼 것이지만 대중매체는 그것을 액면 그대로 보도하는데 익숙하다. 독재시절 통제 받던 언론의 부정적 측면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남북문제 보도에서 군부독재 시절 남측 정부의 보도지침과 함께 멸공작전에 동참한다는 전시언론의 분위기 속에서 보도를 해왔던 세월이 길었다. 국보법은 북한을 반드시 궤멸시켜야 할 존재로 규정하면서, 누구나 북에 대해 방안에서 혼자 상상하고 낙서만 해도 찬양고무, 동조로 잡아가두고 패가망신을 강요했다.
이러니 북한의 움직임은 도발이고 그곳에 대한 추정은 파괴적, 악마적일 수밖에 없다. 북측이 개성공단의 남북협력의 상징인 건물을 폭파하자 대부분의 언론의 추정기사는 결국 군사적 대남 도발이라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개성공단 건물 폭파는 북한의 영역 안에서 벌어진 것이지만 남측에 대해 적대적 군사 조치가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게 만들었다. 정보화 시대라서 그 장면이 남측에 신속하게 전달되어 공포와 두려움을 일이키기에 충분했다. 북측의 심리전 작전이 대성공을 거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국내외에서 한국의 언론자유를 말할 때 국보법이 장애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거나 이 법으로 부터 해방되고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촛불혁명이후에도 여전하다. 이런 대중매체가 언론 소비자에게 공정, 공익적 보도를 할 수 있을 것인가는 대단히 의심스럽다. 한반도 관련 보도는 기레기 언론이라는 손가락질을 면키 어렵다. 오늘날 문재인 정권에서도 집권세력, 대중매체나 언론인들이 국보법을 불편해 하거나 그 문제점에 대해서 침묵하는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한미동맹과 언론
다음은 한미동맹이다. 지난 70 여 년간 국가보안법의 지배를 받은 대중매체는 한반도 안보와 북한을 괴멸시키는데 한미동맹이 절대 필요하다는 논리의 포로가 되어 있다. 이른바 진보 매체조차 대부분 이런 논리의 틀에 갇혀 있다. 군사주권 차원에서 남한은 미국의 군사 식민지와 유사한 상황이지만 이를 문제 삼는 경우가 거의 없다. 미국이 슈퍼갑인 군사관계의 구조는 절대 문제 삼지 않으면서 지극히 지엽적인 것들만 건드린다. 예를 들면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를 5배나 인상하자고 하고 미국의 전략무기에 대해서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요구를 할 경우 이런 미국의 비상식적인 요구의 뿌리가 어디인지 언급치 않는다. 그것은 한미동맹관계의 핵심 사항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는 미국이 한반도에 군사력을 배치하는 것을 권리(right)로 규정해 놓고 이 4조의 부속협정으로, 주한미군의 기지와 시설비용을 한국이 부담토록 SOFA를 만들었다. SOFA에 따르면 주한미군 주둔 비는 미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한국이 이를 부담하도록 만들기 위해 S0FA의 예외규정으로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SMA)를 만들었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동북아전략 수행에 기여하는 것으로 공인되어 있지만 한국이 몽땅 부담을 지는 SOFA와 SMA가 왜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를 따지는 언론이 없다. 이는 필리핀과 일본이 미국과 맺은 방위협정이나 조약과 비교하면 한미군사동맹이 얼마나 심각한 불평등 조약인지 자명해진다. 그러나 필리핀과 일본의 경우를 한국과 비교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
촛불혁명 뒤 고고도방위미사일체계, 사드 문제가 여전히 시끄럽지만 문재인 정권이나 대중매체 모두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해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미국에 보장된 권리(right)를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치 않는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사드의 국회비준을 추진한다는 등의 논리에도 맞지 않는 공약을 한 뒤 집권 뒤 입을 다물고 있는데 이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대중매체도 마찬가지다. 같이 침묵하면서 기레기 언론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그것은 국보법도 그 이유의 하나이다. 미국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나 비판도 한미동맹을 약화시킨다거나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식의 국보법 논리에 겁박당한 결과라 하겠다. 국내에서는 미국의 참전이 6.25 한국전쟁에서 적화통일을 막아준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점에서 한미동맹을 비판하거나 비우호적인 태도로 보도하는 것은 국보법에 저촉된다는 식의 강압적 분위기가 냉전시대 내내 지속되었고 그 후유증은 여전하다.
