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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24일 일요일

분노한 청와대 “일본이 합의 왜곡 발표, 외교 경로로 항의해 사과받았다”

정의용 안보실장, 일본에 공개적으로 경고 “유 트라이 미(You try me)”
최지현 기자 cjh@vop.co.kr
발행 2019-11-24 19:41:48
수정 2019-11-25 08: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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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자료사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청와대가 24일 우리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조건부 연장하기로 한 것을 두고 일본 정부가 자신들의 완전한 승리라는 식의 주장을 펼치자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한일 간 합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부풀려 발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부산 벡스코에 마련된 프레스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소미아 연장과 일본의 대(對)한 수출규제 철회와 관련한 양국 간 발표를 전후해서 일본 측의 몇 가지 행동에 대해 저희로서는 깊은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이런 식의 행동이 반복된다면 한일 간 협상 진전에 큰 어려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오후 6시 동시 발표 약속도 어긴 일본, 
그것도 모자라 왜곡 발표까지"
 
정 실장은 구체적인 문제점을 거론했다.  
먼저 일본 측의 합의 내용 발표 시간이다. 애초 한일 양국은 지난 22일 오후 6시에 각각 취하기로 한 조치를 동시 발표하기로 했는데, 일본 측이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한일 간 약속된 발표 시간보다 1시간 앞서서 일본 언론에서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익명으로 인용해 '한국 측이 지소미아를 연장하고 WTO 제소를 철회하겠다'는 게 사전에 보도됐다"며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의 의도적인 누출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 실장은 "일본은 6시 정각에 동시 발표하자는 약속도 어기고 7~8분 늦게 발표했다"며 "의도가 무엇인지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이 당시 발표한 내용도 한일 간 합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부풀려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건 한일 간 양해한 내용과 크게 다를 뿐만 아니라, 만일 이런 내용으로 일본 측이 우리와 협의했다면 합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일본 경산성의 발표 내용 가운데 '우리 측이 사전에 WTO 절차를 중단해서 협의를 시작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한 뒤에야 협의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한 7월 1일과 우리가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한 8월 23일 사이에는 우리 정부의 계속된 대화 요구에도 일본 정부는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는 게 정 실장의 설명이다. 일본이 협의를 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주장한 우리의 WTO 절차 중단은 오히려 지소미아 종료 통보 이후의 일이다. 
또한 정 실장은 "일본 경산성은 우리가 수출관리의 문제점 개선에 의욕이 있다며 '시현'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주장도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며 "한일 간 양해한 내용은 우리의 수출관리제도 운용의 확인을 통해 수출규제 조치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출규제 대상인 3대 품목을 두고도 일본 정부가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존재한다', '앞으로도 개별심사 허가 방침에는 변경이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정 실장은 "한일 간 사전 조율한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정 실장은 "만일 일본이 이런 입장을 가지고 협상했다면, 우리와 합의할 수 없었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상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자료사진.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일본 경제산업상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자료사진.ⓒAP/뉴시스
"아베 발언 사실이라면 지극히 실망, 
일본 정부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 갖고 할 수 있는 말인가"
 
아울러 정 실장은 "발표 이후 일본 언론의 보도는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저희는 보고 있지만, 일부 언론 보도는 정말 실망스럽다"며 "특히 일본 정부 고위 지도자들의 일련의 발언은 매우 유감스러울 뿐만 아니라 전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로, 자신의 논리를 합리화하려고 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 '일본 외교의 압도적 승리', '퍼펙트게임' 등 일본 측 반응에 대해 정 실장은 "견강부회"라며 "전혀 이치지 맞지 않는 주장을 자기식으로 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측근들에게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미국이 상당히 강해서 한국이 포기했다는 이야기다"고 말했다는 일본 언론보도가 나온 데 대해서도 청와대는 분노를 표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만일 언론에 보도된 것들이 사실이라면 아주 지극히 실망스럽다"며 "그게 일본 정부의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말인지 되물어 보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일본 언론에서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해서 한국이 일본에 양보한 것'이라는 내용의 보도가 나온 데 대해서도, "한미 간에 공식적으로 일절 거론되지 않았다"며 "한미동맹이 그렇게 만만한 동맹이 아니다. 한일 간의 지소미아 문제가 그러한 굳건한 한미동맹의 근간을 훼손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외교 경로로 공식 항의해 일본이 사과" 
"계속 그렇게 하면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모른다"
 
오히려 청와대는 우리 정부의 '판정승'이라고 추켜세웠다. 
정 실장은 "우리가 지소미아에 대한 어려운 결정을 하고 난 다음에 일본이 우리 측에 접근해 오면서 협상이 시작됐고, 큰 틀에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과 포옹의 외교가 판정승한 것이라고 평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일본이 주장해온 '강제징용 문제 해결 없이는 아무것도 진전이 없다', '지소미아와 수출규제 문제는 완전히 별개다'는 두 가지 원칙이 이번에 깨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우리 정부로서는 일본의 이러한 일련의 행동은 외교 협상을 하는 데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 공식적으로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은 "우리 정부는 지난 22일 발표 이후 즉각 일본의 이러한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 외교 경로를 통해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강력히 항의했다. 한일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똑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일본 측은 '한국이 지적한 입장을 이해한다'며 '특히 경산성에서 부풀린 내용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 한일 간에 합의한 내용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정 실장이 전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이게 최종 합의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명확히 밝힌다.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과 WTO 제소 절차 정지의 결정은 모두 조건부였고, 또 잠정적"이라며 "앞으로의 협상은 모든 것은 일본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본다"고 압박했다.  
정 실장은 또 "영어로 '트라이 미(Try me)'라는 말이 있다. 어느 한쪽이 터무니없이 주장하면서 상대방을 계속 자극할 경우, '그래? 계속 그렇게 하면 내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발언"이라며 "'유 트라이 미(You try me)', 제가 그런 말을 일본에 하고 싶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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