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철도 민영화의 상징, SR
철학자 푸코는 어떤 욕망이 있다고 이미 전제하고 조작해둔 것이 법이나 권력이라는 설명을 통해 모델화 되었다고 말했다. 한국철도에서 푸코의 말과 정확히 대응하는 것은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 바로 SR이다.
SR이 한국사회에 등장했던 과정은 자본주의 경제가 끊임없이 형태를 달리하며 철도 산업의 흥망성쇠와 결합했던 역사였다. 근대초기 철도는 한 국가의 국제 경제적 지위를 결정짓는 요소였다. 철강 산업, 기계공학, 토목공학, 석탄, 석유, 전력, 생산, 유통, 군사력에 이르기까지 철도는 이 모든 것을 지탱하고 부양하는 주요한 인프라였다. 근대국가체계에서 철도 건설의 주체가 누구였는지는 향후 그 국가의 운명을 보여주는 바로 미터였다.
1, 2차 세계전쟁 이후 세계 경제가 대 호황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이동수단으로서의 철도는 우월적 지위를 도로에 양보했다. 자동차는 세계를 뒤덮으며 빠르게 철도 이용객을 흡수 했다. 이런 경향이 가속화 될수록 도로망은 더 광범위하고 촘촘하게 확산되었다. 덩달아 자동차 보급량이 증가하는 순환구조가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철도는 해가 갈수록 수송분담률이 하락했다. 문제는 거대 시설 인프라인 철도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국가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변함이 없는데 수익은 줄어들어 정부 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골치 덩이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문제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철도 운영국이 안게 된 딜레마였다.
세계 여러 나라는 나름대로의 처방으로 철도 산업에 닥친 위기를 해소 하려고 나섰다. 이 가운데 가장 심각했던 나라가 영국이다. 대처리즘이란 주사제가 철도에 주입됐다. 주사제 성분구성은 신자유주의 핵심 약물인 "작은 정부, 민영화, 경쟁"이었다. 대처 정부는 철도노조와 야당인 노동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영화를 밀어 붙였다. 그 결과 시설과 운영이 분리되었고 노선 경쟁 입찰에 승리한 28개의 프랜차이즈 철도회사가 영국 땅을 달리고 있다. 철도 민영화 추진 당시 영국 시민들의 여론은 방만한 철도가 개혁된다면 민영화를 찬성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영국 시민들은 대처와 관료들에 속았다고 분개하며 연례행사처럼 유럽에서 가장 높은 철도 요금 인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 이야기를 꺼낸 것은 국토부가 추진해왔던 한국철도 정책이 영국과 빼 닮았기 때문이다. 새로 건설되는 GTX 노선들도 건설사나 금융사의 컨서시움이 운영권을 얻었거나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미 개통되었거나 앞으로 건설될 수많은 민자 철도는 국토부가 주도했거나 승인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사업들이다. 이 같은 정책의 일관성은 이미 20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다.
2012년 수서발 고속철도 민영화 추진과 박근혜 정권의 2013년 SR 출범 일등 공신은 현 국토부 김경욱 차관이다. 김차관은 철도공사의 비효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경쟁체제를 통해 철도공사의 경영효율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충정에 가득한 얼굴로 철도 적자의 심각성과 철도공사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한다. 이런 모습은 20년 전 철도 민영화를 추진했던 국토부(당시 건교부)철도 담당자들의 모습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20년 전에도 철도 적자는 심각한 문제였다. 강력한 구조조정 등 경영 개선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실정에서 철도 민영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었다. 문제는 관료들이 철도 적자를 보는 관점의 문제이다. 철도 적자는 전 세계적으로 철도 산업이 처한 문제였다. 특히 한국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구현은 커녕 만성적인 투자 부족으로 방치 상태에 머물렀던 철도였다. 또 이런 현실을 불러온 가장 책임 있는 주체 중의 하나는 국토부였다.
관료들은 한 결 같이 철도 적자를 도덕적 문제로 치환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철도 적자는 철도공사(철도청)의 무능 경영과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강성 귀족노조 탓으로 돌린다. 결국 국토부 관료들이 생각하는 철도 개혁은 경영혁신과 기강확립, 노조 무력화를 통해 가능한 것이 된다. 철도공사가 수 십 년 운행한 낡은 차량을 대체하기 위해들인 신차 구입비용마저 철도 적자라는 악성 바이러스 요소로 수치화하는 국토부다. 구조적 문제인 철도 적자가 국토부라는 필터를 거치면 선악의 문제로 둔갑한다.
