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만 마트노동자 요구 모아 5대 요구안 발표… 2019 마트노동자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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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여의도다. “노동개악을 저지하겠다”는 10만 명 노동자가 모이는 날 11월9일. 전국노동자대회가 진행될 여의도, 마트노동자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앞에 섰다.
재벌기업 총수들이 모여있는 연합, ‘재벌’을 상징하는 곳 전경련회관 앞에 모인 마트노동자들은 재벌적폐 청산을 외쳤고, 마트노동자들의 요구안을 발표했다.
“전경련과 경총이 가장 무서워하는 노란조끼가 이 자리에 모였다.”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 정민정 사무처장이 개회를 선언하며 600여 명의 마트노동자들을 환영했다.
“노동자와 서민들의 피땀을 가져가 이 거대한 건물(전경련회관)을 짓고, 국정농단·정경유착의 핵심 몸통이면서, 재벌의 이익만을 위해 노동자 민중을 쥐어짰던 거머리 같은 존재 전경련은 촛불로 해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전경련이 다시 살아나려고 한다. 우린 촛불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정 사무처장의 단호한 목소리에 노란조끼를 입은 마트노동자들이 “더 이상 못 참겠다. 재벌적폐 청산하자”라고 화답했다.
“아프지 않게 일하고 싶다. 상자에 손잡이를 설치하라”
11월12일은 마트노조의 ‘생일’이다.
2년 전 이날,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대형마트 3사 노동조합이 ‘마트노조’라는 하나의 노조로 뭉쳐 출범을 알렸다. 마트노동자들이 “우린 더 이상 ‘투명인간’이 아닌 당당한 노동자”라고 외친 날이다.
출범 2년이지만, 마트노동자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거리에서 두 번째 생일을 미리 축하했다. 이날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둘째주 일요일)을 앞둔 토요일, 매장에 고객이 붐빌 때지만 마트노동자대회 참가를 빼놓을 수 없다. 생일(출범)을 기념하는 마트노동자대회엔 마트노동자들이 주인공이다.
1년 사이에 마트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더욱 단단해지고 선명해졌다. 눈길을 끄는 건 “무거운 상자에 손잡이를 설치하라”는 요구다.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마트노동자들의 요구는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마트노조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마트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실태를 알리고 ‘상자 손잡이 설치’를 요구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빠른 시일 내 대형마트 상자에 손잡이를 만드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매장에서 구멍이 뚤린 상자를 볼 수 있다. 마트노조로 단결한 우리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상자에 구멍 하나 뚫는 것이 무엇이 그렇게 어렵냐’고, 무거운 상자에 손잡이를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손잡이’는 대형마트에서 오래 일해도 병들거나 아프지 않은 우리의 일터를 만든 첫 번째 승리로 기록될 것이다.” 김기완 마트노조 위원장이 마트노동자들의 투쟁을 격려했다.
오는 21일엔 고용노동부 주최로 ‘근골격계 질환 예방(상자 손잡이 설치)을 위한 마트노동자-생산-제조-대형마트-정부관계부처의 간담회’도 예정돼 있다.
첫 번째 승리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지난 9월부터 상자에 손잡이 설치를 요구하고, 10월 한 달 동안 마트노동자를 대상으로 ‘마트노동자 5대 요구’에 대한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매장 곳곳을 누빈 마트노동자 투쟁의 성과다. 서명운동엔 대형마트 직영노동자, 협력업체 노동자까지 1만 명이 동참했고, 마트노조는 이렇게 모아진 ‘마트노동자 요구안’ 다섯가지 ▲상자 손잡이 설치 ▲감정노동 즉각 응대중지 보장 ▲명절 당일휴무 및 의무휴업일 확대 ▲마트노동자 누구나 노조 할 권리보장 ▲분단-재벌 적폐 청산을 이날 대회에서 선언했다.
지난 투쟁을 보고하는 무대에도 주인공은 마트노동자였다. 올해 모범으로 선정된 두 개의 지회 조합원들이 직접 무대를 꾸몄다.
이마트 연수지회(마트노조 인·부천본부)는 마트노동자 서명운동에서 가장 많은 서명을 받은 전국 1등 지회다. 지난해 1만 마트노동자 설문조사에 이어 올해도 250명의 동료에게 5대 요구안에 대한 서명을 받았다. “노동조합이 하면 한다! 목표는 무조건 초과달성!” 이것이 연수지회의 결의다.
홈플러스 시화지회(마트노조 경기본부)는 서명운동 목표 150% 달성은 물론, “회사의 노동조합 탄압을 조직확대로 뚫고 나가 시화매장 내 조합원 조직율 60%를 달성”해 또 다른 모범으로 소개됐다.
“오늘은 대회에 참가한 조합원 절반 이상이 무대에 오르는 날”이라는 김기완 위원장의 말처럼 마트노동자가 준비한 다양한 공연과 함성이 전경련회관 앞 도로를 꽉 채웠다.
“마트노조는 자신의 힘을 믿고 스스로 바꿔 나갈 것이다. 대형마트가 반대하는 상자 손잡이 설치도, 50만 마트노동자를 병들게 하는 육체노동, 감정노동, 저임금과 고용불안도 다른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부탁하거나 청원하지 않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주인답게 일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우리 스스로 힘으로 바꿀 것이다.”
‘무거운 상자에 손잡이를’ 첫 번째 승리를 만든 마트노동자들이 다음 승리를 위한 결의를 모으는 시간이다. 각 지역본부 대표들이 ‘1만 마트노동자가 외친다!’라는 글귀가 적힌 손잡이가 뚫린 상자를 들고 무대를 채웠고, 마트노조 임원들은 ‘마트노동자 5대 요구’가 담긴 상자를 들고 무대 앞에 섰다. 마트노동자들은 ‘2019 마트노동자 1만인 선언’을 낭독하며 출범 3년 차엔 “더 강하고 더 힘센 마트노조가 될 것”을 결의했다.
이날 대회엔 마트노조를 상징하는 배지가 노동자들의 손에 쥐어졌고, 마트노동자들은 옆에 있는 동료에게 배지를 달아주며 지난 투쟁을 격려하고 앞으로의 투쟁을 결의했다.
대회를 마친 마트노동자들은 전국노동자대회로 이동할 채비를 했다. 성난 노동자들이 국회로 향하는 시간이다.
참가자들은 “ILO 핵심협약을 거부하고, 노조법 개악으로 노조를 탄압하려는 국회”, “탄력근로제 개악으로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고, 최저임금법으로 임금을 빼앗으려는 국회”를 겨냥해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마트노조로 단결하고, 노동자의 힘으로 현장을 바꾸고 있듯이, 노동자가 직접 정치에 나서자”는 결심도 높였다.
마트노동자들은 “이 땅에 동물국회는 필요없다”, “노동자가 앞장서서 국민의 국회 건설하자”고 외치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장소로 향했다.
조혜정 기자 jhllk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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