북측이 최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남측을 향해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식의 말 폭탄을 쏟아내자 미국은 한미연합훈련 재개 및 전략자산 전개 등을 통한 효과적인 연합 방위 능력 보장 등을 위해 한국과 지속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고 국내 언론도 이를 크게 보도하고 있다<연합뉴스 2020년 6월 20일>.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국이 한국 영토 내에서 대북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을 언급한다는 점이다. 이런 미국의 태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이 북한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전략을 수립했다는 것을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하려면 남한을 전진기지로 삼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남한이 주권국의 입장에서 미국의 육해공군 병력의 주둔을 허용하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만약 한국이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과 그 후속 군사작전을 가능케 하는 미군사력의 남한 배치를 불허하면 미국은 대북 선제공격 전략을 수행하기 어렵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할 경우 미국은 수십만 명의 육상병력과 수백 척의 군함, 1천 여기의 군용기를 한국이나 가까운 일본에 미리 배치해서 북한의 주한미군 공격 등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침공을 준비하기 위해 군사력을 남한에 배치하려면 남한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런 형편인데도 미국은 왜 한반도 군사 긴장상태만 되면 군사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조치를 먼저 언급하는 것일까. 국제법에 의해, 한국이 군사적 자주권을 행사한다면 미국보다 먼저 언급하는 것이 정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갑이고 한국이 을인 군사적 현상이 고착되어 있고 그것이 반복되는 것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어떤 식으로 볼 것인가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미국이 한국을 무시하는 군사적 행동 을 반북하는 관행의 기본 뿌리는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다. 이 조약에 의해 미국은 자국 군사력을 한반도에 배치할 권리(right)를 행사할 수 있고 대북 선제공격 전략도 이 조약에 의해 뒷받침되는 것이다.
최근 전개되고 있는 남북한 간 긴장고조의 이유는 한반도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 남한이 미국의 종속변수의 역할을 탈피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좁혀지고 있다. 남북 정상 간에서 판문점과 평양합의 등으로 교류협력의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에 걸려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 향후 특별한 계기가 없을 경우 미 대선이후에도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한국이 자주적 공간을 확장시키거나 독립적 변수의 역할을 하기는 힘든 것으로 북한이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주한미군 방위비 문제에서 미국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만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튼다는 전략이어서 남북정상간 합의는 거의 실천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미국은 공군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 등 특수정찰기 등 각종 전략자산을 지난 5월 들어 거의 격일 간격으로 한반도 주변에 출동시켰다< 뉴스1. 2020년 5월 17일>. 미국의 이런 조처는 남북 정상간 합의나 남북한 간의 9.19군사합의 등을 무력화시키는 실질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대중매체는 남북한과 미국과의 관계나 여러 조치 등에 대해 언론소비자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보도하지 않는다. 대부분 주변부를 훑는 식의 변죽만 울리는 것이다. 왜 이럴까. 결국 미국을 비판하는 것은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국보법 논리가 대중매체와 학계, 통일운동 시민사회, 국내 정치권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반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태를 보면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구도가 더 이상 작동하지 못할 만큼 그 내부 모순이 심화된 결과로 보인다. 남북한이 전쟁은 절대 안 된다면서 교류협력을 통한 평화통일의 대원칙에 동의했지만 남측의 경우 국보법 때문에 대북 교류협력은 집권 세력 특히 대통령의 의중만이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주권자인 국민은 대북 교류협력에서 그 역할이 국보법에 의해 제한되고 협소한 상황이다. 시민사회의 각성과 그 동원력이 촛불혁명을 가능케 할 정도가 되었지만 국보법은 국민을 여전히 사회주의 사상에 취약하고 그것에 오염될 가능성이 큰 존재로 규정되고 있어 남북교류협력의 주체로 공인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시민사회의 높은 의식화 수준과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한미군사 동맹의 경우 필리핀과 일본이 미국과 맺고 있는 군사동맹과 비교하면 얼마나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불평등한 조약인지 금방 들어난다. 이에 대해 국내 어느 언론도 한미동맹의 정상화를 위해 해외 사례와 비교하는 식의 보도를 한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트럼프는 주한미군 방위비를 터무니없이 올려달라는 행패를 부리고 미국의 전략무기에 대해서도 한국이 그 비용을 올려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목적이 더 큰 것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이에 대항할 무기 체계를 배치하거나 합동군사훈련을 통해 미국 사드의 한국 기지를 격파할 훈련을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중 경제관계를 볼 때 중국이 수년전 사드 관련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한 것을 되돌아보면 한국이 군사적인 면에서 자주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 결과는 비참할 것이다. 남북교류협력이나 평화통일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국내 대중매체가 진정으로 제 4부의 역할을 자임한다면 국보법과 한미동맹으로 빚어진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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