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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15일 금요일

'남북 대결' MB·박근혜 때보다 국방비 더 올리겠다니

19.11.16 11:39l최종 업데이트 19.11.16 11:39l


업무보고하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8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19.10.18
▲ 업무보고하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월 18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금 국회에서 2020년도 국방예산(안)을 심의 중이다. 내년 국방예산은 50조1527억 원(일반회계)으로 올해보다 7.4%(금액은 3조4556억 원)가 오른 금액으로 책정됐다. 2019년 8.2% 증가에 이어 2년 연속 대폭적인 증가다.

지난 10월 22일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우리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강한 안보입니다. 지금 우리의 안보 중점은 대북억지력이지만, 언젠가 통일이 된다 해도 열강 속에서 당당한 주권국가가 되기 위해선 강한 안보능력을 갖춰야 합니다"라면서 내년 국방예산 대폭 증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한 군사력에 대한 대통령의 잘못된 신념

대북 억제가 지금 우리의 안보 중점이라는 인식은 문 대통령이 잘못된 '억제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북한에 견딜 수 없는 보복응징을 위협함으로써 북한의 공격(도발)을 사전에 단념시킨다는 억제론은 되레 북한의 반발을 불러 군비경쟁과 첨예한 대결을 자초했다.

한반도에서 핵 대결이 2018년 봄 극적으로 멈춘 것은 남한의 강한 군사력에 북한이 굴복한 결과가 아니라 대화의 힘 때문이었다. 즉 억제론을 버리고 북한의 체제안보를 인정하고 북한과 대화로 선회하였기 때문에 비로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남북이, 북미가 합의할 수 있었다.

군사력이 아닌 대화가 평화를 가져온다는 것은 다름 아닌 문 대통령의 말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6월 13일 스웨덴 의회에서 "남북 간의 평화를 궁극적으로 지켜주는 것은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입니다. 서로의 체제는 존중되어야 하고 보장받아야 합니다"라고 역설했다.

대북 억제를 위해서 국방비를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는 문 대통령의 사고는 남과 북이 다시 힘 대 힘의 대결을 펼쳤던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것과 같다. 한국이 당당한 주권국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강한 군사력이 아니다.

군사력으로 따지면 한국은 세계에서 10대 군사대국이며 현재도 당당한 주권국가다. 어엿한 주권국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미국에게 양도된 전시작전통제권을 하루빨리 환수하는 것이다. 강한 군사능력을 갖춰야 당당한 주권국가가 될 수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고는 세계가 기본적으로 군사력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현실인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런 현실인식은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우리가 군사강국에게 지배되는 것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약소국들에 대해 우리나라가 군림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할 위험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6월 12일 오슬로 방문 때 "'평화란 힘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평화는 오직 이해에 의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통찰이 우리 모두에게 새겨지길 간절히 바랍니다"고 연설했다.

당당한 주권국가란 상대를 공격하거나 위협할 수 있는 군사력을 추구하지 않고 다른 나라와의 문제를 군사력이 아닌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풀어나가는 나라일 것이다. 상대를 위압하는 강한 군사력을 추구하는 나라는 패권국가는 될지언정 당당한 주권국가는 될 수 없다.

한반도 정세와 거꾸로 가는 내년 국방예산

남북 대결이 최고조에 달했던 이명박 및 박근혜 정부 때의 국방비 평균증가율은 각각 5.2%와 4.1%다. 북과 종전 선언을 추진하고, 군사적 신뢰구축에 합의한 문재인 정부가 국방비를 남북대결이 극심했던 이전 정권보다 훨씬 높이, 7.4%나 올린다면 누가 이를 이해하겠는가. 국방비 증가의 내역을 보면 내년 국방비 증가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과의 신뢰구축을 위해 키리졸브연습이나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 등을 중지하기로 했는데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작전상황연습(한미연합연습이 중심) 예산은 299억 원으로 올해 188억 원보다 크게 오른다. 무엇보다 2020년 무기도입비(방위력개선비)는 전년보다 무려 8.6%가 오른다. 무기도입비 중에서도 북한을 선제타격하는 무기체계들인 핵·WMD 대응체계 예산(6조5608억 원)은 2019년보다 무려 29.4%(1조4917억 원)나 급등한다. 핵·WMD 대응체계란 3축체계(킬체인, 한국형 MD, 대량응징보복을 가리킴)의 바뀐 이름으로 북한 핵·미사일을 선제타격하는 체계를 말한다.

내년 예산에 편성된 대표적인 타격전력으로는 F-35A 전투기 도입(1조7957억 원), F-X 2차(F35A 20대 추가도입) 2404억 원, KF-16성능개량 2805억 원, 3000톤급 잠수함 추가건조(장보고Ⅲ-BatchⅠ, 장보고 Ⅲ-BatchⅡ) 6596억 원, 신형이지스구축함(광개토Ⅲ-BatchⅡ)건조 5555억 원,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427억 원, 장거리공대지 유도탄 2차(연구개발) 212억 원, 장거리 공대지유도탄(타우러스) 601억 원, 함대지 유도탄(수직형) 244억 원, 함대지 유도탄(경사형) 9.2억 원, GPS유도폭탄(2000파운드급) 4차 1125억 원, 지대지유도무기(KTSSM) 630억 원, 현무 2차 성능개량(연구개발) 748억 원, 현무 2차 성능개량 2421억 원, 해성 2(함대지) 성능개량(연구개발) 873억 원 등이 있다.