국토부 입장에서는 골치덩이 철도 공사와 대비 되는 이상향이 필요했다. 요금도 저렴하며 수익 창출도 되는 비교 대상이 생기면 무능한 철도공사는 얼마든지 "악마화"라는 상징계에 가둬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신설되는 61 킬로미터 짜리 강남연결 고속선은 국토부의 욕망을 실현하는 중요한 장치가 되었다. 그러나 구름 위 유토피아 구현을 위해 땅 위의 현실에선 온갖 파행을 자행하게 된다.
철도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자 강점인 네트워크의 완결성을 무너뜨렸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국정지침과 무관하게 수서발 고속열차 만큼은 포항, 창원, 전주, 여수 같은 도시에 직통으로 닿을 수 없다. 10%의 효율성을 증명하기 위해 90%의 손실을 눈감고도 있다. 통합 운영으로 열차 운영 효율성이 증가해 3만 석에 가까운 좌석 공급을 늘릴 수 있다. 10량 고속열차 12편성 이상을 구매하는 효과로 4천 억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 할 수 있다. 게다가 회사 설립과정에서 사옥을 임대 한다, 광고선전을 하고 CI를 만든다, 별도 시스템을 구축 한다는 법석을 떨면서 발생한 중복 비용이 260억 여 원에 이른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단물 빨아먹기"의 전형이다. 수익이 보장된 고속선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SR의 성공이 철도공사의 무능을 보여주고 경쟁체제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말하는 국토부 관료들이나 학자들에게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국민 중 아무나 추첨해 1년 한시적으로 SR사장으로 영입하자. 만약 새 사장이 전년 보다 부진한 성과를 내놓으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
SR은 완결된 철도 회사라고 볼 수도 없다. 차량정비, 시설유지보수, 객실승무, 청소 등 열차 운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일은 철도공사나 철도공사의 자회사에 위탁 한 채 운영된다.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일이다. SR은 국토부가 만든 '쇼윈도' 철도 회사에 불과하다.
한국 철도는 국토부가 억지로 세워놓은 마네킹인 경쟁체제 놀음에 놀아날 처지가 아니다. 지구 환경 문제에 대응하고 남북철도 연결, 대륙철도 개척의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있다. 철도 산업과 연계된 신기술 개발과 국제 경쟁력 확보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산적한 과제들은 외면한 채 빈곤한 철학 속에 갇힌 관료들의 놀음에 언제까지 휘둘려야 하는가?
SR이 한국사회에 등장했던 과정은 자본주의 경제가 끊임없이 형태를 달리하며 철도 산업의 흥망성쇠와 결합했던 역사였다. 근대초기 철도는 한 국가의 국제 경제적 지위를 결정짓는 요소였다. 철강 산업, 기계공학, 토목공학, 석탄, 석유, 전력, 생산, 유통, 군사력에 이르기까지 철도는 이 모든 것을 지탱하고 부양하는 주요한 인프라였다. 근대국가체계에서 철도 건설의 주체가 누구였는지는 향후 그 국가의 운명을 보여주는 바로 미터였다.
1, 2차 세계전쟁 이후 세계 경제가 대 호황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이동수단으로서의 철도는 우월적 지위를 도로에 양보했다. 자동차는 세계를 뒤덮으며 빠르게 철도 이용객을 흡수 했다. 이런 경향이 가속화 될수록 도로망은 더 광범위하고 촘촘하게 확산되었다. 덩달아 자동차 보급량이 증가하는 순환구조가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철도는 해가 갈수록 수송분담률이 하락했다. 문제는 거대 시설 인프라인 철도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국가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변함이 없는데 수익은 줄어들어 정부 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골치 덩이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문제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철도 운영국이 안게 된 딜레마였다.
세계 여러 나라는 나름대로의 처방으로 철도 산업에 닥친 위기를 해소 하려고 나섰다. 이 가운데 가장 심각했던 나라가 영국이다. 대처리즘이란 주사제가 철도에 주입됐다. 주사제 성분구성은 신자유주의 핵심 약물인 "작은 정부, 민영화, 경쟁"이었다. 대처 정부는 철도노조와 야당인 노동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영화를 밀어 붙였다. 그 결과 시설과 운영이 분리되었고 노선 경쟁 입찰에 승리한 28개의 프랜차이즈 철도회사가 영국 땅을 달리고 있다. 철도 민영화 추진 당시 영국 시민들의 여론은 방만한 철도가 개혁된다면 민영화를 찬성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영국 시민들은 대처와 관료들에 속았다고 분개하며 연례행사처럼 유럽에서 가장 높은 철도 요금 인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 이야기를 꺼낸 것은 국토부가 추진해왔던 한국철도 정책이 영국과 빼 닮았기 때문이다. 새로 건설되는 GTX 노선들도 건설사나 금융사의 컨서시움이 운영권을 얻었거나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미 개통되었거나 앞으로 건설될 수많은 민자 철도는 국토부가 주도했거나 승인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사업들이다. 이 같은 정책의 일관성은 이미 20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다.
