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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사회단체들은 27일 오후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희상 국회의장이 발의한 과거사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은 일제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한 해법안을 공개하며, ‘한.일 간의 갈등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법안’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무엇을 해결하기 위한 법안인지 알 수 없다. 문 의장은 더 이상 피해자들을 모욕하지 말라!”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다며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내놨다. 하지만 과거사 피해자들과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반대 뜻을 분명히 밝혔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문희상 법안’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대법원이 판결에서 명확히 하고 있듯이, 이 문제는 일제의 불법적인 식민지배와 강제동원에서 비롯한 것”이라며 “그런데 (문희상) 법안은 기본전제를 모조리 무시하고 있다. 재원을 양국기업과 민간의 기부금으로 하고 있어 누구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지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사죄 한번 받아보지 못한 수많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권리를 무슨 근거로 소멸시킬 것이며, 이미 무효화된 ‘위안부 합의’를 끄집어내어 무엇을 되살리려는 것이냐”며 “일본 정부와 평생을 싸워온 것을 명목도 불투명한 돈을 받아내기 위한 것으로 폄훼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문 의장의 해법안에는 인권피해자들의 상처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성찰조차 담겨 있지 않다”며 “문 의장의 역사인식을 묻고 싶다. 피해자들은 돈 몇 푼 받자고 싸워온 것이 아니다. 문 의장은 더 이상 피해자들을 모욕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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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일본에게 면죄부 주는 문희상 안 입법 절대안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는 ‘문희상 법안’ 반대 의견을 보내왔다. 이 할머니는 “일단 사죄가 먼저”이며 “배상은 일본 정부가 해야지 한국 정부와 국회가 이래라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고 “박근혜가 한 돈은 일절 못 받는다. 다 돌려주라”고 촉구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피해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는 일부 보도와 달리, 문 의장 측은 피해자들과 접촉하지 않은 채 법안을 밀어붙인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제철,미쓰비시,후지코시 소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문희상 안을 모른다. 문희상 의장 쪽으로부터 의사를 받은 적이 없다”며 “어제 청와대 쪽에서도 문 의장이 피해자들을 만났고 합의했느냐고 연락이 왔다. 하지만 그런 일이 없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이 문제를 국회의장 단독으로 한다면 심각한 문제이다. 한 달 안에 (과거사 문제를) 끝내려는 개인의 욕심일 수 있다. 이렇게 진행되면 안 된다”며 “(문희상 법안은) 가해의 역사를 청산하기 위한 법률이 아니라 피해자를 청산하기 위한 법률”이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 외교적 갈등을 일으키는 여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2억 원씩을 받게 해서, 아무런 법적 권리 행사를 하지 말라는 것”으로 “정부가 해결해야 할 일이 한국과 일본 사이 갈등이냐. 피해자의 인권을 어떻게 회복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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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대표한 이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하지만 문 의장은 12월 내 법안 통과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정의연 이사인 이나영 중앙대 교수는 “한국의 국회의장이 나서 일본에 총체적 면죄부를 주려고 한다.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문희상 법안’이 제시한 ‘기억인권재단’을 두고, “반역사적인 구상”이라며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일본기업의 배상책임과 일본 정부의 법적책임은 이로써 사라져버린다. 왜 가해국 일본 정부가 고민하고 요청해야 할 사안은 한국 국회가 나서서 구걸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희상 안은 외교와 정치란 미명하에 피해자들의 고통을 거래하고, 기망하고, 영구히 입을 틀어막는, 반인권적.반역사적 행위”이며 “탈식민지주의와 반전평화를 외치며, 과거의 잘못을 성찰하고 반복하지 않으려는 한국 시민들이 구축한 진실과 정의의 배에 스스로 구멍을 내 침몰시키려는 작태”라며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엄미경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문희상 법안’은 “역사를 세탁하려는 악법”이라며 “악법이 상정되면 노동개악법에 대응했듯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이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 법안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문 의장은 12월 내 법안 처리 강행 의사를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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