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촉수 접촉한 채 이동하다 갑자기 죽은 화석 발견
» 일렬로 행진하다 독성 퇴적물에 뒤덮여 사망한 모로코의 암픽스 삼엽충 화석. 동물의 집단행동은 매우 오랜 기원을 지니고 있음이 드러났다. 장바니에, 리옹 대 제공.
사람들이 매표소 앞에 줄을 서거나 기러기가 줄지어 나는 것, 또는 닭새우가 바다 밑에서 떼 지어 이동하는 것은 모두 복잡한 사회적 행동이다. 이런 행동이 육지는 텅 비고 바다에 복잡한 생명체가 막 등장하던 4억8000만년 전에 이미 출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장 바니에 프랑스 리옹 대 고생물학자 등 프랑스와 모로코 연구자들은 모로코에서 발굴한 완벽하게 보존된 ‘암픽스 삼엽충’ 화석에서 집단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는 양상을 발견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암픽스 삼엽충은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에 살던 절지동물로, 방패처럼 생긴 머리에 3개의 긴 가시(부속지)가 나 있다. 가시 하나는 앞으로 삐죽 나와 있고 몸길이보다 긴 나머지 둘은 뒤쪽으로 늘어서 있다. 삼엽충은 고생대를 대표하는 멸종한 해양 절지동물로 오늘날의 곤충, 거미, 갑각류의 조상뻘이다.
놀랍게도 화석으로 남은 1.6∼2.2㎝ 크기의 암픽스 삼엽충 22마리가 모두 같은 쪽을 향한 일렬종대 형태였다. 대부분 앞뒤의 삼엽충은 삐죽 튀어나온 가시로 서로 접촉한 상태였다.
» 암픽스 삼엽충의 다른 화석. 역시 줄지어 이동한 흔적이 보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삼엽충 화석이 든 퇴적층의 상태에 비춰 이들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아 죽기 직전의 모습이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고 보았다. 논문은 “보통 위기 상황에서 삼엽충은 몸을 돌돌 마는 행동을 하는데, 화석에서는 그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폭풍 등으로 혐기성 퇴적물 층이 덮쳤는데, 퇴적물 속에 들어있던 독성이 강한 황화수소 때문에 삼엽충이 곧바로 죽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삼엽충은 눈이 없는 종인데, 어떻게 일렬로 줄을 설 수 있었을까. 연구자들은 앞서가는 삼엽충이 일으키는 물살이나 가시의 촉각을 느끼거나, 화학적 분비물을 감지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 현생 절지동물인 닭새우의 일부도 무리지어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유튜브 동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eLWgd_Nit6A) 갈무리.
현생 동물 가운데 바하마의 닭새우는 폭풍으로 인한 환경교란을 피하거나 집단 번식지로 이동할 때 일렬로 이동한다. 연구자들은 “닭새우는 더듬이로 앞 개체의 꼬리와 접촉을 유지한 채 일렬종대로 행진하는데, 삼엽충도 그런 식으로 이동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학적 신호를 이용해 일렬로 이동하는 유명한 동물은 파브르가 기술한 행렬털애벌레인데, 송충이의 일종인 이 애벌레는 앞선 개체가 길에 뿌린 페로몬을 따라 뱀처럼 구불구불한 모습으로 이동한다. 연구자들은 화석으로 남은 삼엽충도 폭풍으로 인한 교란을 피하거나 번식·탈피 장소로 집단 이동, 또는 물살에 의한 저항력을 줄이고 포식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상적으로 일렬 이동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소나무의 해충인 행렬털애벌레의 일렬 이동은 18세기부터 알려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는 동물들의 집단 행동이 아주 오래 전에 기원해, 동물이 최초로 다양하게 분화했던 시기인 고생대 캄브리아기-오르도비스기에 걸쳐 이미 나타난 것 같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ean Vannier et al, Collective behaviour in 480-millionyear-old trilobite arthropods from Morocco, Scientific Reports,(2019) 9:14941, https://doi.org/10.1038/s41598-019-51012-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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