핵·WMD 대응 등을 위한 대대적인 무기체계도입에 대해서 국방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여전하고,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동북아 열강과의 군사갈등 요인 등 안보환경 불안에 따른 전방위 안보위협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국방력 강화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뉴시스 2019년 8월 29일)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여전하다는 정세관은 군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남북 및 북미 정상 합의 자체를 불신하는 것과 다름 없을 뿐만 아니라, 이 합의 이후 한반도에서 핵대결이 멈추는 등 변화한 안보환경에도 맞지 않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여전하다는 인식은 군이 여전히 과거 냉전수구적인 위협관에 머물고 있다는 증거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군사력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북 선제타격전력의 무분별한 도입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대북 선제타격용 무기들은 그 군사적 효용성도 큰 의문이지만 북한의 반발을 불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합의 이행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북한은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고 돌아앉아서는 우리를 겨냥한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 군사연습을 강행하고 있는 남한 당국의 이중적 행태" 때문에 "역사적인 북남선언들은 오늘 이행단계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및 군사분야합의서에 위배되고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평화통일을 규정한 우리 헌법에도 어긋나는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무기도입은 중지되어야 하고 그 예산도 삭감되어야 한다.

'주변국과의 군사갈등 요인'이 국방비 대폭 증가 이유 될 수 없어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 등과의 군사갈등 요인을 빌미로 국방예산을 늘리는 것 또한 정당성이 없다. 군이 말하는 '군사갈등 요인'이 무엇인지 실체도 분명하지 않다. 중국이나 러시아와는 영토분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이 독도를 자신들의 영유권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군사적 갈등'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 그리고 한국보다 경제규모(GDP)가 3∼8배나 큰 경제대국·군사강국들을 상대로 군비경쟁을 하겠다는 것도 무모한 발상이다.

지금 군이 천문학적 액수를 들여 도입하는 핵·WMD 대응무기체계들은 그 작전반경이나 공격능력으로 볼 때 한국 방어를 넘어서서 주변국에 대한 공격 작전도 가능한 무기체계들이다. F-35A 전투기, 장보고Ⅲ-BatchⅠ, 장보고 Ⅲ-BatchⅡ, 신형이지스구축함(광개토Ⅲ-BatchⅡ), 중항공모함인 대형수송함-Ⅱ,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등이 그렇다. 한반도 영역을 벗어나 주변국들을 공격하는 행위는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우리 헌법 또 무력사용 또는 사용 위협을 금지한 유엔헌장 2조를 위반하는 불법이다.

설사 주변국과 군사적 갈등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상대를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이 아니라 동북아 다자 공동안보기구 등을 통해서 평화적 방식으로, 군사적 신뢰구축의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위에서 언급된 무기체계들은 그 작전능력으로 볼 때 미국의 중국견제 전략인 인도·태평양전략이나 미국을 방어하는 작전에 동원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경우 한국은 미국의 안보이익 때문에 중국과의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중러의 한반도 부근에서의 연합훈련이나 최근 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방공식별구역) 진입은 일본, 한국 등과 손잡고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대한 견제 목적이 크다. 이 점에서 최첨단 무기를 팔아 한국을 대중국 견제세력으로 키우려는 미국의 전략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주변국과의 군사갈등'을 이유로 주변국을 공격할 수 있는 최첨단 무기를 도입하는 것은 각 군이 예산을 늘려 기득권을 확장하려는 것이고 한국군을 대중국 견제세력으로 키우려는 미국의 욕구에 부응하는 것일 뿐이다.

우리의 부담 능력을 벗어난 국방비의 증가
 

내년도 대폭적인 국방비 증가는 우리 경제적·재정적 능력에 비춰서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국방비가 정부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SIPRI(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이 12.4%로 일본 2.5%, 중국 5.5%, 대만 10.3%보다 높고 프랑스 4.1%, 독일 2.8%, 영국 4.6%, 터키 7.1%, 미국 9.0%보다 높으며 심지어 이스라엘 11.1%보다 높다. 이는 우리 국방비가 재정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서민복지와 교육, 경제를 희생시키고 있다는 증거다.

또 GDP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2.6%로 일본 0.9%, 중국 1.9%, 대만 1.8%보다 매우 높다. 또 독일 1.2%, 프랑스 2.3%, 영국 1.8%, 이탈리아 1.3%, 터키 2.5%보다 높다. 이는 한국이 자신의 경제적 지불능력에 비해 과도하게 국방비에 지출하고 있다는 증거다. 국민 1인당 국방비 부담 정도(SIPRI 자료, 2018년도 기준)를 보면 한국은 841.8 달러로 중국 176.7달러, 일본 366.5달러, 대만 452.2달러보다 월등히 많으며 독일 601.1달러, 영국 751.0달러, 터키 231.5달러보다 많다. 프랑스 978.0달러보다는 작은데 프랑스가 모병제임을 감안하면 한국이 더 적다고 볼 수 없다.

최근 10년간(2010∼2019) 국방비 연평균 증가율을 보면 한국은 5.1%로 일본 0.8%, 대만 2.2%, 미국 0.35%, 영국 1.1%, 독일(2010∼2018) 2.8%, 프랑스(2010∼2018) 2.2%보다 1.8∼14.6배나 높으며 다만 중국 9.0%보다 낮다. 중국을 제외하고 대만이나 일본, 미국, 독일 등 예를 든 나라들은 해당 기간 동안 국방비를 줄인 해도 여러 번이었지만 한국은 국방비를 줄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우리 국민의 국방비 부담이 큰 만큼 국방비를 삭감해 국민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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