2012년 수서발 고속철도 민영화 추진과 박근혜 정권의 2013년 SR 출범 일등 공신은 현 국토부 김경욱 차관이다. 김차관은 철도공사의 비효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경쟁체제를 통해 철도공사의 경영효율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충정에 가득한 얼굴로 철도 적자의 심각성과 철도공사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한다. 이런 모습은 20년 전 철도 민영화를 추진했던 국토부(당시 건교부)철도 담당자들의 모습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20년 전에도 철도 적자는 심각한 문제였다. 강력한 구조조정 등 경영 개선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실정에서 철도 민영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었다. 문제는 관료들이 철도 적자를 보는 관점의 문제이다. 철도 적자는 전 세계적으로 철도 산업이 처한 문제였다. 특히 한국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구현은 커녕 만성적인 투자 부족으로 방치 상태에 머물렀던 철도였다. 또 이런 현실을 불러온 가장 책임 있는 주체 중의 하나는 국토부였다.
관료들은 한 결 같이 철도 적자를 도덕적 문제로 치환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철도 적자는 철도공사(철도청)의 무능 경영과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강성 귀족노조 탓으로 돌린다. 결국 국토부 관료들이 생각하는 철도 개혁은 경영혁신과 기강확립, 노조 무력화를 통해 가능한 것이 된다. 철도공사가 수 십 년 운행한 낡은 차량을 대체하기 위해들인 신차 구입비용마저 철도 적자라는 악성 바이러스 요소로 수치화하는 국토부다. 구조적 문제인 철도 적자가 국토부라는 필터를 거치면 선악의 문제로 둔갑한다.
국토부 입장에서는 골치덩이 철도 공사와 대비 되는 이상향이 필요했다. 요금도 저렴하며 수익 창출도 되는 비교 대상이 생기면 무능한 철도공사는 얼마든지 "악마화"라는 상징계에 가둬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신설되는 61 킬로미터 짜리 강남연결 고속선은 국토부의 욕망을 실현하는 중요한 장치가 되었다. 그러나 구름 위 유토피아 구현을 위해 땅 위의 현실에선 온갖 파행을 자행하게 된다.
철도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자 강점인 네트워크의 완결성을 무너뜨렸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국정지침과 무관하게 수서발 고속열차 만큼은 포항, 창원, 전주, 여수 같은 도시에 직통으로 닿을 수 없다. 10%의 효율성을 증명하기 위해 90%의 손실을 눈감고도 있다. 통합 운영으로 열차 운영 효율성이 증가해 3만 석에 가까운 좌석 공급을 늘릴 수 있다. 10량 고속열차 12편성 이상을 구매하는 효과로 4천 억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 할 수 있다. 게다가 회사 설립과정에서 사옥을 임대 한다, 광고선전을 하고 CI를 만든다, 별도 시스템을 구축 한다는 법석을 떨면서 발생한 중복 비용이 260억 여 원에 이른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단물 빨아먹기"의 전형이다. 수익이 보장된 고속선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SR의 성공이 철도공사의 무능을 보여주고 경쟁체제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말하는 국토부 관료들이나 학자들에게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국민 중 아무나 추첨해 1년 한시적으로 SR사장으로 영입하자. 만약 새 사장이 전년 보다 부진한 성과를 내놓으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
SR은 완결된 철도 회사라고 볼 수도 없다. 차량정비, 시설유지보수, 객실승무, 청소 등 열차 운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일은 철도공사나 철도공사의 자회사에 위탁 한 채 운영된다.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일이다. SR은 국토부가 만든 '쇼윈도' 철도 회사에 불과하다.
한국 철도는 국토부가 억지로 세워놓은 마네킹인 경쟁체제 놀음에 놀아날 처지가 아니다. 지구 환경 문제에 대응하고 남북철도 연결, 대륙철도 개척의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있다. 철도 산업과 연계된 신기술 개발과 국제 경쟁력 확보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산적한 과제들은 외면한 채 빈곤한 철학 속에 갇힌 관료들의 놀음에 언제까지 휘둘려야 하는가?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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