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소미아 종료입장을 절대로 번복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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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핵심인사들 4명이 떼거리로 한국을 찾아들었다. 스틸웰·드하트·내퍼·크라크가 그들이다. 한국정부의 지소미아 종료입장을 번복시키려고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10월 27일 방일 중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종료 재검토”를 촉구한 후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2박3일 일정으로 5일 국내에 들어왔다. 스틸웰은 연일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 등을 만나며 지소미아 종료입장을 거두라고 강도높은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 역시 특별한 일정이 없는데도 3박4일 일정으로 어제 한국에 들어왔다. 6조원이라는 터무니없는 방위비 분담금을 강요하는 역할을 맡은 드하트가 방위비 분담금인상을 무기로 지소미아 종료를 번복하라는 압력을 한국정부에 가하며 스틸웰을 지원사격하고자 들어왔을 것이다.
키이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 역시 20여명의 방한단을 데리고 6일부터 열리는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 4차 회의 참석차 들어왔다. 그런데 여기에 마크 내퍼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라는 자가 함께 묻어 들어왔다. 마크 내퍼는 이미 지난 2일 일본에서부터 언론에 지소미아 갈등으로 “베이징·모스크바·평양이 기뻐하고 있다”고 떠들었던 자이다.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가 말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新)남방정책을 연계하고 양국의 경제협력을 증진하는 방안을 담은 공동 성명서를 채택한다고 하는데, 공식 비공식차원에서 지소미아 문제를 그냥 넘길 리 없다.
문제는 오는 11월 22일 자정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한국정부가 동요하는 태도를 보인다는데 있다.
지난 10월 13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행사에 이낙연 총리를 파견하여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까지 전달한데 이어, 4일에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예정에도 없던 아베와의 11분 깜짝 회동을 마련하고, ‘악화된 한일관계를 풀기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는데 합의했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지금 이 시점에서 일본과 화친을 하여 얻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하고 의심하고 있는 터에, 미 국무부 차관보 스틸웰은 이를 두고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묘한 상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4일 주요 20개국(G20) 국회의장 회의 참석차 도쿄를 방문하여,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한국과 일본 기업, 양국 국민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지원해 기금을 만드는 내용의 ’1+1+α‘라는 엉뚱한 제안을 내놓기까지 했다. 여기에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하여 “우리 안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런 것들(지소미아)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서훈 국정원장은 4일 국회 정보위에서 ‘지소미아가 복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서훈 국정원장이 지난 주말 워싱톤에서 미국 중앙정보부(CIA), 일본 내각정보조사실 고위관계자들과 회동하고 돌아온 뒤에 나온 발언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눈앞에 두고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하는 징후들이 너무도 완연하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일본의 입장은 가증스럽기가 짝이 없다.
이낙연 총리를 만난 아베는 강제징용문제는 이미 65년 한일회담에서 해결되었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강제징용문제는 개인청구권문제일 뿐만 아니라 65년 굴욕적인 한일협상을 바로잡아야 할 역사문제이다. 그러나 군국주의 부활에 환장한 아베는 한일관계의 기본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
태국에서 아베가 문재인 대통령과 회동한 결과에 대해서도 “도망다닌다는 인상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이렇게 일본이 지소미아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와중에도 미국 핵심인사들은 모두 일본을 들러 한국에 대고 지소미아를 복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는 다시 한국으로 떼로 몰려와 한국정부에 집중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결정적인 순간에 한국과 일본 중에 누구를 선택하는가를 이번에도 분명하게 확인하는 순간이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자 기가 오른 일본 언론들은 “한국정부가 먼저 해법을 내놓으라”고 연일 사설을 써대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일본이 먼저 ‘수출 규제 문제를 철회하지 않으면 지소미아 종료를 번복하는 일은 없다’는 한국의 입장과 완전히 배치된다.
지소미아가 뭔가.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으로 가는 징검다리이다.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을 통해 가장 큰 이익을 보는 나라는 미국이다. 지소미아 종료로 대북협상력이 떨어졌다고 떠드는 자들이 바로 미국이다. 한미일 삼각동맹은 북을 적대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자 하는 대북적대동맹이자 미국의 동아시아패권동맹에 불과하다. 한반도 평화체제와는 절대로 공존할 수 없는 전쟁동맹이다. 지소미아란 이러한 침략적 한미일삼각군사동맹을 완성하는 다리역할을 하는 한일간 군사정보협정으로 박근혜 시절에 도둑도장을 찍은 적폐에 불과하다. 지소미아를 통한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은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미국의 작품이다. 지소미아 종료는 원래 없어져야 할 것이 이제 없어진 것 뿐이다.
또한 지소미아 폐기는 7월부터 몇 개월에 걸쳐 반도를 뜨겁게 달구었던 전국민적 반일운동의 중대한 성과물이다.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며, 일본 아베일당과 군국주의 무리들에게 철퇴를 가한 민족의식의 거대한 상징이 지소미아 폐기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스스로 말하지 않았던가.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고. 지소미아 폐기번복은 이걸 배신하는 것이다.
정부의 처지가 어렵다는 거 안다. 그러나 지금이 구한말도 아닌데, 말도 안되는 미국의 압력과 일본의 보복이 국민들의 주권의식, 자주혼을 일깨우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만하면 됐다. 정부는 일본에게 대화로 풀자고 성의를 다했다. 할 만큼 했다. 이제 아베와 일본정부가 움직일 차례이다. 절대로 우리가 먼저 알아서 지소미아를 복원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촛불항쟁과 반일불매운동속에서 각성하고 성장한 국민의 명령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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